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반 만에 임대료 5배 이상 폭등…기존 상인들 "못 버티고 장사 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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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 진절머리” 백종원이 꼬집은 예산시장 가보니
친인척 많은 지역사회
임대차보호법도 눈치
시장 변신 도운 백씨
“시장 통째 옮길 수도”
“시장이 재개장하기 전 평당 100만원이면 살 수 있던 가게가 지금은 1000만원이 넘으니 10배 이상 뛴 거쥬. 10평짜리 가게 매매가격이 1억300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슈.”
지난 21일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 인근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마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임대료를 비싸게 올려 받으려고 하는지 시장 주변에 텅 빈 가게와 상가 건물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루 방문객 30명도 되지 않던 전통시장이 하루 수천명이 모여드는 명소가 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올해 들어 370만명, 누적 74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예산시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난해 4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예산군이 지역상생 프로젝트로 재개장한 예산시장은 평일인데도 북적거렸다. 하지만 최근 임대료가 폭등해 기존 상인들이 쫓겨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백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진절머리가 난다.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붙어서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여차하면 마음에 맞는 상인들과 시장을 통째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도심 낙후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외부인이 유입되고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예산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공개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현장에서 접한 임대료 인상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해보였다. 이날 어렵게 수소문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장사를 접었다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40대 A씨는 “지난해 4월 처음 가게를 열 때는 4평 기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이었다”며 “근데 지금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200만원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폐점했다는 그는 “10평 가게 매매가격은 4억원으로 평당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먹거리 가격은 미리 정해놨기 때문에 임대료가 급등했다고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문제는 상가임대차보호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30대 B씨는 “건물 주인들이 막무가내로 임대료를 올리고는 못 내겠으면 나가라고 한다”면서 “지역사회이다보니 한 다리 건너 친인척·가족이라 보호법이 있어도 눈치가 보여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가 임대료는 최대 10년까지 2년 단위로 갱신할 때 보증금의 5% 이내까지만 올릴 수 있다.
손님들 “음식 품질 뚝…맛 예전 같지 않아”
“처음에는 가게가 20여개였는데 1년6개월 만에 4배 이상 증가했어요. 총 2000평6602㎡ 규모에 93개 점포가 문을 열고 있는데 새로 입주한 가게는 높은 임대료를 내고 들어온 거죠. 폭등한 시세대로 임대료를 내는 가게가 지금 절반 이상이나 된다는 얘기입니다.”
치솟는 임대료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상설시장인 만큼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시장 안팎의 얘기였다. 그나마 예산군청이 관할하는 곳도 주차장과 시장 입구 ‘장터광장’뿐이다.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음식의 맛에도 변화가 생겼을까. 1980년대 풍경을 지닌 시장 안 장터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불판 삼겹살에 멸치국수, 닭꼬치, 짬뽕, 튀김우동, 홍게라면 등을 차려놓고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눈에 띈 것은 음식을 많이 남긴 젊은 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멸치국수는 국물이 적어졌고, 칼국수는 삶아둔 면이 덩어리째 나왔다”면서 “녹두전도 밀가루전 같고 맛이 예전 같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대학생은 “무엇보다 거리가 너무 멀고 가격은 싸지만 맛이 특별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음식만 보고 다시 방문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탄에서 왔다는 50대 주부들도 “예산지역은 딱히 관광지가 없어 한 번은 올 만하지만 또 찾아오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인근 온천 관광 등 즐길거리 개발이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시장 입구 ‘백종원’ 입간판 옆에서 인증샷을 찍던 한 초등생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엄마, 겨우 이거 먹고 사진 찍으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예산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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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재개장하기 전 평당 100만원이면 살 수 있던 가게가 지금은 1000만원이 넘으니 10배 이상 뛴 거쥬. 10평짜리 가게 매매가격이 1억3000만원이 넘는다고 들었슈.”
