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 700만원 받는 베트남인 현장반장…외국인, 내국인 임금 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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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 허가제 20년, 산업현장 변화
경기도 시화공단 내 한 철판 가공 공장에서 베트남 근로자가 작업하고 있다. 2004년 도입한 고용 허가제가 20년을 맞은 가운데 국내에 장기간 머무르며 기술을 익힌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장련성 기자 2004년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선별해 취업 비자를 발급하는 고용 허가제가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다. 오랜 기간 외국인력이 국내 뿌리 산업 현장에 유입되면서 최근 곳곳에서 외국인과 내국인 간 ‘임금 역전’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내국인 근로자를 뽑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외국인 근로자에게 동일한 임금을 지급하고, 외국인 근로자는 야근이나 휴일 근무 등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수입이 더 많아진 것이다. 12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지난해 E9비숙련 외국인 근로자 1인당 인건비는 월평균 264만7000원으로 국내 근로자279만2000만원의 94.8%로 나타났다. 그러나 외국인 근로자에겐 회사에서 추가로 주거비월평균 20만원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고, 갓 입국한 E9 근로자의 생산성이 내국인의 60% 수준임을 감안하면 외국 인력의 인건비가 내국인을 넘어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래픽=김현국 ◇외국 인력 인건비 역전의 원인은 외국 인력의 임금이 높아지는 이유는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일하겠다는 내국인이 급감하는 상황에서 젊고, 조금이라도 숙련된 외국 인력을 구하려는 사업장 간 경쟁이 심해지니 임금과 복지 수준이 자연스레 올라가는 것이다. 또 외국인들이 ‘더 많이’ 일하는 것도 임금 역전의 배경이다. 제조업을 ‘3D’ 산업으로 기피하고, 일하더라도 ‘워라밸’을 중시하는 내국인과 달리 외국인 근로자는 잔업이나 휴일 근무가 많은 업장을 오히려 선호한다. 인력 1200명 규모 한 조선업 1차 협력 업체 관계자는 “한 업체에서 주간 근무하고, 다른 업체의 잔업을 도와주기도 하고, 물량이 많아 잔업을 하는 경우엔 나이 많은 내국인보단 젊은 외국인이 남아서 일을 한다”며 “이러다 보니 하루 18만~19만원 수준의 기본급과 각종 수당을 더해 한 달에 700만~800만원을 가져가는 근로자도 많다”고 했다. 이미 뿌리 산업에선 외국인들이 경력과 기술력을 갖춘 전문가다. 이들의 체류 기간이 늘면서 과거 ‘싼 대체 인력’이란 인식을 넘어 대체 불가능한 전문 인력이 된 것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일부에선 불법 체류자라도 내국인보다 일을 잘하면 승진도 시켜주고 돈도 많이 준다”며 “꾀부리는 ‘초짜’ 한국인보다 경력 많은 불법 체류자가 낫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이런 현상은 더 가속될 것이란 지적이다. 대구의 한 섬유 염색 업체에서는 60~70대 내국인 직원이 20~30대 우즈베키스탄인 직원과 짝을 이뤄 도제식으로 일을 가르치고 있다. 이 업체 한모 대표는 “몇 년 뒤엔 이들이 없으면 우리나라 섬유 염색 업체들이 돌아가지 않고, 이들이 몽땅 본국으로 떠나버리면 노하우 전수도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이기중 중소기업중앙회 외국인력정책실장은 “외국인은 더 많아지는데 최저임금, 주거비, 물가 다 오르니 외국인 인건비는 앞으로도 더 상승할 일만 남았다”고 했다. 김석호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국 인력은 이제 잠시 머무는 존재가 아닌 우리 산업계에 필수 구성원이 됐다”며 “우리 외국 인력 정책도 이젠 ‘새 구성원’을 받아들인다는 생각으로 언어 능력, 교육 수준 등을 체계적으로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했다. ☞고용허가제 국내에서 구인난을 겪는 중소 제조업체나 조선업체 등이 정부 허가를 받아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제도. 2004년 필리핀 근로자 92명이 처음 입국한 뒤 꾸준히 규모가 늘어 올해는 역대 최대인 16만5000명이 들어올 예정이다. 16국에서 한국어시험에 합격한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며, 국내 채용된 인원은 특별한 사유에 한해서만 회사를 옮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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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강다은 기자 kkang@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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