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통에 현금 2억 숨겨"…고액체납자 696명 끝까지 판다 > 경제기사 | economic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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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재산추적조사 강화
고령자 A92씨는 본인 소유의 토지를 양도하고도 양도소득세 수십억 원을 내지 않았다. 알고 보니 A씨의 자녀들은 은행 채무를 제외한 양도대금 전액을 여러 계좌로 분산 이체하거나 현금 인출하는 등 조직적으로 은닉해 강제 징수를 회피했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국세청 직원들은 탐문·잠복 끝에 A씨가 자녀 명의 주택에 실거주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주소지 4곳을 합동 수색했다. 그 결과 자택 내 김치통에 숨겨둔 2억 원어치 5만원권 현금다발을 비롯해 총 11억원을 징수하고, A씨 자녀와 며느리 등 일가족 7명을 고발 조치했다.


국세청이 이처럼 지능적인 수법으로 재산을 은닉하거나 납부 능력이 있는데도 세금을 내지 않은 채 호화 생활을 영위하는 비양심 고액체납자 696명에 대해 재산추적조사를 강화한다고 21일 밝혔다. 국세청은 재산추적 조사로 올 10월까지 2조5000억원을 현금 징수하거나 채권을 확보했다.

우선 국세청은 세금을 납부하지 않은 채 경마·경륜·슬롯머신과 같은 사행성 게임 당첨금이나 해외보험, 고액수표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 216명을 적발했다. 종합소득세 등 수십억 원을 내지 않은 비뇨기과 의사 B씨는 배우자 명의로 해외 보험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하고, 보험료를 수차례 외화로 송금해 재산을 숨겼다. 국세청은 재산 추적을 위해 체납자와 가족에 대한 금융조회를 실시하는 한편, 실거주지와 은닉 장소를 수색하고 있다.

허위 가등기·근저당 설정 등을 통해 재산을 편법 이전한 81명도 확인됐다. 치과의사 C씨는 수십억 원 체납에 따른 강제징수를 피하기 위해 소유 부동산을 배우자 명의로 가등기 설정한 뒤, 관할서에서 압류하자 본등기로 전환해 소유권을 배우자로 이전했다. 또 체납 발생 직후 본인의 사업자를 폐업한 뒤 직원 명의로 같은 장소에 같은 상호로 재개업하기도 했다. 고액의 세금을 체납했는데도 롤스로이스 등 수입 명차를 직접 리스해 이용하거나 회사 명의로 리스 차량을 이용한 체납자 399명도 적발됐다. 세금을 내지 않은 채 자녀 유학자금 명목으로 해외에 고액 외화를 송금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덕수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성실한 납세자들에게 위화감을 조성하고, 대다수 국민에게 허탈감을 주는 등 성숙한 납세문화 정착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체납자”라며 “리스 보증금을 압류하고 자금 출처를 확인해 재산 추적조사를 하는 한편, 체납자의 실거주지와 사업장을 비롯한 재산은닉 혐의 장소에 대해 탐문·잠복·수색하는 등 강도 높은 현장 징수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국세청은 유튜버, 저작권자, 강사 등 고소득 프리랜서 체납자에 대해 소득자료를 수집해 강제징수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튜버가 받는 수퍼챗시청자 후원금 등의 지속적인 수입을 플랫폼 사업자로부터 신속히 압류·추심하고, 가상자산을 친인척 명의로 이전·은닉한 혐의가 있는 체납자는 가상자산 추적프로그램을 활용해 추적하겠다는 계획이다. 최근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으로 재산을 은닉한 체납자에 대해 287억원을 압류하는 등의 성과도 냈다.

안 국장은 “앞으로도 국세청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는 재산은닉행위에 신속하게 대응하여 고액·상습체납자의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징수하겠다”고 밝혔다.

세종=나상현 기자 na.sang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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