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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돌아갈래"…단종된 디젤차 다시 찾는 용달기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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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회 작성일 24-11-28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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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 트럭 보조금 올해 폐지되자
힘좋은 디젤 중고차 쏠림 역효과
중고 경유 1t 트럭 2000만원 훌쩍
quot;나 돌아갈래quot;…단종된 디젤차 다시 찾는 용달기사들

인천에서 1t 트럭으로 용달 일을 하는 고모62씨는 트럭을 처분하는 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퇴직금 중 일부를 허물고 약 2000만원을 들여 전기 트럭을 산 게 문제였다.

고씨는 “정부 지원금도 많이 준다고 하고, 지구 환경에도 좋다고 해서 덜컥 1t 트럭을 전기차로 샀는데 너무 후회한다”며 “값을 제대로 못 받으니 중고로 선뜻 처분도 못 하고, 단종 전에 경유차를 샀어야 했다”고 말했다.

고씨가 꼽은 전기 트럭의 단점은 세 가지다. 가장 큰 단점은 충전을 충분히 하고 출발해도 무겁게 짐을 싣고 달리면 장거리 일은 못 한다는 점이다. 차가 무거워지면 전비는 나빠질 수밖에 없다. 갈 수 있는 거리에 한계가 있는데 중간에 충전을 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


고씨는 “주문 넣을 때 아예 전기 트럭을 제외하는 사장님들도 많다”며 “1t 트럭은 기동성이 생명인데, 전기 트럭은 시간을 못 맞출 수 있다고 보는 거다. 전기차라 콜을 잡지 못할 때 진짜 속이 쓰린다”고 말했다.

충전 인프라가 부족하고 충전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도 일에 제약을 준다. 고속도로 충전소에서는 대기가 기본이다. 운 좋게 충전기를 선점해도 충전에 30분 이상이 걸린다. 국도로 달릴 때는 충전소를 찾는 게 일이다. 충전 자체에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에 기동력이 떨어진다.

전기 트럭 자체가 용달 업무에 부적합하다는 것도 단점으로 지목된다. ‘무게’가 문제다. 1t 트럭은 최대 1t의 무게만큼 적재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그 이상의 짐을 싣는다. 그래야 경제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 트럭은 배터리 무게만 1t에 이른다. 배터리 무게 1t에 짐 무게 1t이 더해지면 차량 무게는 2t을 훌쩍 넘긴다. 차 자체가 무겁기 때문에 실을 수 있는 짐의 무게에도 한계가 생긴다. 소형트럭 사업을 하는 이들에게는 전기차의 무게 자체가 페널티처럼 다가오는 셈이다.


대구에서 용달 일을 5년째 하는 김모67씨는 “전기 트럭으로 시작하면 용달 사업자를 바로 받을 수 있다고 해서 동생에게 추천했다가 원망을 많이 들었다”며 “사업자는 쉽게 냈지만 돈을 못 버니 동생이 영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전기 트럭의 사업성에 불만이 팽배한 가운데 정부 지원금은 전기차로만 몰리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올해만 해도 6300억원이 1t 전기 트럭에 대한 지원금 예산으로 책정됐다. 하지만 전기 트럭의 수요는 예산을 절반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예산도 남아돈다. 무공해차 통합누리집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900대 분량의 1t 트럭 지원금을 배분했으나 27일 기준 서울에서 개인사업자가 보조금을 받고 전기트럭을 출고한 사례가 104건에 불과하다. 예산의 11.6%만 쓰였다. 90% 가까이가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 지원금은 예산을 쓰지 못하는 지경인데, 정작 수요가 많은 LPG 트럭은 지원금이 완전 삭감됐다. 정부는 2019~2023년까지 전동화 전환의 과도기에 LPG 트럭 구매에 보조금을 지원해왔다. 국비와 지방비를 절반씩 부담해서 2019~2021년에는 400만원, 2022년 200만원, 2023년 100만원씩 지원했다. 일몰법으로 올해부터 보조금 지원이 폐지됐는데, 전기 트럭과 LPG 트럭의 양자택일밖에 선택지가 없는 사업자들은 난관에 빠졌다.


