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살림 적자 87조?…"실제는 138조, 꼼수로 통계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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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2023년 국가결산 발표...국가채무비율 3.9% "경기불황, 적자 더 높였어야"
[조선혜 기자]
지난해 나라살림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7조 원으로 애초 예산안보다 약 29조 원 늘어난 가운데, 이마저도 세수 결손 규모를 반영하지 않은 "통계 착시"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재정 통계에 잡히지 않는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을 끌어다 쓰고, 지방교부세를 무리하게 삭감하면서 적자 규모를 실제보다 축소했다는 분석이다. 11일 정부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2023 회계연도 국가결산보고서를 심의·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실질적인 국가 재정 상태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7조 원 적자로 집계됐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전년 결산에 비해선 30조 원 줄었지만, 정부가 제출한 지난해 예산안58조2000억 원보다는 28조8000억 원 늘었다. 해당 통계는 중앙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차감한 값으로 계산하는데, 나라의 실질적인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해당 적자가 증가한 것은 재정이 그만큼 악화했다는 얘기다. 그런데 실질적인 재정 상태는 이보다 더 심각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오마이뉴스> 와의 통화에서 "언뜻 관리재정 적자가 예산안보다 약 29조 원만 늘어난 것처럼 보이지만, 원칙적으로는 적자 폭이 더 벌어졌어야 정상"이라며 "일종의 꼼수이자, 통계적 마사지"라고 말했다. "실질 재정 적자는 138조... 통계 밖 기금 끌어 써 적자 메워" 그는 "지난해 예산안 대비 총수입이 51조8000억 원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인 재정 적자 규모는 87조 원이 아닌 총수입 결손분을 더한 수치138조8000억 원"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입이 예상보다 덜 들어왔으므로 적자 폭이 더 커져야 정상인데, 적자가 87조 원에 그친 것은 수많은 꼼수와 통계적 착시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 수석연구위원은 적자 축소에 대해 정부가 재정 통계에 잡히지 않는 기금을 끌어 쓰며 통계 착시를 일으키고, 불용 규모를 늘린 가운데 지방교부세를 삭감하는 꼼수를 자행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동안 기획재정부가 국가 재정 통계 밖에 있는 여러 가지 기금에서 돈을 끌어와 적자를 메웠다"며 "구체적으로는 외평기금이 있는데, 이는 재정 통계에 잡히지 않아 경제적 실질은 좋아지지 않아도 통계적으로는 재정이 좋아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왼쪽 주머니에 있는 외평기금을 오른쪽 주머니국가 재정에 넣는 것이 크게 잘못된 행정은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왼쪽에 있는 돈을 오른쪽에 넣는다고 해서 재정건전성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불용액 증가, 지방교부세 삭감 등 반영 안 돼
정부가 암묵적 압박을 통해 국회에서 심의한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는 불용액을 늘린 점도 재정 적자 축소에 기여했다고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세수가 줄면 감추경세수 감소에 따라 계획했던 예산을 줄이는 추경을 해서 지출을 줄이거나,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하는데, 정부는 둘 다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자연스럽게 남는 불용액을 활용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마치 회식 자리에서 부장님이 나는 짜장면 먹을 테니 알아서 비싼 거 시키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이라며 "일선 공무원들은 무언의 압박을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법적 근거 없이 지방정부에 지급해야 할 교부세를 23조원 삭감한 것도 재정 적자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게 이 수석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지방교부세 삭감을 공문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통보했다고 한다"며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교부세를 덜 주는 방식으로 세수 결손을 지방정부에 떠넘기면서 적자를 메운 것"이라고 했다. 또 이날 정부가 발표한 국가결산보고서를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은 3.9%로 집계됐다. 지난해 예산안2.6%보다 1.3%포인트 높은 수치다. 국가채무비율 3% 법제화 추진 윤 정부, 스스로도 못 지켰다 윤석열 정부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매년 GDP의 3% 이내로 제한하는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추진 중인데, 정부 스스로 이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성과를 낸 것이다. 이 수석위원은 "재정준칙 법제화에 대한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재정준칙을 법제화하자 주장하는 사람들은 법제화와 관계없이 스스로 이를 지키면 되는 것"이라며 "해당 비율 3.9%는 스스로의 주장을 지키지 못한 결과"라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도 "수입이 줄어들면서 예산안보다 비율이 높아진 것"이라며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커졌다고 공격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추경을 해서라도, 적자를 더 내서라도 경기 대응을 했어야 했다"며 "그런데 정부가 국가채무비율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 방어하느라 그렇게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건전재정을 내세운 정부에서 여러 방안을 동원했음에도 적자가 오히려 늘었고, 국가채무비율을 지키는 것에도 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우 교수는 "올해에는 예산안 편성 때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감산 조치를 더 많이 했다"며 "이 때문에 세수 상황이 악화해 GDP 대비 재정적자 비율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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