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태생은 착했는데…나쁜 실손 낙인찍힌 이유[실손지옥]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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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실손의료보험이 ‘과잉진료·의료쇼핑→의료비 증가→보험료 인상’의 악순환에 빠졌다. ‘실손지옥’의 주범은 ‘비급여 과잉진료’다. 전국민을 의료대란의 공포로 몰아넣은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초래한 주범이기도 하다. 이같은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보험개혁회의와 의료개혁특위는 ‘비급여 관리 강화’를 골자로 한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그동안 지적돼 온 실손보험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개선방안을 짚어봤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탈선을 막기 위해 보장범위·한도를 줄이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등 수차례 제도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병원의 ‘과잉진료’와 환자의 ‘의료쇼핑’으로 인한 ‘나쁜실손’의 탄생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사실상 실제 지출된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사라졌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은 실제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1999년 출시됐다.
당시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출시를 적극 환영했다. 보장성보험 상품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손보사들은 실손보험 출시와 동시에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이후 생보사들도 판매가 허용되면서 실손보험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과잉의료와 소비자의 의료쇼핑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가파르게 악화됐고, 실손보험 적자도 해마다 심각해졌다. 지난 2021년 7월 출시돼 현재까지 판매 중인 4세대 실손보험의 올해 1분기 위험손해율은 134.5%로 전년 동기 115.6% 대비 18.9%포인트 악화됐다. 156.3%를 기록한 3세대 실손보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제도 유지를 위해 여러 차례의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실시했다.
실손보험은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출시됐고, 이는 가입 시점에 따라 구별되며, 각 세대별로 자기부담금, 갱신주기 및 만기, 보장범위 등이 차이가 있다. 사실상 실제 지출된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사라진 것이다.
실손보험 수차례 개편…자기부담금 오르고, 갱신 짧아지고
가장 처음 출시돼 ‘구 실손’으로 불리는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가장 큰 특징은 자기부담금이 없다. 자기부담금이 없는 만큼 이 상품까지는 실손보험을 통해 거의 모든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만기도 80세 또는 100세이고, 갱신주기는 3년 또는 5년으로 만기와 갱신주기가 역대 실손보험 중 가장 길다.
이후 ‘표준화 실손’으로 불리는 2세대 실손보험이 2009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판매된다. 여러 차례 갱신을 통해 실손보험 중에서는 가장 장수한 상품인데, 이때부터 자기부담금이 처음으로 생겼다. 2009년까지 10%였던 자기부담금은 2013년 이후 20%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또 갱신주기도 3년으로 짧아졌다. 이때부터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신 실손’으로 불리는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자기부담금이 기본형 20%에 특약은 30%로 나눠졌고, 보험금 누수가 많은 도수치료·비급여 주사·MRI 등은 특약으로만 보장한다. 또 만기 15년에 갱신주기는 1년으로 개편되면서 이때부터 실손보험료가 매년 오르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리고 2021년 7월부터 일명 ‘착한실손’으로 불리는 4세대 실손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손해율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상승하는 차등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갱신은 1년으로 3세대 실손보험 동일하지만, 만기는 5년으로 짧아졌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보험소비자의 의료쇼핑을 억제할 목적으로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착한실손’은 이전에 출시된 1세대·2세대·3세대 실손보험보다 더 빠르게 ‘나쁜실손’으로 전락했다.
‘착한실손’이라던 4세대 실손이 ‘나쁜실손’으로 전락한 사연
올해로 출시 4년 차로 접어든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4.5%로 출시 첫해인 2021년 말 64.4%와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출시된 3세대 실손보험의 출시 4년 차 손해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3세대 실손보험의 출시 4년 차 손해율은 103.6%다. 특히,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속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가팔라지고 있어 조만간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지난 20여년간 실손보험의 보장축소, 보험료 인상 등 제도개선을 통해 실손보험 정상화에 나섰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인상 차등제까지 도입해 보험소비자의 실손보험 남용을 막는 장치까지 마련했지만,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결국,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칼을 뽑았다.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은 ‘비급여’를 실손보험 제도 근간을 훼손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로 구성된 의료개혁특위는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내놓고 추진 중이다. 또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로 구성된 보험개혁특위도 연말까지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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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며 지난 2021년 7월 출시돼 현재까지 판매 중인 4세대 실손보험의 올해 1분기 위험손해율은 134.5%로 전년 동기 115.6% 대비 18.9%포인트 악화됐다. 156.3%를 기록한 3세대 실손보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서울=뉴스1 박재찬 보험전문기자 = 실손의료보험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착한’ 목적으로 지난 1999년 등장됐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현재 실손보험은 ‘나쁜보험’의 대표 상품으로 낙인찍혔다.