LPG 지원금은 폐지됐고, 경유디젤 트럭은 단종됐다. 지난해 출고된 경유 트럭이 일부 판매되고 있으나 소진 시점에 이르면서 용달 사업자들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전기 트럭으로는 사업을 하기 힘드니, 친환경차 보조금을 LPG 트럭으로도 확대해달라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전국개인소형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는 지난달 말 환경부에 LPG 환경보조금 폐지를 철회해달라는 요구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 반응은 “친환경 정책상 LPG 보조금 지원은 힘들다”는 입장이 되풀이되고 있다.

조금래 전국개인소형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합회 전무는 “전기차만큼은 아니어도 LPG가 경유트럭보다 친환경 차다. 전기 트럭은 사업자 입장에서 유용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선택하기 힘들다”며 “화물 운전자는 시간이 돈인데 전기차로는 안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 LPG 트럭 지원금은 절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00만원이 얼마나 도움될까 싶지만 소상공인에게 100만원은 적잖은 돈이다. 조 전무는 “은퇴한 60대들이 용달을 하는 경우가 많다. 월수입이 많아야 200만원 정도”라며 “대부분은 할부로 차를 구매하는데, 월수입의 절반인 100만원은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전기차에 대한 불만족, 경유차 단종, LPG 차량 보조금 폐지는 뜻밖의 역효과를 내고 있다. 중고 경유 트럭으로 수요가 몰리면서다. 친환경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경유 트럭을 단종시켰더니 배기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는 중고 경유차가 비싼 값에 거래되는 아이러니가 빚어지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경유 1t 트럭의 중고 시세는 지난해 기준 1년 미만 차량의 경우 2200만~2600만원에 거래됐다. LPG 트럭과 비슷한 가격이다. 조 전무는 “같은 값이면 연비와 성능을 고려해 경유를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3년 된 차도 최대 2300만원, 5년을 운영한 차량의 경우도 많게는 1800만원을 들여야 중고를 살 수 있다. 2021년만 해도 5년 된 중고 1t 경유 트럭의 시세는 1200만~1500만원이었다. 3년 새 300만원 이상 시세가 뛰었다. 올해는 상황이 더 나쁘다. 한 중고트럭 딜러는 “경유 트럭이 매물로 나오면 순식간에 팔린다”고 귀띔했다.

용달 사업자들이 경유차를 선호하는 게 단순히 돈 때문만은 아니다. 비용이 덜 들고 힘도 좋은 트럭으로 일을 해야 덜 힘들다. 진아람 부산 개인소형화물자동차 운송사업연협회 부장은 “전기차를 타고 다니면 겨울엔 히터도 틀 수 없다고 한다. 고령의 사업자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을 해야 하는 게 맞느냐”며 “하루 벌이를 소중히 여기는 사장님들에게 정부 지원금은 실질적인 도움일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든든하게 해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부작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산 전기 트럭에 보조금 쏠림 현상을 우려한다. 아직 중국산은 BYD의 T4K 정도가 팔리는 수준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10월 T4K는 498대 팔리며 1t 트럭 판매 비중의 0.5% 정도를 차지했다. 하지만 저가의 중국산 전기 트럭이 밀려오면 정부 보조금을 받아 1000만원 이하에 트럭을 구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친환경을 위한 정책이 경유차량 사용 연한을 사실상 늘리며, 정부 보조금은 중국 기업에 돌아가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잖다.

진 부장은 “전기차 보조금이 중국으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면 이게 맞는가 싶고, 안타까운 심정이 든다”며 “친환경 전환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LPG 보조금은 못 받고 전기차는 사업성이 떨어지니 디젤 중고로 되돌아가는 건 친환경적이지 않은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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