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도 울고 간 수익률…천재 수학자 제임스 시먼스 별세 > 경제기사 | economics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억만장자’ ‘시장을 풀어낸 수학자’로 불리는 제임스 시먼스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창업자가 10일 별세했다. 향년 86세.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세계 최고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를 창업해 정량적 분석에 기반한 ‘퀀트 투자’를 개척하며 역대 가장 성공적인 월가 투자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그가 이날 뉴욕 맨해튼에 있는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공과대MIT를 졸업하고 하버드와 뉴욕 스토니브룩 수학과 교수를 지내며 ‘끈 이론’ ‘응집 물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학 분야의 획기적 연구를 발표한 그는 40세인 1978년 뉴욕에 투자회사를 차리고 투자자로 변신했다. 자신의 천재성을 투자에 활용해 최대한 많은 돈을 벌어보겠다는 포부였다.

그는 ‘퀀트 투자’의 개척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수학과 통계를 기반으로 전략을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투자하는 정량적 투자법이다. 실제 그는 투자를 통해 주식이나 채권 거래가 미적분학이나 방정식처럼 예측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해내기 시작했다. NYT는 “그가 개척한 퀀트 투자는 오늘날 모든 투자의 기본이 됐다”며 “월스트리의 주식 매매 거래의 거의 3분의 1이 퀀트 방식”이라고 밝혔다.


시먼스가 초창기 차렸던 투자회사 이름은 ‘모네 매트릭스Monemetrics’. 돈money과 계량 경제학econometrics을 조합한 회사 이름이었다. 최고의 인재를 고용해 시장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에 성공할 수 있는 완벽한 수학적 공식을 만들겠다는 목표였다. 학자, 컴퓨터 공학자, 데이터 전문가, 알고리즘 개발자, 기상학자 등이 몰려들었다. 이후 회사 이름은 현재의 ‘르네상스 테크놀로지’로 바뀌었다.

특히 르네상스 테크놀로지의 핵심인 메달리온 펀드는 1988년 이래 30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37조 2500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NYT는 “이 기간 동안 연평균 수익률은 66%로 전례 없는 기록”이라며 “워런 버핏이나 조지 소로스같은 유명 투자자들이 달성한 것을 능가하는 장기 성과”였다고 밝혔다.

그가 2010년 르네상스 최고경영자CEO에서 은퇴할 당시 시먼스의 재산은 110억 달러약 16조원였는데 현재 가치 기준으로 약 160억 달러약 22조원에 달하는 규모라고 NYT는 전했다. 그의 재산은 2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은퇴 이후 그는 자선활동에 시간과 돈을 더 많이 들이며 세계 최대 자선사업가가 됐다. 시먼스 부부가 세운 ‘시먼스 재단’은 기초 과학 연구에 대한 최대 규모의 민간 자금을 보유한 재단으로 꼽힌다. 그는 전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는 부자들의 서약 ‘기빙 플레지’의 최초 서명자 중 한 사람이었고, 매년 수학·과학 교육 부흥을 위해 막대한 돈을 내놓고 있다. 그가 세운 ‘매스 포 아메리카미국을 위한 수학’ 재단은 매년 1000명이 넘는 수학 교사들에게 각각 1만5000달러 이상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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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인 기자 hi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