잠재성장률 1%대 추락 위기…구조개혁 급한데 저성장 뉴노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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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나쁜 것도 문제지만, 앞으로 나쁠 게 뻔한데 돌파할 수단이 마땅찮다면 심각한 문제다. 한국 경제의 성적표, 경제성장률 그래프가 딱 그렇다. 2000년대 들어 하향 곡선을 그리더니 어느새 1%대 성장률 문턱까지 다다랐다. 저성장이 ‘뉴노멀새로운 표준’이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8일 올해 실질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4%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기획재정부의 성장률 전망치2.6%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각각 제시한 최근 성장률 전망치2.5%보다 낮다. 내년은 더 암울하다. 한은은 내년1.9%과 내후년1.8% 연속으로 2% 성장을 밑돈다고 전망했다. 일시적인 경기 부진이 아니라 장기 불황의 문턱에 들어섰다는 경고다.
김주원 기자
한은 분석대로 올해 2.2%, 내년 1.9% 성장률 전망을 적용할 경우 2021~2025년에 연평균 2.56% 성장할 전망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0.7% 역성장한 뒤 2021년 4.6% 반등한 변수를 제외하면 2%대 초반 성장으로 봐도 무방하다. 1%대 성장률 전망까지 속속 나오는 만큼 2020년대 후반 들어서면 1%대 저성장이 뉴노멀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잠재성장률이다. 한은은 이르면 연말까지 새로 추정한 잠재성장률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동원하면서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을 발표할 전망이다. 기존 2% 안팎인 잠재성장률을 1%대로 낮출 가능성이 있다. 쉽게 말해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을 1%대로 본다는 얘기다.
한은이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실질 GDP에서 잠재 GDP를 뺀 ‘GDP 갭gap률’은 2020년 -2.5%, 2021년 -0.6%, 2022년 -0.3%, 2023년 -1.0%, 2024년 -0.4%, 2025년 -0.3%로 연거푸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 경기 하강이 아니라 장기·구조적 경기 침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선진국일수록 성장률을 더 끌어올리기 어려운 건 맞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1.6%, 일본1.4%, 독일1.0%, 프랑스1.2%, 영국1.2%, 호주1.8% 같은 선진국도 내년 1%대 성장률에 그친다. 게다가 한국은 지난해 GDP 대비 수출 비중이 35.7%에 달할 정도로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다.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수출로 증가율을 끌어올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계부채가 위험 수위라 재정을 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수출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내수를 살리는 방법뿐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1970년대 중화학 공업, 1990~2000년대 정보기술IT 산업으로 산업 구조를 전환해 돌파구를 찾은 것처럼 인공지능AI, 첨단반도체, 전기차 등 4차 산업으로 구조 전환과 함께 노동·연금·교육·저출산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계 각국의 정부·기업이 산업 정책으로 함께 대응하는 추세인데 한국은 정치가 기업의 뒷다리를 잡고 있다”며 “정치 리더십으로 구조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성장률을 반전시키기 어렵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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