지난 21일 충남 예산군 ‘예산상설시장’ 인근에서 만난 한 60대 주민은 마을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그는 “임대료를 비싸게 올려 받으려고 하는지 시장 주변에 텅 빈 가게와 상가 건물들이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하루 방문객 30명도 되지 않던 전통시장이 하루 수천명이 모여드는 명소가 된 지 1년6개월이 지났다. 올해 들어 370만명, 누적 740만명이 다녀갈 정도로 온 국민의 관심을 받고 있는 예산시장에 도대체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지난해 4월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예산군이 지역상생 프로젝트로 재개장한 예산시장은 평일인데도 북적거렸다. 하지만 최근 임대료가 폭등해 기존 상인들이 쫓겨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백 대표는 최근 유튜브 채널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은 진절머리가 난다. 말도 안 되는 부동산 투기꾼들이 붙어서 땅값이 들썩거리고 있다. 여차하면 마음에 맞는 상인들과 시장을 통째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구도심 낙후지역이 활성화하면서 외부인이 유입되고 임대료가 상승해 원주민이 밀려나는 예산시장의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공개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현장에서 접한 임대료 인상 문제는 예상보다 심각해보였다. 이날 어렵게 수소문해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장사를 접었다는 상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40대 A씨는 “지난해 4월 처음 가게를 열 때는 4평 기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가 30만원이었다”며 “근데 지금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200만원까지 뛰었다”고 전했다. 결국 버티지 못하고 폐점했다는 그는 “10평 가게 매매가격은 4억원으로 평당 40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먹거리 가격은 미리 정해놨기 때문에 임대료가 급등했다고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더 큰 문제는 상가임대차보호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30대 B씨는 “건물 주인들이 막무가내로 임대료를 올리고는 못 내겠으면 나가라고 한다”면서 “지역사회이다보니 한 다리 건너 친인척·가족이라 보호법이 있어도 눈치가 보여 항의조차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상가 임대료는 최대 10년까지 2년 단위로 갱신할 때 보증금의 5% 이내까지만 올릴 수 있다.
손님들 “음식 품질 뚝…맛 예전 같지 않아”
“처음에는 가게가 20여개였는데 1년6개월 만에 4배 이상 증가했어요. 총 2000평6602㎡ 규모에 93개 점포가 문을 열고 있는데 새로 입주한 가게는 높은 임대료를 내고 들어온 거죠. 폭등한 시세대로 임대료를 내는 가게가 지금 절반 이상이나 된다는 얘기입니다.”
치솟는 임대료를 막을 방법은 없어 보였다. 개인들이 운영하는 상설시장인 만큼 뾰족한 해법이 없다는 게 시장 안팎의 얘기였다. 그나마 예산군청이 관할하는 곳도 주차장과 시장 입구 ‘장터광장’뿐이다.
임대료가 폭등하면서 음식의 맛에도 변화가 생겼을까. 1980년대 풍경을 지닌 시장 안 장터광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불판 삼겹살에 멸치국수, 닭꼬치, 짬뽕, 튀김우동, 홍게라면 등을 차려놓고 왁자지껄 떠들고 있었다. 눈에 띈 것은 음식을 많이 남긴 젊은 직장인들이었다. 이들은 “멸치국수는 국물이 적어졌고, 칼국수는 삶아둔 면이 덩어리째 나왔다”면서 “녹두전도 밀가루전 같고 맛이 예전 같지 않아 아쉽다”고 했다.
서울에서 왔다는 대학생은 “무엇보다 거리가 너무 멀고 가격은 싸지만 맛이 특별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 “음식만 보고 다시 방문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동탄에서 왔다는 50대 주부들도 “예산지역은 딱히 관광지가 없어 한 번은 올 만하지만 또 찾아오기는 힘들 것 같다”면서 “인근 온천 관광 등 즐길거리 개발이 시급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로 돌아오는 길, 시장 입구 ‘백종원’ 입간판 옆에서 인증샷을 찍던 한 초등생의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들었다. “엄마, 겨우 이거 먹고 사진 찍으려고 여기까지 왔어요?”
예산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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