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기다린 아파트인데…"그냥 포기할래요" 고민 빠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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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이천 부발역 에피트 분양
분양가·발코니 확장까지 6억대 중반…"가격 높아 부담" "찐 직주근접…청약 수요 뒷받침하진 않아" 경강선 부발역 일대 개발계획, 가시적인 단계 아냐 계약금 1000만원·6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이천 부발역 에피트 모형도. 사진=이송렬 기자. 경기도 이천시 부발읍에 10년 만에 새 아파트가 공급되지만 새 아파트를 고민하던 실수요자들은 "너무 비싸다"며 고민에 빠졌다. 분양가가 6억원대 중반으로 주변 시세보다 2억원가량이나 높아 고분양가 논란이 일고 있는 탓이다. 17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에 지어질 예정인 이천 부발역 에피트 분양가최고 분양가는 6억2560만원전용면적 84㎡C이다. 이 타입 발코니 확장비가 1800만원이라는 점까지 고려하면 분양가는 6억4360만원으로 6억원 중반에 달한다. 최고 분양가 기준으로 가장 낮게 책정된 면적대는 전용 84㎡B로 6억830만원인데 이 역시 발코니 확장비를 더하면 6억2000만원을 넘어간다. 유상옵션 등 부대비용을 고려하면 7억원에 근접하는 가격이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한층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 단지 바로 옆에 있는 현대성우오스타1단지 전용 84㎡는 지난 4월 4억6000만원에 손바뀜했다. 현대성우오스타2단지 전용 84㎡도 지난 6월 4억9500만원에 거래됐다. 분양가가 시세보다 1억원 이상 더 비싸다. 예상보다 높은 가격에 예비 청약자들은 당황하는 모양새다. 이 단지를 눈여겨보고 있던 한 예비 청약자는 "솔직히 가격이 너무 높아 부담된다"며 "이 가격이라면 차라리 이천 시내에서 분양한 브랜드 단지를 알아보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파트 분양 광고가 붙어있다. 사진=한경DB 이천이 이달부로 미분양 관리지역이 됐다는 점도 분양가에 부담을 느끼게 만드는 요인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4년 8월 미분양관리지역으로 경기도 이천시가 새롭게 추가됐다. 이천이 미분양관리지역에 지정된 것은 제도 2023년 2월 제도 개편 이전인 2019년 12월 이후 4년 8개월 만이다. 이천의 미분양 급증은 지역 내 과공급, 높은 분양가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난 3월 안흥동에서 나왔던 이천 서희스타힐스 SKY 전용 84㎡는 6억5460만원, 이천롯데캐슬 센트럴 페라즈 스카이 전용 84㎡는 6억9880만원이었다. 지난 5월 분양했던 송정동 이천자이 더 레브 전용 84㎡는 최고가는 5억5800만원인데도 여전히 고전 중이다. 분양 업계 관계자는 "미분양 관리지역에 포함되면 분양보증 발급 전 사전 심사받아야 하는 등 신규 분양 잣대가 까다로워진다"며 "다음에 나오는 단지는 가격이 더 낮을 수 있다는 얘기다. 굳이 높은 분양가가 책정된 단지를 무리하게 청약할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이어 "잇달아 공급 물량이 쏟아진 탓에 수요가 줄어든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현지 부동산 공인중개업소에서도 이천 부발역 에피트 청약 성적을 회의적으로 보는 의견이 나온다. 아미리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예비 청약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타입은 충분히 소화되겠지만 그렇지 못한 타입은 미분양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직주근접은 맞는데…"수요 뒷받침 하진 않아"
이천 부발역 에피트가 강조하는 점 중의 하나는 찐 직주근접이다. 이천을 대표하는 기업 SK하이닉스 이천 본사와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어질 예정이어서다. SK하이닉스 말고도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비테스코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AT세미콘, 팔도 등 기업들이 다수 있어 수요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말 그대로 직장과 집이 가깝다는 의미지 수요를 뒷받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SK하이닉스로 직원들이 꼭 회사 앞에 있어야 한단 뜻이 아니다. 이천 대표 주거지인 증포동과 갈산동, 창전동 등에 살면서 차량으로 출근하는 경우가 꽤 많다. 심지어는 광주나 화성 등에서 거주하면서 셔틀버스로 출근하기도 한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SK하이닉스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최근 이천에서 아파트 분양을 한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 직원이라고 꼭 회사 앞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이천 시내에서 출근하는 경우도 많고 멀게는 다른 도시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이 길다면 직주근접이 의미가 크겠지만 굳이 이천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부연했다. 구매력이 있는 30~40대, 특히 자녀가 있는 가구라면 굳이 부발읍으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편의시설과 교육 인프라는 이천 시내가 더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또 다른 분양 업계 관계자는 "부발읍이 복선전철 경강선이나 SK하이닉스 등으로 뜬 것은 맞지만 여전히 인프라가 부족하고 교육적인 측면에서는 이천 시내보다 약한 게 사실"이라면서 "아이가 있다면 오히려 학교와 학원 등이 모여있는 갈산동 인근이 살기에 더 낫다고 본다"고 귀띔했다.
