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마저 기우뚱…830가구 새 아파트에 하자 5만800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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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힐스테이트 창틀 벌어지고
계단도 곳곳 깨져 입주 예정자 분노 ‘힐스테이트 오룡’ 아파트 계단 타일이 파손된 모습. /보배드림 8일 현대엔지니어링과 무안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6일부터 3일간 진행한 힐스테이트 오룡 사전 점검에서는 약 5만8000건의 하자가 접수됐다. 단순 계산으로 가구당 70건에 이른다. 지난 2017년 8만건 넘는 하자가 접수된 동탄 부영아파트가 1316가구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역대 최다급 하자 건수다. 부영아파트는 지역 정치인들이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면서 건설사가 입주민 요구를 대부분 수용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의 황당한 시공 품질에 분노한 입주 예정자들은 인허가권을 가진 무안군청 홈페이지에 힐스테이트 오룡 관련 공개 민원 글만 100건 넘게 올렸다. 이들은 “지자체의 권한으로 준공 허가를 내주지 말아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남 무안군에서 입주를 앞둔 830가구 규모 ‘힐스테이트 오룡’ 아파트가 지난달 입주 예정자 사전 점검 때 5만8000건에 달하는 하자를 지적받았다. 입주 예정자들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공개한 하자 현황.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①아파트 콘크리트 외벽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고 ②실내 창틀과 벽 사이가 벌어져 있으며 ③욕실 벽면 내부에 타일 조각을 끼워 넣는 등 엉망으로 마감된 모습. /보배드림 이달 2일 힐스테이트 오룡 아파트 단지 입구에는 입주 예정자 30여 명이 모였다. 이들 손엔 “엄마! 우리 집 벽은 왜 기울어져 있어요?” “부실시공 현대엔지니어링 OUT! 준공 승인 OUT”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이 들려있었다.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게 이들 주장이었다. 지난해 기준 국내 4위시공 능력 평가 건설사인 현대엔지니어링이 공사를 총괄한 단지에서 6만건 가까운 하자가 쏟아진 건 ‘충격적’이란 반응이다. 하자 건수도 문제지만, 질 역시 대형 건설사 현장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것이다. ◇비스듬한 외벽, 뚫린 천장… ”이런 데서 어떻게 살라고” 힐스테이트 오룡 입주 예정자들이 공개한 현장 사진은 믿기 어려운 수준이다. 외벽 일부가 비스듬하게 시공된 모습이나 창호와 바닥이 밀착되지 않아 위층과 아래층이 뚫려있는 모습 등이다. 입주 예정자들은 “이런 집에서 어떻게 살라는 거냐”고 항변하고 있다. 외벽이 비스듬하게 시공된 데 대해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당초 1~2층은 콘크리트에 석재를 추가 시공하는 것으로 설계됐는데, 나중에 설계에서 석재가 빠지면서 단 차가 생기게 됐다”며 “단 차를 없애기 위해 연결 부위를 사선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직 건설사 현장소장은 “골조 공사가 끝날 때까지 설계가 바뀐 것을 몰랐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창틀과 바닥이 완전히 밀착되지 않아 위층과 아래층이 뚫려 있는 것도 충격적이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창호를 시공하는 과정에서 콘크리트 접합부를 다듬지 않아서 틈이 생긴 것”이라며 “창호를 재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 밖에 복도 벽면이 울퉁불퉁하거나 욕실 벽 속을 폐기물로 채워두는 등 ‘날림 시공’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있었다. 하자 발생 원인에 대해 현대엔지니어링은 “현장에 여러 사정이 있었지만 공개적으로 언급하기는 곤란하다”며 답변을 피했다. ◇”안전 점검 철저히 하고 관리 감독 강화해야” 상황이 심각해지자 무안군청과 전남도가 나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이달 말 입주 전까지 보완 공사를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사와 지자체가 함께 입주민 불안을 해소할 수 있도록 안전성 검증을 충분하게 하고, 정부는 이와 같은 사례가 없도록 관리 감독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토록 후진적인 하자가 끊이지 않는 가장 큰 원인으로 건설 업계의 고질적 최저가 입찰과 불법 하도급 관행이 꼽힌다. 발주처가 비용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탓에 건설사들은 공사비를 후려쳐서 일감을 따낸 후 전문성이 없는 업체에 하청을 맡기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전국 건설 현장 292곳을 점검한 결과 108곳37%에서 불법 하도급이 적발됐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현장 관리직조차 소장과 팀장급 정도만 본사 정규직이고 70% 정도는 계약직이어서 책임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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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닷컴 바로가기] [ 조선일보 구독신청하기] 정순우 기자 snoopy@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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