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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줄에 8000원 vs 1000원"…인기 폭발한 김밥집 비밀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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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3회 작성일 24-10-04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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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부터 한 줄 1000원"…양극화된 김밥
채솟값 폭등에 원가 상승 압박 시달리는 김밥
다양한 재료 직접 선택하는 프리미엄 김밥
미끼 상품으로 1000원 초저가 유지도
"가격 민감성 강한 김밥…양극화 당연"

4일 서울 성수동의 한 커스터마이징 김밥집에서 주문한 김밥의 조리 과정. / 사진=성진우 기자



김밥에 들어가는 식자재 채소들의 가격이 최근 큰 폭으로 오르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가 직접 김밥 재료를 커스터마이징하는 김밥집이 인기를 끌고 있다.

4일 점심 무렵 찾은 서울 성동구 성수동 풀리 김밥에는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곳은 소비자가 직접 재료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입소문을 탔다.


◆ 김밥도 커스터마이징 시대 "질리지 않는 다이어트"

조리대에는 우엉, 당근, 단무지 등 기본 속재료부터 닭가슴살, 훈제오리, 데리야키 치킨, 소불고기 등 다양한 재료가 마련돼있었다. 밥도 백미, 흑미, 현미 귀리 중 선택할 수 있다.

키오스크에서 닭가슴살 김밥에 아보카도, 스리라차마요 소스를 추가해 봤다. 금액은 8000원이었으며 일반 김밥과 비교해 확실히 두툼하고 알찼다.

가게를 찾은 30대 이모 씨는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종류를 고를 수 있는 편의점 김밥보다 더 양이 실하고, 분식집서 간편하게 먹던 김밥이 아니라 제대로 된 요리 같은 느낌"이라며 "가격도 자신이 고르는 재료에 따라 결정되는 거라 크게 부담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20대 직장인 최모 씨 또한 "가격이 부담됐는데 먹어보니 후토마키일본식 김밥 같다"고 말했다.

4일 서울 성수동의 한 커스터마이징 김밥집의 조리대왼쪽와 완성된 김밥. / 사진=성진우 기자


이상민 풀리김밥 대표는 "김밥은 저렴한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했지만, 자신이 먹고 싶은 재료를 풍성하게 넣어주는 맞춤형 김밥이라면 충분히 소비자에게 통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픈 초기에는 하루 10만원 파는 날도 있었지만, 최근엔 1호점인 성수점 기준 매출이 월 5000만원 이상"이라며 "손님 대부분은 2030 여성"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초 한식 커스터마이징을 표방하는 이곳에서는 취향에 따라 김밥과 비빔밥을 1만가지 이상 조합으로 즐길 수 있다. 주재료부터 밥, 토핑, 소스까지 선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2년 12월 성수동에 처음 문을 연 이후 하루 200인분 이상 판매될 정도로 MZ세대와 직장인 중심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으며 최근엔 양재역점 이풀리도 오픈했다.

풀리김밥 고객들은 "키토김밥을 좋아하는데 달걀이 아닌 두부김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은 처음이었다", "내 취향대로 커스터마이징해서 먹을 수 있고 백미 현미 귀리 등 다양하게 먹으니 다이어트 중에도 질리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 실속파 위한 1000원 김밥집 생존 비결은

고급화 전략으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은 김밥집이 있다면 초저가 전략을 내세우는 가게도 있다. 서울 중랑구에 있는 1000원 김밥집은 먹방 유튜버인 쯔양이 다녀간 후 더욱 유명세를 치렀다.

단 1000원 김밥은 포장만 가능하다. 가게가 작은 테이블 네 개뿐인 소규모 업장이고 이 가격에 김치 등 다른 반찬을 내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워서다. 또 구매도 1인당 최대 5개로 제한돼있다. 포장 손님은 오전부터 오후 1시까지 꾸준히 이어졌다.

40대 김모 씨는 "지금 연휴가 많이 끼어있어서 그렇지 원래 점심에 이 좁은 곳에 포장 손님들이 많이 찬다"며 "크기도 좀 작고 투박하지만, 이 가격에 김밥을 파는 곳이 있는 게 다행"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중랑구의 1000원 김밥을 판매하는 가게 내부 / 사진=성진우 기자


1000원 김밥의 속재료는 총 6가지다. 계란, 당근, 햄, 어묵, 단무지에 시금치 대신 다시마가 들어간다. 6년 전부터 김밥 가격을 1000원에 유지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곳을 운영하는 60대 이모 씨는 "간혹 김밥 속 시금치를 찾는 손님도 있지만, 만약 지금 시금치를 넣는다면 아마 김밥 한 줄에 들어가는 시금치 가격만 1000원에 육박할 것"이라며 "워낙 물가가 올라서 그런지 요즘은 하루에 1000원 김밥 손님만 2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밥을 사가면서 라면 등 다른 음식도 같이 사가는 경우가 많다 보니 마진이 거의 남지 않아도 앞으로 계속 1000원 김밥을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4일 서울 중랑구의 1000원 김밥을 판매하는 가게 내부 / 사진=성진우 기자


전문가들은 김밥이 가지고 있는 가격 민감성에 주목했다. 가격에 대한 심리적 저항선이 강한 음식이란 점에서 프리미엄과 초저가 김밥으로 소비 행태가 양분화됐단 분석이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가격이 오르면 수요가 떨어지는 상품을 두고 가격 탄력성이 높다고 표현하는데, 김밥은 여기에 해당하는 대표적인 외식 품목"이라며 "소비자를 납득 시키기 위해선 고가에 대한 명분 혹은 오히려 초저가인 파격 전략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소비의 양극화는 김밥 같은 품목에선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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