내가 지금 낼 분양대금은 예정를 위한 것?
이 단지가 또 하나 강조하는 점은 바로 미래 가치다. 부발역 북쪽부발역 주변 52만여㎡과 남쪽50만여㎡에 각각 3900여 가구, 5800여 가구 규모의 주거 단지를 조성하는 부발역세권 개발사업과 가좌지구 단위 계획구역, 아미1지구 등 개발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아직 구체적인 성과를 말하긴 어려운 단계다. 부발역세권 북단지구의 경우 민간제안환자방식으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데 올해 2월 경기도에 지구 지정 및 개발 계획 승인 신청이 돼 있는 상황이고, 남단 지구의 경우 이제서야 여러 민간 사업자들을 모집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이천 부발역 에피트 모델하우스에 게재된 부발역 일대 개발사업. 사진=이송렬 기자. 이천시 관계자는 "부발 역세권 북단지구의 경우 올해 안에 지구 지정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1년 이상도 걸릴 수 있어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가좌2지구 역시 지난 6월 수도권정비실무위원회 심의에서 원안의결이 됐지만 거의 초기 단계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5개의 전철이 지나가는 펜타역세권이 된다는 것도 아직은 먼 얘기다. 부발역에는 현재 수도권 전철 경강선과 KTX만 다닌다. 수서-광주 복선전철수광선, 25년 착공 예정,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D노선, 반도체 철도망인 평택-부발선 등이 지나게 된다고 얘기하지만, 이들 노선은 예정일 뿐 언제 들어올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단지 분양 사무소 상담사는 "부발 역세권 개발 등 개발 호재나 교통 호재는 말 그대로 예정돼 있는 것"이라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홈페이지를 참고해달라는 얘기만 되풀이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단순하게 철도가 들어선다고 집값에 반영되는 시기는 지났다"며 "교통 호재는 계획이 처음 나왔을 때, 계획이 구체화 됐을 때, 해당 교통망이 뚫렸을 때 등 시기에 맞춰 집값에 반영되는 것이 보통"이라고 강조했다.
"1000만원에 계약…투기꾼 놀이터 가능성도"
1000만원만 있으면 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과 6개월 이후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는 점은 오히려 내 집 마련을 위한 실수요자들에겐 부담이 될 수 있다. 분양권이 가벼워 손바뀜이 잦을 수 있단 얘기어서다.
현장 인근에 있는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로도 투자자 문의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미리에 있는 B 공인 중개 관계자는 "실수요자들도 문의가 있긴 하지만 아직은 투자자들의 문의가 더 많다"며 "기업들이 많아 임차 수요 등이 많다 보니 관심을 많이 갖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청약 전문가는 "전매 기한이 짧고 적은 돈으로도 계약이 가능한 단지의 경우 단기적인 수익을 목적으로 들어오는 투자자들이 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실수요자들에겐 긍정적인 상황은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사진=경기도 이천시 부발읍 아미리 이천 부발역 에피트 홈페이지 캡쳐. 한라가 27년 만에 교체한 브랜드 에피트를 처음 거는 단지임에도 불구하고 차별점이 두드러지지 않는 점도 아쉽다. 앞서 비슷한 시기 반도건설은 카이브 유보라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했는데, 기존 유보라와 달리 아넥스 클럽ANNEX CLUB이라는 이름의 멤버십 형태의 커뮤니티 시설을 내세웠다. 에피트의 경우 외관 특화를 진행할 예정이다. 일단 분양을 마치고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동의서를 받은 후 외관 특화 공사에 나설 계획이라는 게 이 단지 분양 관계자의 설명이다. 분양 이후에 동의서를 받는데 모든 분양자를 대상으로 받아야하기 때문에 미분양 물량이 나오면 그만큼 동의서 수집도 늦어질 수 있다. 한편 이천 부발역 에피트는 오는 19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20일 1순위, 21일 2순위 순으로 접수한다. 만 19세 이상 이천시 또는 수도권경기도·서울시·인천시 거주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2개월 이상 지역별, 면적별 예치금액이 충족되면 1순위 청약을 할 수 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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