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조원 들고 튀었다? 영국 간 중국인 재산 몰수 위기…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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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유그룹 스캔들 장본인 티안웬쥔, 영국 은닉재산 모두 압수당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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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CCTV에서 제작한 티안웬쥔 사건 모티브 다큐멘터리 드라마에서 공개된 티안웬쥔의 실제 얼굴. /사진=CCTV 화면 캡쳐 |
29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영국 NCA국립범죄수사국이 영국으로 도피해 있는 한 때 중국 산시성 최대 부호 티안웬쥔과 그의 아내 하오장보 부부에 대해 왕립사법재판소에 민사추징명령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이는 티안웬쥔의 형사처벌 여부를 떠나 출처를 입증하지 못하는 그의 재산은 몰수된다는 의미다.
올해 50살이 된 티안웬쥔은 한 때 중국 산시성에서 최대 부자로 손꼽히던 인물이다. 그가 설립한 데유시스템은 농업과 식품가공으로 시작해 2006년 금융보증회사를 설립하는 등 거의 전방위로 사업을 넓혀갔다. 사업이 정점에 달했을 땐 60개 회사를 거느리고, 이 중 7개 회사를 중국은 물론 미국 등에 상장시키기도 했다.
불법행위는 2011년부터 본격화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2016년까지 티안웬쥔은 여러개 유령회사를 통해 허위 대출을 신청하고, 주가를 조작하는 형태로 주식담보대출을 포함해 11개 금융기관으로부터 무려 1010건의 불법 대출을 받아냈다. 중국 당국은 이 기간 티안웬쥔이 받아낸 불법 대출규모가 2700억위안약 5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불법엔 뇌물이 뒤따랐다. 산시성 위츠농촌상업은행 전 회장은 1925만위안약 33억원의 뇌물을 받고 불법 대출을 승인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명의 산시성 공무원이 티안웬쥔으로부터 2억위안약 385억원 이상의 뇌물을 받은 사실도 확인됐다. 이를 포함해 티안웬쥔 사기사건에 연루돼 조사를 받은 사람만 168명. 이 중 122명이 처벌을 받은 희대의 스캔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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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안=AP/뉴시스] 21일현지시각 중국 산시성 시안의 고속도로가 폭설로 폐쇄된 후 관리자들이 톨게이트 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설 연휴 막바지부터 기습 한파가 몰아치면서 중국 곳곳에 폭설이 내려 교통이 마비되고 학교가 휴교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2024.02.21. /사진=민경찬 |
티안웬쥔 가족은 2022년 7월부터 영국시민권 취득 신청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앞선 5월 런던 바클레이즈은행 계좌에 6만9500파운드약 1억2000만원를 입금했다. 이 가족을 주목하던 NCA가 즉각 자금 출처를 추적했으나 오리무중이었다. NCA는 중국 정부와의 공조를 통해 이들이 영국 내에서 최소 1억8000만위안약 347억원의 가용자산을 보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사기 총액 약 50조원은 물론 티안웬쥔이 착복한 것으로 확인된 110억위안약 2.1조원에 비해 턱없이 적은 금액이지만, 영국에서 학생 대상 원룸사업으로 몇 년만에 벌 수 있는 돈은 당연히 아니었다. 불법 은닉 해외재산이라는 의미다. NCA의 민사추징명령 신청으로 티안웬쥔은 가족은 영국에서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돈을 모두 압수당하게 됐다. 얼마를 빼돌렸든 쓸 수 없다.
티안웬쥔이 더욱 중국 사회의 공분을 산건 그의 불법행위와 부실경영이 산시성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상황이 심각해지는 과정에서 뇌물 등으로 연루된 공직사회와 금융계가 부실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2017년 자금난에 빠진 데유 계열사 룽웨산업을 살리기 위해 산시성이 지도소조TF팀까지 꾸려 민간기업인 동슈그룹과 화쉰팡저우그룹에 총 100억위안약 1조9000억원이 넘는 부채를 인수하도록 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이 후 두 그룹도 늪에 빠졌다. 둥슈그룹은 파산했고 화신팡저우도 산하 여러 계열사가 디폴트채무불이행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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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하이=AP/뉴시스] 12일현지시각 중국 남부 광둥성 주하이의 주하이 시민 체육관 광장에서 한 남성이 차량 돌진 희생자들을 위해 놓인 꽃다발 옆에 촛불을 밝히고 있다. 전날 저녁 60대 남성이 차량으로 시민을 향해 돌진, 35명이 숨지고 43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남성은 체육관 광장에서 운동 중이던 시민들을 들이받고 도주하다 공안에 체포됐다. 2024.11.13. /사진=민경찬 |
때문에 이번 조치 역시 중국 측의 요청이 작용했을거라는 해석이 나온다. 계속되는 경기부진, 지속해서 발생하는 묻지마 범죄 등으로 중국 사회가 크게 동요하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까지 나서서 사회갈등 해소와 안정을 강조하고 있다. 수십조원을 사기치고 해외로 도망친 범죄자에 대한 처벌에 나서는 것도 이 일환이라는 거다.
한편 이와 별개로 티안웬쥔 가족이 은닉한 재산을 중국 정부가 돌려받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드러난 것만 347억원이지 실상 훨씬 규모가 클 수 있다. 티안웬쥔에게 사기를 당한 일부 기관들이 국제소송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중국과 영국은 2013년 6월 범죄인 인도조약을 체결했지만, 은닉자산 반환에 대한 규정은 없다. 중국이 유엔 부패방지협약을 통해 해외 은닉자산 몰수 및 반환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으며, 영국 역시 이에 대한 국제 협력을 지원하는 법적구조를 가진 만큼 필요시 양국 간 협력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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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중국=우경희 특파원 cheer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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