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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고객 요구에 대응 안한 삼성, 시대 변화 못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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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회 작성일 24-10-21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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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삼성전자, 전문가 진단] [3]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쇠락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DB·그래픽=박상훈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해 쇠락했던 일본 반도체 산업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조선일보 DB·그래픽=박상훈

“예전 D램 같은 메모리 반도체는 대량생산을 해서 고객사에 판매하는 ‘범용 제품’이었다. 하지만 고대역폭 메모리HBM 같은 인공지능AI 반도체는 메모리라 하더라도 고객 맞춤형으로 만들어야 한다. 삼성은 이런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일본 반도체가 삼성전자에 따라잡혔듯이, 삼성 반도체도 곧 중국에 추월을 당할 수 있다.”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권석준 교수는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안전한’ 기술만 해서는 삼성전자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삼성이 D램 반도체에서 수십조 원의 천문학적 수익을 내다 보니, 반도체 시장의 변화에 둔감해졌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권 교수는 한·중·일 반도체 산업의 역사와 한국 반도체가 직면한 과제를 다룬 책 ‘반도체 삼국지’의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권 교수는 “결국 삼성 위기의 본질은 기술”이라며 “내부 의사 결정을 효율화하는 것뿐 아니라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기술 개발의 전권을 맡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삼성전자가 반도체 시장에서 놓친 부분이 뭔가?

“예전 메모리 시장은 ‘치킨 게임죽기 살기식 경쟁’으로 가격을 낮춰 장악할 수 있는 ‘범용 메모리’ 위주였다. 지금은 철저하게 고객 맞춤형인 AI 메모리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다. 그 변화의 타이밍을 삼성전자가 잡지 못했다. 반면 메모리 2등인 SK하이닉스는 고객의 요구 사항을 다 맞춰가면서 만들어줬다. 이런 신뢰 관계를 통해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 납품하며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포지션을 선점했다.”권 교수는 메모리도 파운드리처럼 고객 맞춤형으로 변한다는 뜻에서 ‘메모리 파운드리’라는 표현을 썼다.

-삼성이 변화의 타이밍을 놓친 이유는?

“우선 고대역폭 메모리HBM 자체가 별로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후 HBM 시장성을 알았지만, 결정을 수정하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린 게 문제였다. 천문학적 수익을 내던 D램의 캐퍼생산 능력를 줄여가면서 HBM 같은 새로운 시장에 모험적으로 투자하는 게 보수화되어 가고 있던 삼성에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삼성을 세계 1등으로 만들어 준 사업 방식에서 벗어날 준비가 안 되어 있었다.”

-예전의 삼성은 빠르고 과감한 판단으로 이런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장점이었는데.

“삼성은 D램 공정에서도 발열 문제, 성능 불안정성 등의 예상치 못한 문제를 발견했다. 설계의 문제일 수도, 공정의 문제일 수도 있는데, 관련 부서에서 서로 책임을 회피하며 갈등을 충분히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계와 공정을 모두 꿰뚫고 부처를 초월해 문제를 해결할 리더십이 부재했다. 이런 누적된 문제가 HBM 같은 새로운 사업 영역에서 증폭된 것이다. 되는 기술만 하는 방식은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타이밍을 계속 놓치게 만든다. 10~20년 전 PC에서 모바일 중심으로 시장의 변화를 놓친 일본의 전철을 삼성이 밟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삼성은 일본을 배우며 성장했고, 결국 극복했다. 그런데 그 쇠퇴의 전철도 따라가나?

“2000년대 초, 일본 정부와 산업계가 절치부심, 야심 차게 통합시켜 출범시킨 일본의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 엘피다는 전 세계 모바일 D램 표준을 가장 먼저 제안할 만큼 기술력이 앞서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칩 크기 축소와 집적도 향상에 치중하다 보니,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했다. 낸드플래시 선두 업체였던 후지쓰는 2010년 전후 PC에서 스마트폰 중심으로의 전환을 놓치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런 위기 속에서 일본은 삼성의 거센 추격을 받고 쇠락했다. 현재 삼성은 대만의 TSMC를 따라잡고, 중국의 도전을 뿌리쳐야 하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삼성 파운드리와 TSMC의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다.

“삼성과 TSMC는 14나노까지는 비슷한 공정 수율과 기술을 보였다. 그런데 10나노 이하에서부터 두 회사의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삼성의 양산 수율收率·생산품 대비 정상품의 비율은 TSMC 대비 10% 이상 격차가 벌어졌다. 그로 인해 웨이퍼당 생산 원가가 올라가고, 주요 고객사들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됐다. 10나노 이하 공정에서는 같은 장비를 사용하더라도, 공정 기술 노하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노하우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최첨단 공정 경쟁을 하다 문제가 생긴 것이다.”

-TSMC를 따라잡기 힘들다면 삼성은 파운드리를 포기해야 하나?

“파운드리 사업 자체는 한국의 반도체 전략 전반적인 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파운드리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14나노 이상 레거시범용 파운드리를 분리하는 방법이 있다. TSMC도 처음에는 공기업으로 출발했던 것처럼 정부가 공기업을 만들어 삼성전자의 레거시 라인을 인수하고 이를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으로 파운드리의 고객사 기업 전용으로 개방하는 것도 아이디어다. 10나노 이하급의 첨단 공정 파운드리는 일부를 ‘하이브리드 메모리저장을 하는 D램에 연산 기능을 추가한 것’ 등으로 전용하고 일부는 해외 AI 반도체 전용으로 상시 운영하는 것이다.”

-중국 반도체의 도전은 어떻게 평가하나?

“중국은 2010년대 중반부터 본격적으로 국가 주도의 반도체 산업 내재화 정책에 따라 투자가 대규모로 집중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같은 기업들이 현재 글로벌 3위인 마이크론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낸드 플래시 분야에서는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같은 기업이 삼성전자나 하이닉스와 기술 세대가 1년 이내로 좁혀진 상황이다.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인 SMIC는 중국 내의 안정적인 팹리스 고객들의 물량을 바탕으로 공정 기술의 진보, 선행 공정 노하우 축적, 양산 규모 확대의 안정적인 사이클에 접어들었다.”

-중국의 반도체가 한국을 넘어설 수 있을까?

“대형 LCD 시장,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 등에서 이미 중국 업체들이 지배력을 보이고 있는 것과 비슷하게, 적어도 범용 반도체 시장에서는 중국의 글로벌 시장 잠식이 진행될 것이다. 다만 미국의 대중 견제가 지속되면, 미국 주도의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한국의 제조 강국 지위는 당분간 유지될 수는 있다. 중국의 현재 방식은 기본적으로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가 있어야 가능한데, 중국 경제가 안 좋아져 정부 지원이 감소할 경우 수많은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도산이 있을 수 있다.”

☞HBM고대역폭 메모리

데이터를 읽고 쓰는 메모리 반도체 D램의 일종. 스마트폰이나 PC에 쓰이는 범용 D램과 달리 HBM은 D램을 여러 단 쌓아 만든 제품으로 대용량 데이터를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반도체다. 범용 D램과 달리, 고객사의 요구에 성능과 사양을 맞춰야 납품할 수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로 반도체 신소재와 차세대 반도체 전문가로 꼽힌다. 서울대 공과대학 화학생물공학부에서 학·석사,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정학적 측면에서 한·중·일 반도체 산업을 분석한 ‘반도체 삼국지’라는 책이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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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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