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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 적자 87조원…건전재정 기조 못 지킨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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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9회 작성일 24-04-1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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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살림 적자 87조원…건전재정 기조 못 지킨 정부
지난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 수준을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가 87조원 적자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중은 3.9%로 나타났다. 지난해 본예산 대비 국세수입이 56조4000억원 적게 걷힌 탓에 2022년보다 총지출을 71조원 이상 줄였음에도 큰 폭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당초 관리재정수지의 GDP 대비 적자 비율을 2.6%로 억제하겠다고 했지만 역대급 ‘세수펑크’에 이 약속도 결국 지키지 못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4%라는 낮은 성장률을 기록한 배경에는 세수 부족을 의식한 정부 지출 축소도 한 몫 했다면서 향후 성장률 제고를 위해서는 무분별한 감세 기조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23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1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87조원 적자를 나타냈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에서 일시적으로 흑자를 보이는 국민연금 등 4대 보장성 기금을 차감한 것으로, 실질적인 나라의 재정 상태를 보여준다. 지난해 관리재정수지는 역대 최대치였던 2022년의 적자규모117조원보다 30조원 줄었지만,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중은 -3.9%로 목표치를 훌쩍 넘겼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제화를 공언한 재정준칙관리재정수지 GDP의 3% 이내 관리도 지키지 못하는 수치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8월 발표한 ‘2023~2027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통해 2023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와 GDP 대비 비중을 각각 58조2000억원, -2.6%로 억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출범 때부터 강조했던 ‘건전재정’ 기조를 지키지 못한 건 지난해 세수펑크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2022년 대비 51조9000억원 줄었다. 공무원연금기금 등 기금 수익이 10조3000억원 증가했음에도 역대급 세수펑크에 지난해 총수입은 573조9000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총지출은 610조7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1조7000억원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해 본예산을 편성할 때 638조7000억원을 쓰겠다고 밝힌 것을 고려하면 28조원 적게 재정을 쓴 셈이다. 실제 기금을 제외한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기준으로 산출하는 총세출은 497조원으로 집계돼 예산현액540조원 대비 집행률90.8%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또 예산현액에서 총세출과 이월액3조9000억원을 차감한 불용액결산상은 45조7000억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총세입497조원에서 총세출과 이월액을 제외한 세계잉여금은 2조7000억원이었는데, 이 중 일반회계 세계잉여금은 364억원이었다. 이 돈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교육교부금으로 전액 집행됐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6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4대 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은 50조3000억원 흑자를 나타냈다.

지난해 국가채무는 1126조7000억원으로 GDP 대비 50.4%를 기록했다. 결산 기준 국가채무 비중이 50%를 돌파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 결산1067조4000억원 대비 59조4000억원 증가했다. 다만, 정부가 지난해 예산 편성 당시 밝힌 국가채무 전망치인 1134조4000억원와 비교해서는 7조6000억원 줄었다. 56조가 넘는 세수 결손에도 국채 발행을 최대한 억제하는 대신 부족한 세수는 지방에 내려 보내는 교부세금 삭감, 기금 활용 등을 통해 대처한 셈이다.

지난해 재무제표상 국가부채는 2439조3000억원으로 2022년 대비 113조3000억원 증가했다. 국가부채는 공무원 군인 등에게 지급해야 하는 연금충당부채와 같은 비확정부채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나랏빚인 국가채무와 다르다. 지난해 자산은 3014조5000억원으로 180조9000억원 늘었다. 국민연금기금 운용수익률이 역대 최고 수준13.6%을 기록한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부채보다 자산이 더 크게 늘면서 지난해 순자산575조2000억원은 2022년 대비 67조6000억원 늘었다.

정부는 세수 감소에도 경기 진작을 위해 적극적으로 재정을 활용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이 늘었다는 입장이다. 김명중 기재부 재정관리심의관은 “세수 감소에 따라 지출을 같이 줄이게되면 관리재정수지는 지킬 수 있다”면서 “경기 안정화 측면에서 경기침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하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시행된 각종 감세 정책 역시 세수 감소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면서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고 성장 동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신중한 재정 운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세수를 줄이면 고용과 투자가 늘어난다고 했지만 그 효과가 없었다”면서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감세 기조는 맞지 않고, 적자를 했더라도 재정지출을 늘리면 경제에 도움이 되고 세입 기반의 훼손도 없었을 것 같은데 정부가 판단을 잘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물가가 우려되는 가운데 사회 양극화, 성장 확충 등을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면서 “고소득자와 대기업 자산가들이 세금을 더 부담하는 방법으로 세수를 확충하고 취약계층 지원, 사회 안전망 강화 등 제도 개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 교수는 이어 “분배와 성장의 선순환을 구축해야 낮아진 성장세도 회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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