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면 출산해야" MZ 인식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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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낳아야” 68%, 첫 증가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 마련된 신생아실에서 신생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뉴스1
26일 통계청의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5월 사회 조사에서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인식에 동의한 비율은 68.3%’전적으로 동의한다’ 23.4%’약간 동의한다’ 44.9%로 직전 조사 시점인 2022년65.4%보다 3%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첫 조사 시점인 2018년 69.5%였던 이 비율은 2020년68.1%과 2022년 연속으로 떨어졌다가 올 들어 반등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내년 초 두 살 아래 여자 친구와 결혼식을 올릴 예정인 직장인 장모34씨는 최근 예비 신부와 자녀를 하나는 갖기로 하고 구체적인 육아 계획을 짜고 있다. 장씨는 “‘양육 관련 주요 의사 결정을 하는 주된 양육자를 아내로 하되 실제 양육 부담은 나눠 진다’는 큰 틀의 합의를 본 상태”라며 “육체적으로나 경제적으로 힘들겠지만 서로를 닮은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결혼 생활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인구 소멸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에서 최근 결혼과 출산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돈도 많이 들고 직장 생활에서 불이익을 볼 수 있어 못 낳겠다”던 20·30대 남녀들 사이에 “아빠와 엄마가 육아휴직을 나눠 쓰고 가사도 분담하며 아이를 낳아 키우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는 것이다.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인식은 남녀를 불문하고 커졌다. 통계청 조사 결과, 남자는 이런 인식이 2018년 72.5%에서 2022년 69.7%까지 떨어졌다가 올 들어 다시 72.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자도 3명 중 2명꼴인 64.1%가 이렇게 응답, 2년 전61.1% 대비 3%포인트 늘었다.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인식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 20대 남성은 올해 이 비율이 60.3%로 2년 전54.1% 대비 6%포인트 가까이 올랐고, 20대 여성은 2년 새 9.2%포인트32.6%→41.8%나 높아졌다. 30대 남성62.6%→66%과 30대 여성46.1%→49.2%, 40대 남성67.6→68.8%, 50대 남성76%→76.8%도 이런 인식이 상승세로 돌아섰다. 반면 40·50대 여성들은 부정적인 기류가 여전했다. 특히 1970년대 후반생과 1980년대 초반생이 주축인 40대 여성은 이 비율이 올해 56.2%로 2년 전57.1%보다 낮아져 4회 연속 조사에서 하락세를 이어갔다. 50대 여성도 올해 이 비율이 70.4%로 2년 전71.3%보다 떨어졌다. 다만 60세 이상은 남자88.1%와 여자85.5% 모두 아이를 낳아 전통적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생각이 2년 전보다 많아졌다.
반가운 울음 소리 - 26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서 한 간호사가 신생아를 돌보고 있다. 이날 통계청은 10월 출생아 수가 2만1398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3.4%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0년 11월 이후 약 14년 만의 최대 증가 폭이다. /뉴스1
전문가들은 일·가정 양립을 응원하는 사회 분위기가 결혼과 출산을 둘러싼 젊은 층의 인식을 긍정적으로 끌어올린 결정적 요인으로 보고 있다. 김문조 고려대 명예교수는 “과거에 비해 자유로운 육아휴직 사용 등 직장인들 사이 일·가정 양립 문화가 확산했다”며 “앱을 통해 시간 단위로 가사 도우미를 쓸 수 있게 되는 등 가사 서비스의 발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했다.
예비 신랑인 장씨도 10년 가까이 사귄 여자 친구와 결혼을 결심하고 자녀 계획까지 생각하게 된 이유로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꼽았다. 장씨는 “간부급인 선배도 육아휴직을 주저 없이 쓰는 등 5년 전, 10년 전과 비교하면 아빠 육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는 문화가 생긴 것 같다”며 “어머니도 예비 며느리의 사회생활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만 8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2학년 이하 자녀를 둔 직장인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매년 역대 최고치를 고쳐 쓰고 있다. 작년 아이를 낳은 부모 가운데 같은 해 육아휴직에 들어간 부모 비율을 뜻하는 육아휴직 사용률은 73.2%로 첫 조사 시점인 2015년59.1%에 비해 14%포인트나 높아졌다. 엄마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32.9%로 8년 전19.1%의 1.7배로 올랐고, 아빠는 이 기간 육아휴직 사용률이 12.3배0.6%→7.4%가 됐다.
◇결혼도 7개월째 늘어
국가 소멸을 막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쏟아내는 각종 결혼 장려책도 최근 출생아 수 증가세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결혼하고 최근 임신한 A32는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부가 내놓은 각종 출산 지원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몰라 예정보다 임신을 서둘렀다”고 했다. 혼인도 늘어나는 추세다. 10월 혼인 건수는 1만9551건으로 1년 전보다 22.3% 늘어, 지난 4월24.6%부터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했다. 10월 혼인 건수 폭은 10월 기준 2018년26% 이후 6년 만에 가장 크다.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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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김희래 기자 rayki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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