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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이 눈독 못들이게…보험금 유산 신탁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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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회 작성일 24-11-2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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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금 청구권 신탁제도 시행

사망보험금을 금융사에 맡겨 운용

사전 지정한 방식으로 보험금 지급

가족 분쟁 막고 고객·금융사 윈윈

이혼 후 아들 양육한 엄마 사망 땐

손자 키워줄 친정 엄마에게 생활비

아들 성인되면 일시에 보험금 지급


사망보험금을 금융회사에 맡겨 운용한 후 사전에 지정한 방식으로 가족에게 지급하는 보험금 청구권 신탁이 지난 12일부터 가능해졌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 도입을 골자로 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신탁은 재산을 관리하는 수탁자가 수익자를 위해 재산을 관리하고 처분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 신탁업은 부동산, 퇴직연금 등 실물자산을 중심으로 이뤄지다가 이번 제도 개편으로 보험금에 대해서도 허용됐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 제도 도입 = 20일 금융위원회와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종전까지는 보험 계약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이 유족이나 수익자에게 한꺼번에 지급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신탁 계약을 통해 사망보험금을 본인과 남겨진 가족의 상황에 맞게 분할해 지급할 수 있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생명보험에 가입한 계약자에게 사고 시 지급되는 사망보험금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사망 보험금 3000만 원 이상인 종신보험 및 정기보험이 대상이다. 재해·질병사망에 대한 보험금은 신탁 대상이 아니다.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 위탁자가 모두 동일인이어야 하고 수익자는 직계존비속과 배우자로 제한된다. 신탁 계약 시 보험계약대출약관대출은 없어야 한다.

◇효율적 자산 분배, 가족 간 분쟁 예방 = 보험금 청구권 신탁을 활용하면 사망 전에 미리 계획한 대로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 자녀의 생애주기에 맞춰 사망보험금을 분할 지급하는 방식이 대표적으로 거론된다. 예를 들어 자녀가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매월 일정액을 교육비와 생활비 명목으로 분할 지급하고, 대학에 입학할 때 목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흥국생명의 1호 계약 사례자는 미성년 자녀를 둔 50대였다. 자녀가 30∼40대가 되기 전까지는 운용 이자만 지급하다가 이후에 목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신탁 계약의 내용은 정해진 틀이 없고, 고객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으로 만들 수 있다. 가령 자수성가로 수십억 원대의 자산을 일군 A 씨와 변변한 직업도 없이 백화점 명품관을 수시로 드나드는 딸이 있다고 치자. A 씨는 딸에게는 유산 한 푼도 상속하고 싶지 않지만, 귀여운 손녀가 넉넉한 환경에서 자랐으면 하는 바람은 있다. 이런 고민을 보험금 신탁으로 해결할 수 있다. A 씨의 사망보험금에서 아내에게 매달 생활비를 주며 손녀를 위해 사용하게 하다가 아내도 사망하면 나머지를 손녀에게 물려주는 것이다. 사망보험금 액수가 큰 경우, 보험금의 30%는 사망 후 한 번에 지급해 상속세 납부에 쓰도록 하고 잔액은 매년 일정 금액씩 지급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가족 간 분쟁이 예상돼 보험금을 지켜야 하는 경우에도 신탁을 활용할 수 있다. 이혼 후 자녀에게 남겨지는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다른 가족이 가로채는 일이 없도록 보험금 지급 방법을 미리 정해둘 수 있다. 7세 아들을 혼자 키우는 어머니 B 씨가 있다고 가정해보면, 우선 자신의 사후에 아들을 양육할 친정어머니에게 매월 생활비를 드리고 아들이 성인이 되면 남은 보험금을 일시에 지급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고객과 금융사 모두 ‘윈윈’= 경제 성장과 함께 국민 재산 규모가 늘어나고 노인 인구가 빠른 속도로 증가함에 따라 가계 재산을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수단으로서 신탁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먼저 고령화를 맞은 일본에서는 보험금 신탁생명보험 신탁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해 일본 생명보험 신탁 시장의 규모는 5000억 엔약 4조5115억 원으로 집계됐다. 푸르덴셜의 경우 생명보험 신탁 고객 유치를 위해 사망보험금 최소 가입 기준을 없애고, 사망 이후 친족 연락 및 장례 업무 처리 등 임종 지원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금융사 입장에서도 이자 장사를 넘어 수익원을 다변화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보험금 청구권 신탁은 종합재산신탁업 자격을 취득한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흥국생명, 미래에셋생명 등 5개 생명보험사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에서 할 수 있다. 특히 인구 구조 변화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는 생보사에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국내 생보사 22개가 보유한 사망담보 계약의 잔액은 882조7935억 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는 보험사들이 조금 더 적극적인 모습이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0년부터 금융당국에 규제 개선을 건의하고 보험업계 최초로 신탁업 겸영 인가를 받는 등 준비를 해왔다. 삼성생명은 고객맞춤형 보험지급 설계 컨설팅 역량을 기르기 위해 상속·증여, 투자, 세무 등 금융전문가로 구성된 자산관리WM팀을 구성하고 있다. 흥국생명 역시 별도 태스크포스TF팀과 함께 전용 전화상담 채널을 운영 중이다. 은행권에서는 하나은행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은행은 유언대용신탁 분야에서 14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활용, 사망보험금 지급 이후에도 다양한 상품을 신탁으로 운용하며 수익자가 받게 될 자산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할 방침이다.

김지현 기자 focu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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