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5년간 1000억 떼돈…중국인 묵직한 자루 열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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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스크랩 밀수출 업체 일망타진
銅맥경화 위기 넘겼다
세관, 중국계 수집상 등 적발
고철로 속여 5년간 988억 밀수출
가격 조작해 711억 법인세 탈루
1392억 규모 환치기 자금세탁도
고비 넘긴 국내 銅제조 생태계
수출량 줄었지만 단가는 정상화
국내 수급 안정으로 업계 숨통
"단속 느슨해지면 또 활개 우려"
銅맥경화 위기 넘겼다
세관, 중국계 수집상 등 적발
고철로 속여 5년간 988억 밀수출
가격 조작해 711억 법인세 탈루
1392억 규모 환치기 자금세탁도
고비 넘긴 국내 銅제조 생태계
수출량 줄었지만 단가는 정상화
국내 수급 안정으로 업계 숨통
"단속 느슨해지면 또 활개 우려"
부산본부세관 관계자가 20일 중국계 수집상 등 밀수출업자에게서 압수해 부산 신항에 쌓아 놓은 구리 스크랩을 살펴보고 있다. /부산본부세관 제공
지난 4월 11일 오전 10시. 경남 김해, 경기 화성, 평택 등 중국계가 다수 포함된 전국 7개 구리 스크랩금속 조각 수집상에 부산본부세관 조사국 직원 40여 명이 들이닥쳤다. 사전 답사차 전날부터 잠복한 수사관과 포렌식 요원들은 컴퓨터와 휴대폰, 장부 등 핵심 증거를 확보했다. 고철 스크랩으로 위장해 중국 등으로 밀수출하려던 구리 스크랩 49t도 압수했다.
이날 압수수색은 한국경제신문의 ‘銅맥경화…中 수집상, 고물상 돌며 구리 스크랩 싹쓸이’3월 22일자 보도 이후 실태 파악에 나선 부산본부세관이 주도해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동현 부산본부세관 조사국장은 20일 “서류 증거 인멸 등을 방지하기 위해 한날한시 전국적인 압수수색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밀수출·비트코인 환치기로 시장 교란
전선과 파이프, 건축자재, 전자제품 등의 소재로 쓰이는 구리 스크랩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에 무더기로 팔려나가자 올해 초 국내 제조업체는 심각한 공급 부족에 시달렸다. 지난 한 해 중국으로 수출된 구리 스크랩은 6만7043t으로 2020년1만6340t의 네 배가 넘었다. 무자료 현금 거래로 국내에 유통되는 스크랩을 대거 사들인 뒤 수출하는 중국계 대상 등이 활개를 치고 다닌 탓이었다. 부산본부세관은 본지 보도 이전 4개월간 고철, 구리 스크랩을 2000t 이상 수출한 28개 업체를 파악한 뒤 혐의가 의심되는 7곳을 선별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통한 환치기 목적의 자금 세탁 규모도 1392억원에 달했다. 서울과 인천, 광주 등 6개 본부세관은 수출 검사체계를 바꿔 통관 우범성 기준에 따라 선적을 앞둔 고철이나 구리 스크랩의 불시 검사 비율을 높이고 있다. 부산본부세관은 7개 업체의 피의자 수사 결과를 지난달 검찰에 송치했다.
◆“지속적인 정부 단속 필요”
국내 구리 스크랩 수급은 정부 수출 단속 등에 힘입어 안정세로 돌아섰다.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기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으로 수출된 구리 스크랩은 2만2085t, 수출 단가는 ㎏당 1.1달러였다. 세관 조사가 본격화한 2분기 수출량은 1만6433t으로 감소했다. 다만 밀수출업자의 가격 조작이 어려워지자 수출 단가는 ㎏당 4.3달러로 올랐다. 국내 구리 스크랩 수집상 관계자는 “중국계 거래상들이 정상적인 계산서를 끊고 스크랩을 거래해 가격이 정상화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때마침 글로벌 수요 감소세도 영향을 미쳤다. 런던금속거래소LME 기준 구리 시세는 3월 t당 8500달러 안팎에서 5월 20일 t당 1만1104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하향세가 이어지고 있다.
국내 구리 스크랩 거래 가격도 안정세다. 연초 LME 기준 약 96%까지 치솟은 상동 스크랩 가격은 최근 90~93% 구간에 형성돼 있다. 황동을 제조하는 D사 관계자는 “구리 수요가 늘 것이라고 베팅한 글로벌 펀드가 발을 뺀 데다 중국의 건설 경기 부진 등이 겹쳐 수급과 가격 안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동 제조업계는 정부의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무자료 거래가 불가피한 스크랩 시장의 특수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 구리 스크랩업계 관계자는 “이번 압수수색 여파로 중국계 수집상들이 휴대폰을 모두 비밀번호 추적이 어려운 아이폰으로 바꿨다”며 “정부 감시가 느슨해지면 또다시 불법 매입과 밀수출이 반복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부산=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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