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겨뤄야 하는 리카르도의 비교우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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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은 대공황이 발생한 다음 해인 1930년에 태어났다. 주식 중개인이었던 버핏의 아버지는 1929년 대공황 때문에 직장을 잃고 집에만 있어야 했는데, 버핏은 이 때문에 자신이 태어날 수 있었다면서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이 시작된 해인 1929년을 아주 좋아한다”라고 여러 차례 언급한 바 있다. 약세장 속에서도 과감하게 베팅할 줄 아는 버핏의 낙관주의적 기질이 이런 배경에서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런 버핏도 인생을 살면서 많은 실수를 했다. 사실 현재 버핏이 회장으로 앉아 있는 굴지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도 ‘실수의 산물’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버핏이 섬유공장을 운용하던 버크셔를 인수했던 1965년은 아시아 국가들이 저임금 노동력을 무기로 방직산업에 공격적으로 진출하던 시기였다. 당시 35세로 혈기왕성했던 버핏은 경영진과의 다툼 끝에 인수를 결정했다. 홧김에 한 매우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인수였다.
그러나 아무리 천재라 한들 전망이 좋지 않은 산업을 되살릴 방도는 마땅치 않다. 삼성그룹의 모태인 제일모직이 융성했던 시기가 바로 이 1960년대였는데, 인건비가 높은 미국이 신흥국과 게임이 될 리 만무했다. 버핏은 버크셔의 인수가 일생일대의 큰 실수였으며, 이를 만회하려고 수년을 고생했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그런데 최근 돌아가는 판을 보면 그때 값싼 인건비를 찾아 신흥국으로 빠져나갔던 공장들이 다시 선진국으로 회귀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리쇼어링 흐름은 바이든 행정부 들어서는 각종 보조금을 통한 제조업 회귀전략으로 꽃을 피웠다. 내년 수립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관세라는 카드를 들고 올 기세다.
굳이 이런 정책이 아니더라도 리쇼어링은 피할 수 없는 일 같다. 최근 유튜브에서 본 충격적 동영상이 하나 떠오른다. 오픈에이아이OpenAI 모델을 탑재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BMW 자동차 조립공장에 투입돼 일하는 모습을 다룬 것이었다. 사람처럼 두 다리로 이동이 가능할 뿐 아니라 양손으로 부품을 들고 밀리미터㎜ 단위의 작은 구멍에 맞게 정확히 조립하는 정밀도를 갖춘 로봇이었다. 이 로봇을 만든 곳은 피겨Figure라는 미국의 비상장 스타트업 회사다. 인간의 모습과 똑같이 로봇을 설계한 이유가 있느냐는 물음에 이 회사는 ‘현재 인간이 일하고 있는 조립 라인에 바로 투입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고전 경제학자인 리카르도는 한 국가가 상대 국가보다 열위에 있더라도 비교 우위를 통해 충분히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것이 지금까지 신흥국이 값싼 노동력을 통해 누렸던 비교 우위였다. 휴머노이드 로봇 피겨는 하루당 1000건의 작업을 처리할 수 있고, 직전 모델에 비해 작업속도는 400%, 정확도는 7배 향상됐다고 한다.
버핏이 당시 산업의 큰 흐름을 간과했던 것처럼, 지금 우리도 이러한 흐름을 혹시라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인구와 노동력이 가졌던 경쟁 우위가 사라지고 있다. 돈의 흐름도 기술을 좇아 흘러가는 시대가 되었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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