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게 굳이" 집주인 거절 빈번?…부동산 등기, 정말 쉬워졌을까[부릿지] > 경제기사 | economics

부동산 매매를 할 땐 소유권 이전 등기가 필수다. 이 일은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등기소도 직접 방문해야 해 보통 법무사에게 비용을 주고 위임한다. 하지만 법원이 지난달 말부터 미래등기시스템을 도입하며 등기소에 방문하지 않고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시스템으로 인해 정말 등기 과정이 편리해질까? 머니투데이 유튜브 채널 부릿지가 한 번 알아봤다.

아파트 매매가 아니더라도 전·월세를 한 번이라도 살아보신 분들은 등기부등본이라는 단어를 한번은 들어보셨을 겁니다. 전·월세 들어가기 전에 등기부등본부터 떼 봐야 안전하다 라는 이유에서인데요. 만약에 임차인으로 들어갈 원룸의 등기부등본상에 이 원룸을 담보로 대출이 있거나 하면, 나중에 집주인의 상황이 어려워져 집이 경매로 나왔을 때 제가 낸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등기부라는 건 이렇게 부동산의 권리관계와 현황을 적어 놓은 공적인 문서입니다. 부동산의 위치나 면적부터 소유주의 변화까지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등기라는 건 이런 권리관계를 기록하는 행위입니다. 흔히 집을 샀을 때 등기 쳤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죠, 이건 소유권 이전 등기 작업을 통해 서류상 어떤 주택을 자신의 소유로 바꾸는 작업을 마쳤다는 뜻입니다.


만약에 주담대를 받아 집을 산다면 근저당 설정 등기도 이뤄집니다. 이 집을 담보로 대출이 일어났다는 사실을 기록하는 겁니다. 근저당 설정 등기는 집주인이 나중에 대출 원리금을 제대로 못 갚아서 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은행들이 자신의 권리를 행사하기 위해 이뤄지는 등기입니다.

그런데 이 등기 작업이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챙겨야 할 서류도 많고 법원에 직접 방문까지 해야 합니다. 그래서 보통 등기 업무는 법무사에게 맡기곤 합니다. 물론 법무사에게 맡기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본인이 직접 등기 업무를 하기도 합니다.

이번에 법원이 이런 등기 업무의 불편을 줄여보고자 미래등기시스템이라는 걸 지난달 말부터 시작했습니다. 법원이 2020년부터 준비한 시스템인데요, 구체적으로 등기를 위한 서류를 뽑지 않고 등기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모바일 앱 하나로 등기 작업을 마치게 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언뜻 들으면 너무 편리한 시스템 같습니다. 하지만 중개사들 사이에서는 이 시스템이 별로 쓰이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아까 제가 보통 등기 업무는 복잡해서 법무사한테 맡긴다고 했죠, 법무사를 쓰는 비용이 20만원 정도 듭니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는 금액이지만, 이 돈을 내면 등기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딱히 해야 할 일이 없어요. 보통 잔금을 치를 때 소유권 이전 등기가 이뤄집니다. 아파트 매도인과 매수인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모여 서류들에 도장을 찍죠. 그러면 법무사가 등기소에 가서 등기 업무를 처리합니다. 이게 지금까지의 관행입니다.

그런데 미래등기시스템에 따라서 전자방식으로 등기를 치려면 상황이 좀 달라집니다. 우선 법무사와 매도인, 매수인이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모이는 것까지는 같은데요, 매도인 입장에서 귀찮을 일들이 생깁니다. 법무사가 미래등기시스템을 통해 매수인과 매도인에게 링크를 보내고, 이들은 모두 핸드폰에서 전자서명 작업을 해야 합니다.

매도인은 지금까지 법무사가 이런 일들을 맡아왔으니 도장 찍고 잔금이 제대로 들어왔는지만 확인하면 됐었죠, 그런데 갑자기 귀찮은 일들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겁니다. 이걸 집주인이 받아들일까요?

저는 오히려 전자방식 등기를 거절할 확률이 더 높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집을 파는 입장이라면, 굳이 이런 귀찮은 일을 감수하기가 싫을 것 같거든요. 핸드폰 화면으로 서류를 보다 보니 종이로 보는 것보다 피곤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특히 디지털에 친숙하지 않은 노인분들이라면 더더욱 기존 방식을 고수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하지만 미래등기시스템은 시작부터 순탄치 않았어요, 첫날부터 점검 화면이 뜨면서 먹통이 돼 버렸기 때문이죠. 이후에도 끊김, 지연 접속 현상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앞으로 시스템이 좀 더 보완돼서 시민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으면 좋겠네요.

출연 이용안 기자
촬영 이현진 PD, 백정하 PD
편집 이현진 PD
디자이너 신선용



이용안 기자 king@mt.co.kr 백정하 PD damha135@mt.co.kr 이현진 PD hjin@mt.co.kr 신선용 디자이너 sy053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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