그동안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탈선을 막기 위해 보장범위·한도를 줄이고, 보험료를 인상하는 등 수차례 제도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병원의 ‘과잉진료’와 환자의 ‘의료쇼핑’으로 인한 ‘나쁜실손’의 탄생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사실상 실제 지출된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사라졌다”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고 있는 실손의료보험은 국민들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않은 실제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으로 1999년 출시됐다.
당시 보험사들은 실손보험 출시를 적극 환영했다. 보장성보험 상품 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던 손보사들은 실손보험 출시와 동시에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섰다. 이후 생보사들도 판매가 허용되면서 실손보험 판매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의료기관의 과잉의료와 소비자의 의료쇼핑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가파르게 악화됐고, 실손보험 적자도 해마다 심각해졌다. 지난 2021년 7월 출시돼 현재까지 판매 중인 4세대 실손보험의 올해 1분기 위험손해율은 134.5%로 전년 동기 115.6% 대비 18.9%포인트 악화됐다. 156.3%를 기록한 3세대 실손보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결국 금융당국은 제도 유지를 위해 여러 차례의 실손보험 제도 개선을 실시했다.
실손보험은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출시됐고, 이는 가입 시점에 따라 구별되며, 각 세대별로 자기부담금, 갱신주기 및 만기, 보장범위 등이 차이가 있다. 사실상 실제 지출된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사라진 것이다.
실손보험 수차례 개편…자기부담금 오르고, 갱신 짧아지고
가장 처음 출시돼 ‘구 실손’으로 불리는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가장 큰 특징은 자기부담금이 없다. 자기부담금이 없는 만큼 이 상품까지는 실손보험을 통해 거의 모든 의료비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만기도 80세 또는 100세이고, 갱신주기는 3년 또는 5년으로 만기와 갱신주기가 역대 실손보험 중 가장 길다.
이후 ‘표준화 실손’으로 불리는 2세대 실손보험이 2009년 10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판매된다. 여러 차례 갱신을 통해 실손보험 중에서는 가장 장수한 상품인데, 이때부터 자기부담금이 처음으로 생겼다. 2009년까지 10%였던 자기부담금은 2013년 이후 20%로 확대되기 시작했다. 또 갱신주기도 3년으로 짧아졌다. 이때부터 모든 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은 사실상 사라진 것이다.
‘신 실손’으로 불리는 3세대 실손보험은 2017년 4월부터 2021년 6월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자기부담금이 기본형 20%에 특약은 30%로 나눠졌고, 보험금 누수가 많은 도수치료·비급여 주사·MRI 등은 특약으로만 보장한다. 또 만기 15년에 갱신주기는 1년으로 개편되면서 이때부터 실손보험료가 매년 오르는 구조로 바뀌었다.
그리고 2021년 7월부터 일명 ‘착한실손’으로 불리는 4세대 실손보험이 판매되기 시작했다. 손해율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 전체를 특약으로 분리해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가 상승하는 차등제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갱신은 1년으로 3세대 실손보험 동일하지만, 만기는 5년으로 짧아졌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보험소비자의 의료쇼핑을 억제할 목적으로 금융당국이 야심차게 내놓은 ‘착한실손’은 이전에 출시된 1세대·2세대·3세대 실손보험보다 더 빠르게 ‘나쁜실손’으로 전락했다.
‘착한실손’이라던 4세대 실손이 ‘나쁜실손’으로 전락한 사연
올해로 출시 4년 차로 접어든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134.5%로 출시 첫해인 2021년 말 64.4%와 비교해 두 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지난 2017년 출시된 3세대 실손보험의 출시 4년 차 손해율보다 훨씬 빠른 속도다. 3세대 실손보험의 출시 4년 차 손해율은 103.6%다. 특히, 4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속도가 해를 거듭할수록 가팔라지고 있어 조만간 3세대 실손보험 손해율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지난 20여년간 실손보험의 보장축소, 보험료 인상 등 제도개선을 통해 실손보험 정상화에 나섰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은 보험료 인상 차등제까지 도입해 보험소비자의 실손보험 남용을 막는 장치까지 마련했지만,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 속도는 더 빨라졌다.
결국,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해 정부가 칼을 뽑았다. 금융당국과 보건당국은 ‘비급여’를 실손보험 제도 근간을 훼손시키는 주범으로 지목했다. 이에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로 구성된 의료개혁특위는 비급여와 실손보험 개선 방안을 내놓고 추진 중이다. 또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로 구성된 보험개혁특위도 연말까지 실손보험 제도 개선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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