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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돌아가셔도 밤에 모시고 나가야" 비수된 말…멀쩡한 벽 부순 요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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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회 작성일 25-02-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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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아파트 옆 요양원, 눈에 안 띄어야 할 출입문

"아침에 돌아가셔도 밤에 모시고 나가야"
"밤 8시다. 빨리 불꺼라"
노인 바라보는 따가운 시선

어르신들 외출 더 힘들어질라
동네 민원 들어올까봐 요양원은 노심초사

멀쩡한 벽까지 뚫어
아픈 노인 몰래 오가는 문 만들어
quot;아침에 돌아가셔도 밤에 모시고 나가야quot; 비수된 말…멀쩡한 벽 부순 요양원[내 집을 시니어하우스로]

서울 시내 한 요양원이 멀쩡한 벽을 뚫어 만든 앰뷸런스 전용문의 모습. 아프거나 임종한 어르신들이 주민들 눈에 띄지 않도록 몰래 다니는 문이다. 사진=강진형 기자


화려한 서울 아파트촌 사이에 움츠린 듯 자리 잡은 한 요양원. 1층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으로 큼지막한 유리문이 하나 더 보였다. 누가 봐도 문이 있을 자리가 아니었다. ‘앰뷸런스 전용문. 평상시 잠겨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정체를 알려줬다. 생명이 위급한 어르신이 오가는 문 옆으로 개원식 때 배달 온 화환 몇 개가 어색하게 서 있었다.


앰뷸런스 전용문이 있는 곳은 원래 건물 외벽 자리였다. 요양원 원장이 멀쩡한 벽을 허물고 유리문을 새로 낸 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요양원이 문을 열고 2주쯤 지났을 때였다. "새로 생긴 요양원을 한번 둘러보고 싶다"며 공직자들이 찾아왔다. 원장은 친절하게 안내했다. 보기 드문 치매전담실, 층층이 꾸며놓은 정원,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게 청소된 방. 치매를 앓는 할머니들은 활동실에 모여 바구니 만들기를 하던 중이었다. 더러 침대에 누워 TV만 보는 할아버지들도 있었다. 적막하지만 평화로운 오후였다.


견학을 마친 공직자들이 떠날 무렵이었다. 누군가 혼잣말처럼 한마디를 툭 내뱉었다. "여기서는 어르신들이 아침에 돌아가셔도 밤에 모시고 나가야겠네." 원장에게는 이 말이 비수가 돼 꽂혔다. “위독하거나 돌아가신 어르신들이 동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하라는 압박처럼 느껴졌어요. 고민 끝에 큰길에서 아예 안 보이는 곳에 문을 만들게 됐지요."


요양원에는 119구급대 차량과 앰뷸런스가 수시로 오간다. 그때마다 어르신들은 들것이나 휠체어에 의지해 이동한다. 결국 원장은 벽을 뚫어 어르신들이 몰래 이동할 통로를 만들었다. "동네에서 민원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입소하신 어르신들의 외출이 더 힘들어지거든요. 고육지책으로 내린 결정이긴 한데…" 원장이 말끝을 흐렸다. 요양원을 바라보는 주변의 인식이 못내 서운한 것이다.


이곳의 입소자 10명 중 9명은 치매 환자다. 환자 돌보는 것도 벅찬데 기저귀가 담긴 쓰레기봉투는 언제 내놓을지, 밤에 불은 몇시에 끌지 이런 사소한 것까지 동네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오후 8시밖에 안 됐는데 빨리 요양원 불을 끄라고 줄기차게 민원을 넣는 주민도 있어요. 어르신들이 화장실에 가고, 요양 보호사들이 돌아다니려면 불을 켜야 하는데 어쩌란 말인지. 쓰레기봉투 버릴 때도 보통 신경이 쓰이는 게 아니에요. 냄새 민원이 들어올까봐 건물 안에 꽁꽁 싸놨다가 해가 지면 쓰레기 수거차가 오기 직전에 내놔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전체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은 올해 20%를 넘고 2036년에는 30%, 2050년에는 무려 40%에 달한다. 노인 문제는 내 부모, 내 가족, 미래의 내 일이다. 어르신들이 마음 편하게 늙고 병들고 작별하는 공간을 우리 동네에서 품을 수 있어야 모두의 노후가 안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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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나영 차장팀장 sny@asiae.co.kr
강진형 기자사진 aymsdream@asiae.co.kr
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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