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업 때문에 회사 몇 개가 망하는 거냐"…韓 경제 뇌관, 이번엔 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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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마다 경제 뉴스에서 ‘뇌관’으로 불리며 꼭 언급되는 단어가 있어요. 바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에요. 부동산 경기가 활황세였다가 급격히 둔화기로 접어들 때면, 어김없이 뉴스에선 ‘PF 부실 사태가 대규모 금융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론이 등장하죠.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겪었던 지난해에도 마찬가지였어요. 부실한 부동산 PF가 여기저기서 어려움을 겪었고, 자칫하면 금융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정부까지 나서서 이런저런 대책을 내놨었죠. 이런 불안함은 올해까지도 이어지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는 지난주에 부동산 PF 제도 자체를 뜯어고치겠다는 방침을 밝혔어요.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 특히 불안한 점을 보완하고, 경제 성장기에 다소 무리한 부동산 사업도 용인해 주던 관행을 바꿔보겠다는 취지예요.
잠깐, 부동산 PF가 뭐였더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금융기관들이 장기로 진행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자금을 투자하는 걸 말해요. 사업프로젝트의 장래성을 보고 큰돈을 투자할 사람을 찾는 방식인데, 우리나라에선 부동산 개발 자금을 조달할 때 이 PF가 많이 활용돼요.
아파트 단지나 대형 건물 등을 새로 지으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고 대규모 자금도 필요하니, PF로 은행이나 증권사 같은 금융기관들의 돈을 빌려서 자금을 조달하는 거예요. 꾸준히 부동산 시장이 성장해 온 우리나라에선 일단 새 아파트나 대형 빌딩을 지으면 팔리지 않아 망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어요. 그러니까 은행들이 크게 따지지 않고 돈도 잘 빌려줬고요.
그런데 만약 건물을 지었는데도 팔리지 않았을 땐 문제가 생겨요. 예를 들어 아파트 단지라면, 이걸 분양해서 팔아야 PF로 빌린 돈을 갚을 수 있는데, 너무 안 팔리면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돼요. 아파트를 짓고도 돈을 못 갚을 경우,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은 큰 손해를 보고, 당연히 돈을 못 갚은 건설회사 등은 망할 위기에 처하겠죠.
부동산 침체기에 위기 맞은 PF
실제로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여러 건설회사가 위기를 맞는 사태가 벌어졌어요. 심지어 지난해 말에는 국내 16위 건설사로 평가받던 태영건설이 부도 위기를 맞으며 워크아웃에 돌입하기도 했죠. 공사비 인상에다 부동산 수요 위축, 고금리 현상까지 겹치며 벌어진 일이었어요. 건물을 지을 돈이 전보다 더 많이 드는데 막상 지어도 잘 팔리지는 않고, 건물 지으려고 빌린 돈에 붙는 이자까지 늘어났으니까요.
태영건설처럼 큰 건설사까지 순식간에 무너질 위기에 처하자, PF 위기론은 더 강해졌어요. 태영건설이 빌린 돈이 수조 원에 달하고, 은행·증권사·보험사·저축은행 등 정말 많은 금융기관이 자금을 빌려줬기 때문이에요. 물론 태영건설은 바로 부도 사태를 겪지는 않았고, 워크아웃을 통해 회생의 기회를 얻었지만, 이때부터 우리나라 PF의 고질적 문제점을 고쳐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욱 커졌어요.
우리나라 PF, 뭐가 문제일까?
전문가들은 한국 부동산 PF는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한다고 지적해 왔어요. 예를 들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주체인 개발사시행사가 자기 돈을 꽤 투자하거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상황에서 부동산 개발 사업을 시작해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자기 돈을 거의 들이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대부분 자금을 PF 대출로 마련하죠. 우리나라는 부동산 개발 업체를 세우기 위한 요건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대다수 시행사의 규모가 영세하거든요.
정부는 이런 구조를 고치기 위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을 지난 14일 발표했어요. 가장 대표적인 대책이 부동산 PF의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방안이에요. 쉽게 말해서 앞서 언급했던 ‘대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라는 뜻이에요. 이번에 발표된 주요 대책을 간단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아요.
① 자기자본비율 5%→20%
국내 부동산 PF 사업의 평균 자기자본비율은 보통 3%에서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해요. 자기 돈을 3억~5억만 가지고 100억짜리 사업을 시작한다는 뜻이죠. 정부는 이 비율을 2026년 10%, 2027년 15%, 2028년엔 20%까지 높일 방침이에요. 적어도 자기 돈을 20%는 가지고 사업을 시작하라는 거예요.
정부는 자기자본비율을 높인 곳에는 건물을 지을 때 각종 규제를 완화해 주고, 대출도 쉽게 받게 해주는 등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에요. 자기자본비율이 낮을수록 PF 대출을 받을 때 더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할 거래요.
② 사업성 평가 강화
앞으로 금융회사는 PF 사업에 대출을 해줄 때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사업성 평가’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해요. 사업성 평가는 해당 프로젝트의 사업성이 얼마나 괜찮은지를 미리 따져보는 단계인데, 원래는 이 절차가 의무는 아니었어요. 의무가 아니다 보니, 형식적으로 거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정부는 부동산 PF 대출 전 사업성 평가를 의무화하고, 명확한 기준과 절차도 마련하기로 했어요. 민간 전문기관의 사업성 평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문 평가기관 인증 제도 또한 도입하기로 했어요.
③ 종합 개발회사 육성
정부는 장기적으로 전문적인 종합 부동산 개발사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어요. 보통 ‘디벨로퍼’로 불리는 국내 부동산 개발사들은 지금까지 ‘분양 수익’에 집중해 왔어요. 비교적 규모가 작고 영세한 회사를 세워서 짧은 기간에 건물 짓는 프로젝트PF를 하고, 건물 분양으로 수익을 챙기는 형태죠.
정부는 이렇게 분양 수익만을 노리는 개발사시행사들만 넘치는 게 부동산 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고 봤어요. 앞으로는 부동산 개발 후 직접 임대 운영을 하고, 금융 기능도 갖춘 종합 부동산 개발사를 육성할 거래요. 그래야 우량한 회사들이 많이 생기고, 부동산 시장의 체질을 바꿀 수 있다는 취지예요.
시작된 부동산 PF 체질 개선
다만 정부는 새 제도의 구체적인 시행 시기를 확정해서 발표하지는 않았어요. 부동산 경기라는 게 워낙 민감한 데다, 대부분의 국내 개발사와 금융사가 영향을 받게 되는 만큼 의견 수렴 과정도 필요하다는 거예요. 아마 구체적인 규정은 내년 중 마련될 것으로 보여요. 이후 시장의 적응을 위해 주는 유예기간 등을 고려하면, 내후년에야 규제가 적용될 가능성이 커요.
그동안 언제든 위기를 터뜨릴 수 있는 한국경제의 취약점으로 꼽혀왔던 부동산 PF 제도. 부동산 개발을 비교적 쉽게 만드는 나름의 순기능도 있었겠지만, 이제는 위험한 부분을 정비해야 할 때가 왔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예요. 이번 기회에 부작용이 적은 방식으로 잘 고쳐졌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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