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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열달 사이에 1380건…법인 파산 역대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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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회 작성일 24-11-2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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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 정체-인건비 급등-고금리 겹쳐

10월까지 파산, 작년 1년치보다 많아

대기업마저 공장 문닫거나 구조조정

IMF, 올 성장률 2.5%→2.2% 하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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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경기 둔화 탓에 파산한 국내 법인 수가 올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버텼던 기업들이 수년째 정체된 일감과 치솟는 인건비, 고금리 속에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내수 버팀목인 중견 중소 기업들은 “이대로 가다간 내년에도 줄도산이 이어질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20일 법원에 따르면 올 10월까지 처리된 법인 파산 선고인용 건수는 1380건으로 전년 동기1081건 대비 27.7% 늘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처리 건수1302건를 이미 넘어섰다. 서울회생법원 관계자는 “매주 접수되는 법인 파산 사건 수도 2, 3년 전과 비교하면 1.5∼2배로 늘었다”고 전했다.

본보가 대한상공회의소에 의뢰해 올해 6∼10월 사이 파산 공고가 난 기업들을 분석한 결과 도·소매업이 39.6%로 가장 많았고, 이어 제조업22.2%, 정보통신업11.5%, 건설업9.5% 순이었다. 고금리, 고물가, 저성장, 미중 갈등이 지속되면서 내수 기업과 중견 수출 기업들이 특히 타격을 입었다. 한 중견 반도체 장비기업 사장은 “범용, 구형 반도체 수요는 여전히 약하고, 중국 수출도 만만치 않아 보릿고개 수준”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마저 공장 문을 닫거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최근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1선재공장을 가동 45년 만에 폐쇄했고, SK그룹은 올해 사업 매각을 포함한 재정비에 나섰다.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코로나19 시기부터 정부 금융 지원으로 버텼던 기업들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정부가 경기를 낙관해 기업 지원책에 소극적인데, 지금이라도 내수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2%, 내년에는 2.0%로 기존 전망치에서 각각 0.3%포인트, 0.2%포인트 하향 조정하며 “강력한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인건비는 오르는데 중국산 저가 공세, 공장 버틸 재간이 없어”

[벼랑 끝의 기업들]

경기 평택시 제조업체 단지 르포

年매출 1000억 넘던 전자기기 공장… 5년째 손실 내다 결국 지난달 파산

장비-부품사 3년째 수주 끊긴 곳도… 남은 기업도 “올해만 견디자는 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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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기 평택시 서탄면에 있는 전자기기 제조사 디엘티 공장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마당엔 TV, 모니터, 스피커가 널부러진 채 방치돼 있었다. 회사 대표 제품인 초고화질UHD 대형 TV는 포장지마저 뜯겨 액정이 크게 손상된 상태였고 빗물이 고여 있었다.

디엘티는 한때 매출이 1000억 원 넘는 회사였다. 가성비 좋은 액정표시장치LCD TV로 빠르게 성장했다. 직원 수도 2016년 60명에서 2017년 124명으로 두 배가 되며 중소벤처기업부가 선정한 대표 혁신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2019년부터 5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고 지난해 매출은 70억 원으로 쪼그라들어 결국 지난달 파산했다. TV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는 오르는데 중국 기업은 물량 공세를 펼쳐 중소 TV 기업들이 버틸 재간이 없다”고 말했다.

잘 돌아가던 공장 문을 폐쇄한 곳은 디엘티뿐이 아니었다. 기계, 소부장 업체들이 몰려 있는 평택시 일대 곳곳에 문 닫은 공장이 눈에 띄었다. 올 들어 수출이 기록적인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그 온기는 사실상 없었다. 고금리와 높은 인건비로 인한 자금난, 중국발 저가 물량 공세로 첨단 반도체나 자동차 수출의 낙수효과가 제조 현장으로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종합〉자산 매각중인 산단


디엘티에서 승용차로 15분 거리에 있는 금형 사출 전문기업 우성테크도 최근 파산해 기업 청산 절차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20일 인부들이 25t 트럭과 지게차를 이용해 공장 설비 시설들을 나르고 있었다. 한 인부는 “사출기를 다른 업체에 매각하려고 싣고 있다”고 했다. 우성테크 인근 제조업체 사장인 김모 씨는 “금형 사출은 한때 한국 제조업을 떠받치는 기반 산업이었지만 이제 중국과의 경쟁과 높은 인건비 때문에 미래 성장성이 전혀 없는 영역이 돼 버렸다”고 말했다.

한국의 미래 성장 동력인 반도체, 배터리 분야 분위기도 녹록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익률은 높지만 물량은 범용 제품에 비해 적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제품에 국한해서만 인공지능AI발 수혜가 집중된 탓이다. 배터리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소재나 장비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다.

중소 반도체 장비업체 티아이이엘TIEL은 급격한 실적 악화로 올 7월 파산했다. 2020년 전기차용 반도체 제조 장비 등 틈새시장을 공략해 2022년 매출 170억 원까지 냈었던 곳이다. 티아이이엘 사정을 아는 한 장비업체 사장은 “주로 레거시구형 장비를 중국에 수출해 매출을 일으켰는데 대중 규제와 중국 현지 기업들의 자립 탓에 상황이 급격히 어려워졌다”며 “국내 장비, 부품 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똑같다. 3년간 수주가 끊긴 곳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한 배터리 부품업체 사장은 “어떻게든 올해만 살아남자는 마음으로 버티고 있는데 내년에 좋아질지 의문이어서 막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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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로 인한 대출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평택 현장에서 만난 한 중소기업 사장은 “지금처럼 근로자 임금이 높고 해고가 힘든 고용 시스템 아래에선 더 이상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미래는 없다고 본다”며 “고용 시장을 대폭 유연화시키거나 인건비를 기업 상황에 맞춰 현실화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지나친 고용 경직성과 새로운 산업 육성을 가로막는 규제 탓에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며 “산업 구조 전환에 따른 일부 도산은 불가피하다고 할지라도 잠재력 있는 기업마저 무너지지 않도록 정부가 고심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도 “성장 가능성이 있으나 일시적 유동성 때문에 문제를 겪는 기업들을 위한 기술 기반 보증 및 대출 등 지원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택·화성=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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