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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째 사법 족쇄 발목 잡힌 이재용…"삼성 위기 극복할 기회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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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9회 작성일 24-11-25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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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최후진술서 삼성 위기 첫 언급

李 "지금의 현실 녹록지 않아
회사의 미래 위해 합병 결정
개인적 이익 취할 의도 없었다"

檢, 경영권 승계 부당합병 혐의
2심서도 징역 5년·벌금 5억 구형
재판부, 내년 2월 3일 선고
9년째 사법 족쇄 발목 잡힌 이재용…

lt; 2심 결심 공판 출석중인 李회장 gt;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5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삼성 부당 합병 혐의 관련 2심 결심 공판에 굳은 표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연합뉴스


“저희삼성가 맞이한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나아가겠습니다. 기회를 주십시오.”

25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부장판사 백강진 김선희 이인수 심리로 열린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결심공판. 재판 시작 후 5시간30분이 지난 오후 7시30분께 최후 진술 기회를 얻은 이 회장은 준비해 온 종이에 적은 글을 읽어 내려갔다. 최지성 전 삼성전자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사장 등 다른 피고인의 선처를 호소할 때는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5분 정도 이어진 최후 진술에서 이 회장은 최근 빠르게 확산하고 있는 ‘삼성전자 위기론’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사업 정상화를 이끌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지난해부터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경쟁사에 밀리는 모습을 보이자 산업계에선 “삼성의 기술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회장은 “삼성의 미래에 대한 우려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잘 안다”며 “누군가는 근본적 위기라고 하면서 이번에는 이전과 다를 것이라고 걱정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 저희가 맞이한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녹록지 않다”며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반드시 극복하고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회사를 정상화할 기회를 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이 회장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삼성으로 거듭나도록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하겠다”며 “부디 제 소명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검찰은 “이 회장의 경영 승계를 목적으로 삼성물산 주주의 이익과 무관하게 합병이 추진됐고, 각종 부정거래 행위가 수반됐다”며 이 회장에게 1심과 같은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은 검찰이 제기한 의혹과 관련해 “개인적 이익을 취하기 위해 주주에게 피해를 주거나 투자자를 속일 의도는 결단코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국 대표 기업 삼성을 이끄는 총수로서 회사의 성장과 주주의 이익을 고려해 합병 등과 관련한 경영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는 “기업가로서 회사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방안이 무엇인지 늘 고민해 왔다”며 “합병 추진을 보고받고 두 회사의 미래에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책임 경영에 대한 의지도 밝혔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을 준비하면서 올해 초 1심 판결을 선고받던 때가 떠올랐다”며 “3년이 넘는 오랜 재판 끝에 무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안도감보다는 훨씬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과 제게 보내주신 애정 어린 비판과 격려를 접하면서 회사 경영에 대한 새로운 각오도 마음속 깊이 다졌다”며 “국내는 물론 세계 곳곳의 여러 사업가와 전문가를 만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고, 국내외 현장에서 뛰는 여러 임직원과 소통하며 삼성의 미래를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2015년 경영권 승계와 그룹 내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합병하는 과정에 불법 개입한 혐의 등으로 2020년 9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올 1월 이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불복한 검찰은 항소 후 1300여 쪽에 이르는 항소이유서를 내고, 2100여 개에 달하는 추가 증거를 재판부에 제출하며 뒤집기에 나섰다. 재판부는 항소심 선고 기일을 내년 2월 3일 오후 2시로 지정했다.

황정수/민경진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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