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층 발망치 소리, 못 느끼게 해드릴게요"···LH, 내년 층간소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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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H 층간소음 시험시설서 ‘1등급 기술’ 체험
의자끄는 소리, 도서관서 속삭이는 소리 정도
‘발망치’, 아랫층서 체감 어려운 수준으로 줄여
“3기 신도시에 1등급 기술 적용될 수 있을 것”
“방금 일어나신 것 맞아요?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요?”
모니터 속 여성이 철제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성이 있는 곳 바로 아랫층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였지만, ‘기대했던’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어 한 남성이 러닝머신을 뛰었다. 역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음으로 2kg 정도의 고무공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아주 미세하게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높은 가구에서 뛰어내렸을 때의 중량 충격음’을 구현한 것이지만,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알아채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층간소음 1등급 자체 기술을 정립하는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기술은 내년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부터 전면 적용된다. 지난 21일 세종시에 있는 LH의 층간소음 시험시설 ‘데시벨35db35LAB’을 찾아 LH의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미리 체험해봤다.
2022년 8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도입되면서 모든 아파트는 준공 전 층간소음 성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체 세대의 2%를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진행해 층간소음이 기준치49dB를 넘기면, 해당 건설 사업자는 보강시공 또는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된다.
성능검사를 통과했다고 층간소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LH가 이날 공개한 체험 영상을 보면, 4등급49dB 이하 기술로는 유의미한 소음제거가 되지 않았다. 예컨대 아이가 뛰거나 의자를 끄는 소리는 4등급 기술이 적용된 상황에서는 52~54dB에서 46~48dB 정도로 줄어들 뿐이었다. 이는 ‘옆방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 정도다.
LH는 의자끄는 소리를 성능검사 1등급 수준37dB인 ‘조용한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 정도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윗층에서 나는 발망치 소리 같은 일상 소음은 아랫층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등급 수준보다도 낮은 35dB를 목표치로 잡은 결과다.
정윤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LH는 층간소음에 누구보다 진심”이라며 “층간소음이 생활 불편을 넘어 이웃간 갈등과 사회 문제로까지 번진 만큼 1등급 기술개발에 지난 2년간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고 했다.
LH는 해당 층에서 40dB 이상의 소음을 3번 이상 유발시키면 월패드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노이즈가드’ 시스템도 개발했다. 층간소음을 줄이려면 주민들의 생활 습관의 개선도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설계 단계부터 적용해야 하는 층간소음 1등급 기술과 달리 노이즈가드 시스템은 구축 아파트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층간소음의 정식 명칭은 ‘바닥 충격음’이다. 윗층 바닥에 가해진 충격이 진동에너지를 만들고, 이 진동은 벽을 타고 아랫층으로 전달돼 소음으로 변환되는 구조다.
따라서 층간소음을 줄이는 관건은 진동을 차단하거나 흡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LH는 우선 기존 210mm였던 바닥슬래브 두께를 250mm까지 늘려 진동을 차단했다. 성능 좋은 완충재와 밀도가 높은 몰탈건축에서 돌이나 타일을 붙이는데 사용되는 혼합물을 사용해 진동 흡수력도 높였다.
LH는 전국 각지에 있는 공공주택에서 9차례의 실증, 1347회의 실험을 진행한 끝에 소음 저감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고 했다. 바닥 두께나 건자재를 바꿔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성과도 있었다. LH 관계자는 “고밀도 몰탈을 사용하려다보니 난방 배관을 고정시키는 것이 어려워졌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어매시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차음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LH는 이렇게 마련한 1등급 기술을 내년도 주택 설계부터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공공분양 주택인 뉴홈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향된 바닥두께250mm가 설계에 반영됐다. LH 관계자는 “시공 과정에서 고밀도 몰탈과 고성능 완충재를 추가 적용하면, 3기 신도시 모든 공공주택에는 1등급 기술이 전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비 증가다. LH는 층간소음 기준을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할 경우 전용면적 59㎡ 기준 약 400만원 가량의 공사비가 인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늘어난 공사비는 곧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LH 관계자는 “다른 부분에서의 원가 절감으로 분양가 상승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3기 신도시 분양가가 사전청약 대비 이미 20% 가까이 뛴 상태라, 다른 부분에서의 공사비 절감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LH는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기술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에 개방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현재까지 민간에서 개발된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은 총 12건인데, 이중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전체의 67%8건를 차지하고 있다.
또 내년 3월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실험시설인 dB35Lab도 민간에 개방할 예정이다. 자체 실험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이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증시설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1년 이상 걸렸던 층간소음 신기술 인증 기간이 6개월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LH는 기대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사후확인제 도입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었지만, 몇몇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LH의 기술이 보다 많은 공동주택에 적용될 수 있도록 민간에 개방하고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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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끄는 소리, 도서관서 속삭이는 소리 정도
‘발망치’, 아랫층서 체감 어려운 수준으로 줄여
“3기 신도시에 1등급 기술 적용될 수 있을 것”
“방금 일어나신 것 맞아요? 정말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요?”
모니터 속 여성이 철제 의자를 끌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여성이 있는 곳 바로 아랫층에 있던 모두가 숨을 죽였지만, ‘기대했던’ 소리는 나지 않았다. 이어 한 남성이 러닝머신을 뛰었다. 역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다음으로 2kg 정도의 고무공을 바닥으로 떨어뜨렸다. 아주 미세하게 ‘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이가 높은 가구에서 뛰어내렸을 때의 중량 충격음’을 구현한 것이지만, 예민하지 않은 사람은 알아채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지난 21일 세종시에 있는 LH의 층간소음 시험시설 ‘데시벨35db35LAB’에서 LH의 층간소음 1등급 기술 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LH 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층간소음 1등급 자체 기술을 정립하는데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기술은 내년 하반기 설계에 들어가는 공공주택부터 전면 적용된다. 지난 21일 세종시에 있는 LH의 층간소음 시험시설 ‘데시벨35db35LAB’을 찾아 LH의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미리 체험해봤다.
