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버거 화려한 변신…미운 오리서 백조로
페이지 정보
본문
1조 매출 넘보는 롯데GRS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하며 롯데그룹 ‘문제아’로 꼽혔던 롯데GRS가 달라졌다. 핵심 브랜드인 ‘롯데리아’ 질주에 힘입어 폭발적인 실적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연매출은 7년 만에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고,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을 훌쩍 넘겼다. 위태롭던 재무 상태도 상당히 안정됐다.
K버거 ‘롯데리아’ 질주
매출 1조원, 영업이익도 UP
롯데GRS는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등 롯데그룹 산하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운영하는 외식 전문 기업이다.
롯데GRS는 올해 가파른 실적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누적 매출 7440억원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 상승했다. 현재 추세가 이어진다면 1조896억원 매출을 기록한 2017년 이후 7년 만에 매출 1조원을 돌파한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09.3% 늘었다. 2023년 연간 영업이익209억원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던 재무건전성도 좋아지고 있다. 2023년 연결 기준 롯데GRS의 부채비율은 341.1%에 달했다. 부채비율 300%는 기업이 자기자본의 3배 넘는 자금을 외부에서 끌어왔다는 의미다. 통상 시장에서 재무 상태가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부채비율 수준은 150% 정도다. 2024년 2분기 361.7%까지 치솟았던 부채비율이 올 3분기 들어 급감했다. 3분기 부채비율은 275%로 2분기 대비 86.4%포인트 하락했다. 아직 150%보다는 높지만, 꾸준히 증가하던 부채가 감소세로 줄어든 것만으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실적 상승세를 견인한 브랜드는 롯데GRS 매출의 약 80%를 차지하는 햄버거 프랜차이즈 롯데리아다. 지난해부터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 ‘왕돈까스 버거’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 등 이색 신메뉴를 내세워 MZ세대를 공략한 게 성공한 덕분이다. 2023년 12월 정식 메뉴로 선보인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는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80만개를 넘어섰다. 지난 2월에 내놓은 왕돈까스 버거는 2주간 누적 판매량이 55만개에 달했고, 1달 누적 판매량은 80만개를 기록했다. 5월에는 ‘오징어 얼라이브 버거’가 11일 만에 70만개가 팔려 나가는 기염을 토했다. 주력 브랜드인 롯데리아 질주는 곧 롯데GRS의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부진 거듭하던 문제 기업
차우철표 개혁 통했다
롯데GRS는 2017년, 매출 1조원을 넘기며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하락세를 겪었다. 특히 2020년 이후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으면서 오랜 기간 부진에서 헤어 나오지 못했다. 적자가 쌓이면서 곳간까지 부실해졌다. 2017년 94.7%였던 부채비율은 2020년 276.2%까지 상승했고, 이후에는 300%대를 넘어섰다.
당시 롯데리아뿐 아니라 운영 브랜드가 모두 나락에 떨어졌다. 2017년 5748억원이던 롯데리아 매출은 2020년 말 5007억원으로 감소했다. 2021년 매장 수 1위 ‘타이틀’도 후발 주자인 맘스터치에 내줬다. 매장이 감소하던 롯데리아와 달리, 맘스터치는 공격적으로 매장을 확장, 전세가 역전됐다. 다른 주력 브랜드인 카페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는 사실상 시장 경쟁력을 상실했다. 저가 커피 유행으로 신생 커피 프랜차이즈가 증가하면서 경쟁이 더욱 심해진 데다, ‘커피가 맛이 없다’는 부정적 이미지에 소비자들이 엔제리너스를 멀리하기 시작했다.
좀처럼 부진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은 2020년 롯데지주 경영개선1팀장을 맡고 있던 차우철 대표를 롯데GRS 수장으로 선임했다.
부임 이후 차 대표는 우선적으로 롯데리아 경쟁력 회복에 힘을 쏟았다. 롯데GRS 지휘봉을 잡은 지 1년쯤 지난 2021년, 롯데리아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며 본격적인 개혁에 들어갔다. 핵심은 ‘가성비 전략’. 물가가 오르면서 맥도날드, 버거킹 등 다른 햄버거 브랜드가 가격을 올리며 프리미엄 전략을 내세울 때 롯데리아는 단가를 낮춘 가성비 상품을 연달아 선보였다. 2022년 패티 중량을 늘린 ‘더블 버거’가 대표적이다. 해당 상품은 판매 시작 보름 만에 159만개가 팔려 나가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들어서는 인기 햄버거를 점심시간에 12% 할인해서 파는 ‘리아 런치’ 등 행사를 진행하면서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를 대거 끌어모으는 데 성공했다. 프리미엄 전략을 앞세운 경쟁사가 진짜 프리미엄인 수제 햄버거 열풍에 밀려 고전하는 사이, ‘가성비’ 시장을 확고히 잡은 롯데리아는 나 홀로 질주를 이어갔다.
다음으로 회사 수익률 강화를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외식 사업 대비 수익률이 좋은 컨세션 사업 비중을 늘린 게 대표적이다. 컨세션 사업이란 병원·공항·테마파크 등 다양한 다중이용시설 식음료 사업장을 운영하는 사업이다. 초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부침이 컸다. 그러나 팬데믹 종료 이후 다중이용시설로 사람이 몰리면서 컨세션 사업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지난해에도 인천공항, 하남드림휴게소 등 핵심 지역 운영권을 따내는 등 공격적인 영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수주 성공은 실적 상승으로 이어졌다. 올해 상반기 컨세션 사업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17% 성장했다.
비용 효율화를 통한 수익성 개선 전략도 주효했다. 2021년 1세대 패밀리 레스토랑 브랜드 TGIF를 MFG코리아에 매각했다. 중국·일본·인도네시아 등 해외법인도 정리했다. 2020년과 2021년 2번의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을 줄였다. 부실 자산을 털어내고 조직 규모를 효율적으로 바꾸면서 롯데GRS는 빠르게 정상화 수순을 밟았다.
새롭게 주어진 과제
‘차세대 먹거리’ 찾아라
차우철 대표와 롯데GRS에 주어진 새로운 과제는 ‘차세대 먹거리’ 발굴이다. 현재 롯데리아는 턴어라운드에 성공했지만 다른 두 브랜드는 여전히 헤매고 있기 때문이다. 엔제리너스는 돌파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크리스피크림도넛 역시 성장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롯데GRS는 새 외식 브랜드 전개를 위한 물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존 역량을 활용해 수제버거와 햄버그스테이크 등으로 브랜드를 다각화한다는 목표다. 내부적으로 우동과 초콜릿 음료 등 새로운 외식 사업의 포트폴리오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올 11월 일본 우동 브랜드인 ‘마루가메제면’의 국내 마스터 프랜차이즈권을 확보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들은 “롯데GRS가 롯데리아를 뒷받침해 실적을 끌어나갈 새로운 브랜드를 찾는다면 더욱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본다.
[반진욱 기자 ban.jinuk@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87호 2024.12.04~2024.12.1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amp;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링크
- 이전글"대기업 별달기 바늘문"…SKT 신입 임원 승진 3명 24.12.05
- 다음글[포토] 배스킨라빈스, 올 성탄절은 변우석과 함께 24.12.0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