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원 쿠폰 뿌리며, 초저가 쥐어짠다…알리보다 무서운 테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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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무의 슬로건은 중국 이커머스 앱 테무를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잭팟과 축하, 행운, 놓치지 말라는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쏟아진다. 테무 신규가입자에 참여 기회가 주어지는 룰렛 경품 이벤트 얘기다. 100% 당첨 확률로 26만원, 5만원, 2만원, 1번 더 참여 등 4개 중 1개에서 룰렛 바늘이 멈춘다. 지난 21일 기자가 이 룰렛 이벤트에 참여했더니 가장 큰 액수인 ‘26만원 쿠폰’이 나왔다. 그래도 구매를 주저했더니 10분 안에 사면 ‘39만원으로 할인 쿠폰 액수를 올려주겠다’는 메시지로 구매를 재촉했다. 테무 앱을 설치하면 룰렛 게임으로 고객에게 할인쿠폰을 제공한다. 테무 앱 캡쳐 박경민 기자 ━ 공장-소비자 바로 연결…가격도 테무가 정한다 테무의 초저가 비결은 두 가지다. 첫번째는 제조공장과 소비자 사이 중간상을 없앤 직거래 방식, 두번째는 테무가 판매가를 정하는 정책이다. 우선 제조 공장에서 A 상품을 테무 창고로 보내면, 테무는 이를 보관·판매·해외 배송해 소비자에게 제공한다. 중간 마진을 붙이는 유통 과정이 전혀 없다. 이 과정에서 테무는 창고 보관 비용도 최소화했다. 테무 앱에서 실제 팔린 수량만큼만 판매자에게 대금을 쳐준다고 한다. 안 팔리고 남은 재고는 고스란히 제조·판매자가 수거해 가야 하는 식이다. 반면, 물건을 직매입하는 쿠팡은 직접 재고 관리를 한다. 게다가, 테무는 최저가 입찰 경쟁으로 입점사를 쥐어 짠다. 테무의 가격 정책을 소개한 중국 매체36kr나 외신을 종합하면 테무에 입점하는 판매자는 알리바바의 도매사이트인 ‘1688닷컴’보다 저렴하게 값을 제시해야 하고, 입점 뒤에도 같은 제품 공급자가 나타나면 입찰 경쟁을 거쳐 더 싼 제품만 테무에 노출된다. 중간 상인을 없앤 대신 공급망 경쟁을 유도하는 것. 판매자는 테무에 입점하기 위해 초저가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중국 사정에 밝은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테무의 초저가는 물건이 넘쳐 문제인 중국 내에서 공급 업체가 없어질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 국내 유통 업계 "대다수 타격 불가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다이소 매장을 찾은 시민이 물품을 구매하고 있다. 뉴스1 마종수 한국유통연수원 교수는 “저가 상품 위주 다이소부터 신선식품과 공산품을 함께 파는 쿠팡까지, 시간 문제일 뿐 타격은 불가피하다”며 “아마존은 테무에 대응해 가격을 내리고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했지만 미국의 다이소 격인 미국 ‘달러트리’는 직격탄을 맞았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테무나 알리의 등장이 소비자 이익을 높일 거란 분석도 나온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이케아가 한국에 들어올 때도 가구 업체가 도산한다고 난리였지만 국내 가구 업체도 합리적으로 가격을 낮추며 살 길을 찾았고, 소비자들은 저렴하고 질 좋은 가구를 선택할 폭이 넓어진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테무가 넘볼 수 없는 강점을 내세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먼저 배송이다. 마종수 교수는 “직구 특성상 통관에 시간이 걸리고, 물량이 늘수록 배송일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국내 업체들이 빠른 배송의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라고 진단했다. 실제 쿠팡은 향후 3년 내에 주문 다음날익일 배송을 보장하는 로켓배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27일 내놨다. 쿠팡의 강점인 빠른 배송으로 중국 커머스들과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마 교수는 또 “테무에 없는 신선식품을 포함하는 등의 ‘원스톱 쇼핑’도 대응책”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중국 커머스 앱이 소비자 신뢰를 쌓지 못한다면 경쟁력을 얻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상린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테무의 약점은 품질과 가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 문제”라며 “국내 업체는 품질과 고객 서비스 높이는 방향이 먼저고, 가격경쟁력은 그 다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저가인 대신 상품의 품질이 지나치게 떨어지고, 가품 통로에 그친다면 오래 가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J-Hot] ▶ 수갑 채우자 "좀 씻고요"…강남 업소녀 체포 영상 ▶ 서울버스 12년만에 멈췄다…총파업에 출근길 비상 ▶ 수학 1등 여기 다닌다…8000명 줄서는 학원 정체 ▶ 26억으로 1400억 벌다…청담땅 뒤집은 루이비통 ▶ 전혜진 또 비보…이선균 보낸지 3개월 만에 시부상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수정 lee.sujeong1@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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