‘조용한 도서관에서의 소음’
2022년 8월 층간소음 사후확인제가 도입되면서 모든 아파트는 준공 전 층간소음 성능검사를 받아야 한다. 전체 세대의 2%를 대상으로 무작위 검사를 진행해 층간소음이 기준치49dB를 넘기면, 해당 건설 사업자는 보강시공 또는 손해배상 의무를 지게 된다.
성능검사를 통과했다고 층간소음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LH가 이날 공개한 체험 영상을 보면, 4등급49dB 이하 기술로는 유의미한 소음제거가 되지 않았다. 예컨대 아이가 뛰거나 의자를 끄는 소리는 4등급 기술이 적용된 상황에서는 52~54dB에서 46~48dB 정도로 줄어들 뿐이었다. 이는 ‘옆방에서 들리는 대화 소리’ 정도다.
LH는 의자끄는 소리를 성능검사 1등급 수준37dB인 ‘조용한 도서관에서 속삭이는 소리’ 정도로 줄이는데 성공했다. 윗층에서 나는 발망치 소리 같은 일상 소음은 아랫층에서 체감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1등급 수준보다도 낮은 35dB를 목표치로 잡은 결과다.
해당 층에서 40dB 이상의 소음을 3번 이상 유발시키면 월패드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노이즈가드’ 시스템. LH 제공
정윤섭 LH 스마트건설본부장은 “LH는 층간소음에 누구보다 진심”이라며 “층간소음이 생활 불편을 넘어 이웃간 갈등과 사회 문제로까지 번진 만큼 1등급 기술개발에 지난 2년간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다”고 했다.
LH는 해당 층에서 40dB 이상의 소음을 3번 이상 유발시키면 월패드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노이즈가드’ 시스템도 개발했다. 층간소음을 줄이려면 주민들의 생활 습관의 개선도 중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설계 단계부터 적용해야 하는 층간소음 1등급 기술과 달리 노이즈가드 시스템은 구축 아파트에도 설치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층간소음 없는 3기 신도시?
층간소음의 정식 명칭은 ‘바닥 충격음’이다. 윗층 바닥에 가해진 충격이 진동에너지를 만들고, 이 진동은 벽을 타고 아랫층으로 전달돼 소음으로 변환되는 구조다.
따라서 층간소음을 줄이는 관건은 진동을 차단하거나 흡수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LH는 우선 기존 210mm였던 바닥슬래브 두께를 250mm까지 늘려 진동을 차단했다. 성능 좋은 완충재와 밀도가 높은 몰탈건축에서 돌이나 타일을 붙이는데 사용되는 혼합물을 사용해 진동 흡수력도 높였다.
LH는 바닥두께 상향, 고성능 완충재, 고밀도 몰탈 등으로 자체 층간소음 1등급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 기술은 내년도부터 공공주택 설계에 본격 적용된다. 심윤지 기자
LH는 전국 각지에 있는 공공주택에서 9차례의 실증, 1347회의 실험을 진행한 끝에 소음 저감을 위한 ‘최적의 조합’을 찾아냈다고 했다. 바닥 두께나 건자재를 바꿔보는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성과도 있었다. LH 관계자는 “고밀도 몰탈을 사용하려다보니 난방 배관을 고정시키는 것이 어려워졌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와이어매시를 보강하는 과정에서 차음 효과가 더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LH는 이렇게 마련한 1등급 기술을 내년도 주택 설계부터 전면 적용할 계획이다. 공공분양 주택인 뉴홈은 이미 지난해부터 상향된 바닥두께250mm가 설계에 반영됐다. LH 관계자는 “시공 과정에서 고밀도 몰탈과 고성능 완충재를 추가 적용하면, 3기 신도시 모든 공공주택에는 1등급 기술이 전면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사비 증가다. LH는 층간소음 기준을 4등급에서 1등급으로 상향할 경우 전용면적 59㎡ 기준 약 400만원 가량의 공사비가 인상될 것으로 추산했다. 늘어난 공사비는 곧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LH 관계자는 “다른 부분에서의 원가 절감으로 분양가 상승분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3기 신도시 분양가가 사전청약 대비 이미 20% 가까이 뛴 상태라, 다른 부분에서의 공사비 절감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LH 층간소음 시험시설 Db35Lab 전경. LH 제공
LH 1등급 기술, 민간에도 개방한다
LH는 자체 개발한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을 기술력과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건설사에 개방할 계획이라고도 했다. 현재까지 민간에서 개발된 층간소음 1등급 기술은 총 12건인데, 이중 대기업이 보유한 기술이 전체의 67%8건를 차지하고 있다.
또 내년 3월부터 국내 최대 규모의 층간소음 실험시설인 dB35Lab도 민간에 개방할 예정이다. 자체 실험시설이 없는 중소기업이 ‘테스트베드’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증시설로 전환하려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존 1년 이상 걸렸던 층간소음 신기술 인증 기간이 6개월 이내로 단축될 것으로 LH는 기대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사후확인제 도입 이후 대기업을 중심으로 기술 개발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었지만, 몇몇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며 “LH의 기술이 보다 많은 공동주택에 적용될 수 있도록 민간에 개방하고 아낌없이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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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혼’ 민경훈, 사회→축가 ‘아는 형님’으로 채웠다 “10년을 함께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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