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시범아파트인데 우리는?"…분당 선도지구 지정에 희비 교차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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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분당신도시 재건축 1차 선도지구에서 제외된 시범삼성아파트 단지의 모습. 2024.11.27/뉴스1
"역도 여기가 훨씬 가까운데, 왜 우리가..."
서울=뉴스1 윤주현 기자 = 선도지구가 발표된 27일 오후 방문한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시범단지 아파트 일대. 선도지구 제외 소식을 접한 한 시범한양아파트 주민은 "생각지도 못한 결과가 나왔다"며 "주민들의 불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27일 국토교통부는 분당신도시 재건축 1차 선도지구로 △샛별마을2843가구 △양지마을4392가구 △시범단지3713가구 등 3개 구역 총 1만 948가구를 선정했다.
분당은 앞선 1차 공모에서 특별정비예정구역 67곳 중 양지마을 등 총 47곳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를 제출한 단지들의 총가구 수는 분당에 할당된 8000가구의 7.4배에 달한다.
엇갈린 시범단지… 1구역 한숨·2구역 웃음꽃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선정계획을 발표한 5월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2024.5.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이번에 지정된 선도지구 중 가장 눈여겨볼 곳은 시범단지 2구역우성·현대이다. 총 4개 아파트로 이뤄진 서현동 일대 시범단지는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사업성을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 올해 중순 1구역과 2구역으로 갈라섰다.
발표 이전까지는 시범단지 1구역이 유력한 선도지구 후보로 꼽혔다. 주민 동의율도 95%를 넘겨 만점60점을 받았고, 공공기여와 장수명 주택 인증 점수까지 확보했다. 또한 역세권에 자리 잡고 있고 비교적 가구 수도 많아 사업성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다만 샛별마을과 시범단지 2구역 등 주변 단지들이 인근 소규모 단지를 결합하고 공공기여분을 늘리며 선도지구 선정에 적극적으로 나섰다는 후문이다. 선도지구 선정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던 인근 단지들과의 경쟁에서 밀렸던 것으로 보인다.
단지 안에서 만난 시범한양아파트 주민 60대 김 모 씨는 "보면 알겠지만, 시설이 워낙 낙후돼서 이른 시일 내에 재건축해야 한다"며 "선도지구가 전부는 아니지만 역과 가까운 1구역이 떨어질 줄은 생각도 못 했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반면 시범2구역 주민들은 이번 결과에 흡족해하는 분위기다. 시범우성아파트 주민 70대 박 모 씨는 "주민들이 매우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던 우성아파트 가격 상승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시범2구역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재추위에서도 단지 소유주들에게 축하 메시지를 돌리며 선도지구 지정을 자축했다.
김형동 분당 시범2구역 통합재추위 위원장은 뉴스1과의 통화에서 "주변 소규모단지를 결합하고 공공기여분을 늘린 게 이번 선도지구 지정에 큰 역할을 한 것 같다"며 "정비지구지정을 받은 이후 본격적으로 성남시와 조율해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선도지구 발표에 서현역 일대 부동산들도 놀라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대부분 1구역의 선도지구 지정을 확신하고 있었다는 게 일대 부동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시범삼성아파트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대표는 "역세권인 삼성·한신이랑 한양은 무조건 포함될 것이라는 게 모두의 예상이었다"며 "샛별마을 등 다른 아파트들이 소위 풀베팅에 나서 판이 뒤집힌 듯하다"고 설명했다.
발표 직후 선도지구 단지들 문의 늘어…가격 상승은 글쎄
5월 22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의 한 아파트에 재건축 동의율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2024.5.22/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선도지구가 발표되자마자 인근 부동산에는 문의 전화가 쏟아졌다. 특히 평소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나와 있던 매물들에 관심이 쏠렸다.
양지마을 인근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선도지구 발표가 나자마자 시세 대비 낮은 가격에 올라와 있던 매물에 관해 물어보는 전화가 이어졌다"며 "집주인들이 이번 소식을 듣고도 그 가격에 거래할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다만 선도지구 계획이 발표된 이후 지난 몇 개월간 기대감이 어느 정도 가격에 선반영돼 급격한 가격 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실제 서현동 일대 아파트들은 최근 신고가를 연일 경신했다. 한양 아파트 전용 59㎡는 지난달 12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고, 주변 단지 아파트들도 올해 초와 비교했을 때 적게는 1억 원에서 많게는 3억 원까지 오른 금액에 호가를 형성하고 있다.
서현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19억 원에 거래되던 양지금호아파트 50평 매물이 지금은 22억 5000만 원에도 거래된다"며 "선도지구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이미 분당 일대를 휩쓸어 가격은 오를 만큼 올랐다"고 덧붙였다.
다만 선도지구에 선정되지 않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낮은 가격에 거래되는 실망매물이 어느 정도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실거주 수요가 적고 투자 수요가 많은 소형평수 매물들이 이에 해당한다.
시범단지 인근의 부동산 대표는 "최근까지 전용 39㎡12평 매물을 투자 목적으로 구매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선도지구 제외에 실망한 집주인들이 아파트를 내놓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gerra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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