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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20대? 경력없다"…비정규직 일자리마저 5060과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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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회 작성일 24-11-25 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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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장기화
20대 취업자 수 5분기 연속 줄어
20대 실업자 비율 3년째 OECD 1위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태양의정원에서 2024 서울시 일자리 박람회 잡JOB다多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 태양의정원에서 2024 서울시 일자리 박람회 잡JOB다多에서 구직자들이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우리나라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25~29세의 비율이 20.3%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 38국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실업자 5명 중 1명꼴로 20대 청년인 것이다. 저성장의 장기화와 기업들의 신입 사원 공개 채용 축소로 20대 취업 문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규직 취업에 실패한 20대 청년들은 비정규직 등 남은 일자리를 놓고 은퇴한 50·60대와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24일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자 가운데 25~29세 비율’은 2021년 19%에서 2022년 19.6%로 늘어난 뒤 지난해 20%를 넘었다. 한국은 OECD 회원 38국 중 이 항목에서 2019~2020년 3위였지만, 2021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995년부터 2004년 사이에 태어난 현재 20대는 이른바 ‘Z세대’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의 청년 실업률 자체가 OECD 회원국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한국의 20대 후반 실업률은 5.9%로 스페인15.7%, 프랑스9.9%, 캐나다6.3%보다 낮았고, 미국4.4%, 영국4.2%, 일본4.1%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다. 그런데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 비율이 세계 최고 수준인 까닭은 구직 중인 20대 후반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로 처음 진입하는 문턱이 다른 나라에 비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통계청에 따르면, 대졸자의 첫 취업 평균 소요 기간은 2019년 10.8개월에서 올해 11.5개월로 0.7개월가량 늘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취업 준비생들의 입사가 1년 늦어질 경우 10년 동안 받은 임금은 연평균 4~8% 낮아진다.


그래픽=김성규

그래픽=김성규

1997년생 A씨는 2년 전 서울 소재 대학교의 졸업 학점을 모두 이수했지만, 취업에 실패해 졸업을 늦추고 있다. 대기업들이 졸업 예정자를 선호하고 이미 졸업한 사람은 잘 안 뽑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대기업 신입 공채에서 모두 낙방했고, 올해에도 계속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부모님 눈치에 올해부터 주말마다 배달 플랫폼 라이더 아르바이트를 병행해 월 40만~50만원 정도 생활비를 스스로 벌고 있다. A씨는 “경력 없는 대졸 신입들을 받아주는 기업들이 갈수록 줄고 있는 거 같다”며 “경기 침체도 장기화하고 있어, 내년에도 계속 배달을 하게 될까 걱정”이라고 했다.

◇코로나 직격탄 맞은 ‘코로나 세대’

‘Z세대’로 불리는 현재 20대는 국내에서 코로나가 한창 확산할 시기2020~2022년에 대학생이 됐거나 취업 준비를 시작한 세대라는 특징이 있다. 당시엔 코로나 확산 탓에 어학 시험 등 각종 자격증 시험이 연기됐고, 인턴 채용 규모도 대폭 줄어 대졸자들이 이른바 ‘스펙’을 쌓을 기회가 대폭 제한됐다. 취업 준비 때 코로나 확산을 겪지 않은 이전 세대에 비해 기술이나 경험을 축적할 환경이 부족했던 것이다.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 있는 태양의 정원에서 열린 ‘2024 서울시 일자리 박람회 잡다JOB多’에 참석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쓰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의 비율이 20.3%로 OECD 회원 38국 중 가장 높다. /박성원 기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종각역에 있는 태양의 정원에서 열린 ‘2024 서울시 일자리 박람회 잡다JOB多’에 참석한 한 구직자가 이력서를 쓰고 있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실업자 가운데 20대 후반의 비율이 20.3%로 OECD 회원 38국 중 가장 높다. /박성원 기자

여기에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20대는 취업자 수와 일자리 모두 줄어드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대 취업자 수는 지난 2023년 2분기4~6월 378만1000명을 기록한 이후 올해 3분기7~9월 360만9000명으로 줄었는데, 다섯 분기 연속 내림세다.

20대의 신규 채용 일자리도 역대 가장 적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2분기 임금 근로 일자리 중 20대 이하의 신규 채용 일자리는 145만4000개로, 1년 전보다 약 13만6000개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18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반면 지난 2분기 60대 이상26만1000개, 50대12만4000개, 40대-5만6000개, 30대5만6000개 등 대부분 연령층의 일자리 수는 증가했다.

◇“코로나 세대 등장 우려”

전문가들은 코로나 확산 이후 대기업들의 수시·경력 채용 증가로 20대 청년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기 힘들어진 반면, 이들이 아르바이트 등 비정규직 시장에도 진입하기 어려워진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를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율이 높아서 자영업자가 고용하는 임금 근로자가 많은데, 코로나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들이 일제히 종업원을 줄였다는 것이다. 이정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자영업 쏠림이 심해 자영자 사업체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전체에서 40%가량을 차지한다”며 “코로나 확산에 비교적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했다. 대기업 정규직 같은 양질의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20대가 차선책으로 선택할 수 있는 비정규직 일자리도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또 고령화에 따라 은퇴 후 재취업하려는 50·60대가 20대 청년들의 경쟁 상대가 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대기업의 채용 방식 변화를 비롯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 장년·고령층의 재취업 등 한국적 특수성까지 20대 실업에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태로 취업 시장에서 좌절을 겪은 20대 청년들의 사회에 대한 불만이 ‘코로나 세대’의 특징으로 굳어지는 것을 우려한다. 이정민 교수는 “과거 글로벌 금융 위기 등 경기 침체기에 노동시장에 진입한 청년층의 경우 호황기에 진입한 세대에 비해 취직 시기도 늦고, 임금 수준도 낮아지는 추이를 보인다”며 “코로나 사태의 충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보다 더 크고 여파도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코로나 세대’라는 집단적 피해의식이 형성될 수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청년층은 다른 연령대에 비해 직장 경험이 없고, 보유한 기술 수준이 낮다”며 “조기 직업훈련을 통한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Z세대

통상 1995년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태어난 이들을 뜻한다.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을 다루기 시작한 첫 세대로,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 성인이 되면서 코로나 사태를 겪은 탓에 ‘코로나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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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래 기자 raykim@chosun.com 권순완 기자 soo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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