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세수 펑크에 역점 사업 AI 교과서 예산도 줬다 뺏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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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7일 대구에서 열린 교실혁명 컨퍼런스에서 선도교사가 AI 디지털교과서 시제품을 시연해보고 있다. 탁지영 기자
올해 30조원 규모의 세수 결손을 메우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지방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삭감하면서 주요 사업 예산을 지급했다가 돌려받는 사례가 발생했다. 정부의 감세 정책과 경기 둔화로 세수가 예상보다 덜 걷힌데도 정부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저하면서 일선 교육청이 피해를 입게 됐다.
28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기재부는 이달 중순 교육부를 통해 17개 시·도 교육청에 인공지능AI 교과서 관련 특별교부금을 감액 조정한다고 알렸다. 2억8400만원 감액 통보를 받은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세수 감소에 따른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조정으로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지원 특별교부금을 줄인다’는 공문을 디지털 기반 교육혁신 선도학교이하 디지털 선도학교에 보냈다. 디지털 선도학교는 AI 교과서 도입에 대비해 에듀테크 기업이 만든 교육용 소프트웨어인 AI 코스웨어를 활용해 수업하는 곳이다.
AI 교과서는 내년 초등학교 3∼4학년·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된다. 교과목은 영어·수학·정보다. 정부는 이에 대비해 ‘디지털교육혁신수요’ 특별교부금 5333억원을 편성했다.
당초 정부와 국회는 내국세의 3%로 충당하는 특별교부금을 올해부터 3년간 일시적으로 3.8%로 올리고, 늘어난 부분을 AI 교과서 관련 예산으로 배정했다. 그런데 올해 30조원 가량의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서 기재부가 예산을 ‘줬다 빼앗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도 교육청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일부 교육청은 특별교부금을 회수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을 교육부에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서울시교육청은 기재부·교육부가 요청한 감액분을 자체 예산으로 충당하지 못했고, 결국 디지털 선도학교가 예산을 뱉어내게 되면서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커졌다. 다만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기존에 하던 학교별 사업이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미 예산을 다 써서 남은 재원이 없는 학교에 부담가게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세입·세출을 바로잡지 않고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임의 삭감 방침을 고수하면서 이같은 사태는 예견됐다. 기재부는 감세정책과 경기부진으로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나자 지방정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줘야 할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18조6000억원을 불용 처리하고 주지 않았다. 올해에도 세수 감소로 6조5000억원 규모의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기재부는 이번 조치가 적법하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 43조는 “기재부 장관은 필요한 때에는 분기별 예산 배정계획을 조정하거나 예산 배정을 유보할 수 있으며, 배정된 예산의 집행을 보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관계부처 장관급 협의를 포함한 여러 차례의 협의를 진행해 지자체·교육청부담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했다”고 했지만 주요 사업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주지 않은 것이 국회의 예산안 심의·확정 권한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회가 예산안 심의를 통해 확정하고, 지자체는 확정된 예산에 따라 지방예산을 편성했는데 중앙정부가 이를 준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AI 교재 예산에 따라 관련 기자재 납품 업체가 제품을 만들어도 정부가 임의로 예산을 삭감해 허탕이 될 수 있다”며 “여야 합의로 확정된 예산이 부도수표가 된 꼴”이라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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