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스런 자전거 치웠는데"…아파트 애물단지의 불편한 진실 [오세성의 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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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미관·안전 해치는 방치 자전거
버렸다간 재물손괴·점유이탈물횡령 위험성
사유지 방치 자전거 규정 미비…혼란 계속될 전망
아파트 미관·안전 해치는 방치 자전거
버렸다간 재물손괴·점유이탈물횡령 위험성
사유지 방치 자전거 규정 미비…혼란 계속될 전망
아파트 단지 내 방치 자전거를 수거한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오래된 아파트 단지에서 공통으로 찾아볼 수 있는 골칫거리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공용 보관대에 묶인 채 뽀얗게 먼지가 쌓인 방치 자전거입니다.
방치된 자전거는 아파트 주민들의 애물단지입니다. 우선 방치 자전거는 장기간 방치되며 녹슬고 망가진 탓에 흉물스러운 모습입니다. 오랜 기간 방치가 이어지면서 식물이 자전거를 타고 오르며 자라기도 하고, 자전거가 주변 식재에 파묻히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바퀴나 손잡이 등의 부품을 파손하거나 훔쳐 가는 일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면서도 자리를 차지하니 공용 보관대에서 주민들이 쓸 수 있는 공간은 한층 줄어듭니다.
자전거 2대가 장기간 방치돼 수풀 속으로 들어갔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버려진 자전거는 관리사무소에서 수거해 처분하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역시 어려운 일입니다. 보기 흉하게 방치됐을 뿐, 주인이 버렸다는 증거는 없기 때문입니다. 엄연히 주인이 있는 자전거를 함부로 치웠다가는 재물손괴나 점유이탈물횡령 등의 혐의로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방치 자전거에 풀이 자라고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2021년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오피스텔 옆에 세워져 있던 자전거를 임의로 치운 서울 강서구 A 오피스텔 관리소장에게 벌금 30만원을 선고한 바 있습니다. 안전과 환경 개선을 위해 오랫동안 방치된 자전거의 자물쇠를 자르고 사람의 통행이 적은 장소로 옮겨둔 것이었는데, 법원에서는 이를 재물손괴와 재물은닉으로 봤기 때문입니다.
한 아파트 자전거 보관대에 부품 도난을 성토하는 글이 붙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자전거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도로, 자전거 주차장, 그 밖의 공공장소에 자전거를 무단으로 방치해 통행을 방해해서는 안 되며, 이를 위반한 자전거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장은 이동·보관·매각 그밖에 필요한 처분을 할 수 있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이 법률은 사유지인 아파트에 적용되지 않습니다. 지자체에서 별도 조례를 마련하지 않았다면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자전거를 임의로 치울 근거가 마땅치 않은 셈입니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관리주체가 자체적으로 방치 자전거 처분 공지를 하고 신청하는 경우 시에서 수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 경우가 더 많고, 지자체가 나서는 경우라 하더라도 인력이 부족해 적극적인 수거가 어려운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한 아파트에 방치 자전거 수거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이러한 문제 때문에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는 방치 자전거를 적극적으로 수거하는 데 큰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자전거 보관대 태반은 망가진 방치 자전거로 가득하다"면서도 "지자체 등에 문의하더라도 이렇게 하면 정상참작을 받을 것이라는 추측성 설명을 받을 뿐, 처벌받지 않는다는 명확한 보장은 없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손대길 꺼리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입주자 소유 스티커를 붙이고, 여러 차례 처리 계획을 안내하면 된다고 하지만 이 역시도 쉬운 일이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스티커 부착에 응하지 않거나, 처리 계획을 밝히고 자전거를 수거하면 뒤늦게 소유주가 나타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탓입니다.
다른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주자 소유 스티커를 붙이라 안내해도 상당수는 응하지 않는다"며 "올해 여름에 스티커를 붙이지 않은 자전거는 수거하겠다는 안내만 석 달 가까이 했는데, 대부분이 스티커를 붙이지 않으면서 결국 수거는 유야무야 없던 일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아파트 관계자도 "방치 자전거를 수거하겠다 공고하고, 녹슬고 망가진 자전거마다 안내장을 붙인 뒤 재차 기다렸다가 수거한 일이 있다"며 "중간까진 조용했는데, 정작 수거하고 나니 본인이 소유자라고 나타나는 주민이 여럿 있었다"고 회상했습니다. 그러면서 "수거 과정에서 자물쇠를 끊었다, 자전거가 망가졌다는 아우성에 떠밀려 직원들이 사비로 배상해야 했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장기간 방치돼 파손된 자전거 모습. 사진=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사유지 방치 자전거에 대한 법규가 없는 탓에 이러한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공동주택 관리업계에서는 방치 자전거 수거 계획을 최소 한 달 이상 공고하고 수거 과정에서 자전거가 방치됐던 장소, 이동 및 보관한 일시, 자전거의 종류 등을 기록한 뒤, 수거한 자전거를 일정 기간 보관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리사무소나 입주자대표회의 등은 방치된 자전거를 임의로 처분할 권한이 없는 만큼, 보관 기간에도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자전거는 지자체에 처리를 요청해야 법적인 분쟁을 피할 수 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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