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탄생, 비교의 저주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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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열풍 인스타…국민 절반 이용
15년 열풍 인스타…국민 절반 이용
SNS속 타인 럭셔리, 처지 비판으로
출산율 한 해도 안 거르고 떨어져
SNS속 타인 럭셔리, 처지 비판으로
출산율 한 해도 안 거르고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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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부터 2016년까지 인스타그램 월 실사용자 수는 1억명 가량 폭증했다. 우리나라에선 이젠 국민 절반 가량이 이용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글이 중심이었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산업 지형이 비주얼로 변화했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각자의 모습을 투영하기 시작했다. 보다 직관적으로 타인과 나를 비교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지기 시작한 시점도 이 즈음이다. 2015년 당시 1.24명이었던 합계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를 경신해 지난해엔 0.70명대가 됐다. 일각에선 ‘비교의 문화’가 출산율을 끌어내리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있다. 타인을 보면서 내 인생을 비관하고, 포기하는 분위기가 퍼졌다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공화국=인스타그램 월 실사용자 수는 2016년 6월 5억명을 돌파했다. 이 중 약 1억명은 1년 사이에 늘어났다. 미국에서 시작된 인스타그램이 전세계로 퍼진 시점도 이때다. 인스타그램은 당시 이미 사용자의 80% 이상이 미국 이외 지역에 산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열풍이 거셌다. 이제는 국민 절반이 인스타그램을 이용하는 수준이다.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글에서 비주얼로 SNS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었다.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한국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 조사한 결과,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2019년 2월 1241만명에서 지난 2월 2430만명으로 95.8% 증가했다. 세대별로 보면 인스타그램 사용자는 전 세대에서 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난해 부가통신사업 실태 조사 결과를 봐도 비슷한 현상이 확인된다. 국내 플랫폼 이용자들은 SNS로 인스타그램36.3%을 가장 많이 이용한다고 대답했다. 같은 기간 출산율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 1.09명~1.30명을 오르내리던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15년1.24명 정점을 찍고 지금까지 한해도 거르지 않고 떨어졌다.
▶“인구학자, SNS와 세계 출산율 관계 연구”=SNS산업이 발전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해야 하는 세대의 경쟁 심리는 매우 거세졌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더 직접적으로 마주할 수 있게 됐고, 자신이 처한 처지에 대한 비관이 커졌다. 고소득자 개인의 일상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퍼지면서 ‘나는 결혼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아니다’란 생각이 깊게 박히게 된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인구정책연구센터장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하는 ‘나라경제 1월호’에서 “우리나라는 교육 수준이 높아 성공에 대한 열망은 크고, 특히 청년들은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이 적다고 판단하는데, 그 판단을 다른 사람과의 ‘비교’를 통해 한다”며 “다른 사람과의 비교로 만들어지는 심리적인 밀도도 인구밀도에 포함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멜서스 인구론’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사람들은 생존본능이 생겨 결혼과 출산을 자연스럽게 뒤로 미룬다. 그런데 최근엔 실제 물리적인 밀도 외에 심리적인 밀도도 출산에 영향을 준다는 시각이 생겨났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이 심리 밀도를 높인 원인이 SNS을 중심으로 한 비교의 문화로 지적된다. 특히 이런 문화는 2015년 이후 우리 사회에 더 깊게 박혔다. 인스타그램 열풍이 시작됐고, 유튜브도 비슷한 시기에 누구나 영상을 올리고 구독을 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삶을 올리는 브이로그VLOG도 이 즈음 유행했다.
조 센터장은 “우리나라 출산율이 최근에 더 하락한 원인으로 물리적 밀도 외에 SNS로부터 촉발된 심리적 밀도를 중요하게 보고 있고, 실제로 인구학자들이 SNS와 전 세계 출산율의 상관관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도 “최근 SNS은 더 직관적이고 직접적으로 타인에 대한 정보가 퍼트리고 있고, 이에 늘 자신보다 물질적으로 나은 사람과 비교를 하면서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며 “혼자 사는 삶을 미화하고, 아이를 키우려면 돈을 많이 써야 한다는 인식이 급속도로 생겼다”고 설명했다. 홍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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