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일하다 다쳐도 월세 걱정…영세 상인들 "산재가 뭐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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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4만여명 중 가입률 0.86% 불과
영세 상인일수록 가입 않고 부상↑
전액 본인이 내 고정비 지출 부담
정부 법적 근거 있지만 예산 전무
영세 상인일수록 가입 않고 부상↑
전액 본인이 내 고정비 지출 부담
정부 법적 근거 있지만 예산 전무
경기도 양주에서 8년째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박모36씨는 온몸이 데이거나 베이는 일이 잦지만 한 번도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한 적이 없다. 박씨는 “찾아오는 손님은 반 토막 나고 월세와 인건비로만 1000만원 이상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매달 나가는 보험료는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50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의 산재보험 가입률이 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의 가입률이 저조했는데, 이들의 산재율은 평균보다 높았다. 그러나 내년 소상공인 산재보험 지원 예산은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았다. 몸이 재산인 소상공인들이 정작 ‘산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와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자영업자 574만5000명 중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주는 4만9376명7월 말 기준에 그쳤다. 비율로 따지면 0.86%에 불과했다.
직원 없이 홀로 일하는 1인 사업주의 경우 가입률이 더 저조했다. 통계청이 집계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430만6000명 중에 산재보험 가입자는 2만2738명0.53%이었다. 2022년부터 2년여간 1인 사업주는 3만9000명 늘었지만 산재보험 가입자는 되레 1700명 넘게 줄었다.
가게 규모가 작은 소상공인일수록 산재 가입률이 낮았지만, 이들이 일하는 과정에서 부상을 입을 확률은 훨씬 높았다. 전체 업종의 평균 재해율은 지난해 기준 0.66%인 반면 5인 미만 사업장은 1.11%였다. 더 위험한 근로 환경에 놓인 이들이 오히려 보호는 덜 받으며 일하고 있는 셈이다.
소상공인 대상 산재보험은 본인이 신청하면 언제든 가입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영세 자영업자들의 가입률이 저조한 가장 큰 원인은 보험료 부담 때문이다. 자영업자의 경우 근로자와 달리 산재보험료가 전액 본인 부담이다. 최고 요율이 1.8%육상 및 수상운수업 수준으로 높은 편은 아니지만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상황에서 추가 지출을 선뜻 결정하기는 어렵다.
경기도 용인에서 한과를 판매하는 A씨30·여는 산재보험 가입 의사를 묻는 질문에 “지금도 이미 하루 12시간씩 주 6일을 일하는데 못 버는 달에는 수익이 100만원도 나지 않는다”며 손사래를 쳤다. A씨는 “별도 지원 없이 내가 전부 부담해야 하는 보험이다 보니 매달 고정적으로 나가게 될 비용이 부담스럽다”며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것도 아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박씨도 “있던 직원들마저 내보내며 장사를 유지하고 있는데 산재보험료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다. 주변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도 산재보험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자영업자들이 비용 부담에 눌려 사고에 제대로 대비하지 못하는 현 상황을 해소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는 마련돼 있지만 제 기능을 못 하고 있다. 허 의원실에 따르면 2025년도 예산안에 소상공인 산재보험료 지원에 관한 예산은 전무하다. 앞서 정부는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산재보험료 지원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개정안은 산재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의 보험료 일부를 정부가 부담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정작 소상공인 산재보험료를 지원할 예산이 한 푼도 배정되지 않으며 이 같은 노력은 유명무실하게 됐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영업자 산재보험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험료 부담”이라며 “가게 매출로 하루하루 생계를 꾸리는 이들은 소액의 추가 고정지출도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많다. 최소한 취약계층에 한해서는 사회안전망 투자 개념으로 산재보험료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허 의원은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발생률이 높아 산재보험 지원이 필요하지만 정부는 시행령만 개정하고 2025년도 예산에 편성도 안 했다”며 “내년 예산 심사 과정에서 자영업자 산재보험료 지원 예산에 대해 꼼꼼히 살펴보고 필요 시 예산 편성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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