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플레이 물류장비를 주로 만드는 코스닥 상장사 베셀이 경북 구미시에 위치한 라온저축은행의 인수를 추진합니다. 금융권과 금융 당국에선 회사의 이 같은 행보를 우려 섞인 시선으로 보고 있습니다. 베셀이 3년 연속 적자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여서 저축은행을 품을 만한 체력이 안 된다는 평가가 많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베셀은 지난달 22일 이사회를 열어 라온저축은행 지분 60%를 약 68억 원에 인수할 계획을 밝혔습니다. 취득 예정일은 내년 2월 8일로 잠정 정했습니다. 회계법인 고위 관계자는 “본업의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다 보니 다른 산업 진출로 물꼬를 터보려는 행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저축은행 몸값이 많이 낮아진 상황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2004년 설립된 베셀은 액정표시장치LCD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생산 라인에 적용되는 ‘디스플레이 물류장비’ 사업을 주력으로 합니다. 지난해 라온저축은행의 자본금은 40억 원, 순손실은 44억 원이었습니다. 올 3월 말 기준 연체율이 21.31%에 달할 정도로 지방 부동산 침체의 직격타를 맞았습니다.
문제는 베셀이 라온저축은행 지분을 사들일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이달 14일 공시된 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베셀의 올 상반기1~6월 매출액은 147억 원, 영업손실은 60억 원이었습니다. 주요 매출처였던 중국 디스플레이 회사들의 신규 투자가 줄어들면서 3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실적 부진이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현재 베셀은 부분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올 6월 말 기준 자본총계는 254억 원으로 자본금446억 원을 밑돌고 있습니다. 회사가 보유 중인 현금성 자산도 32억 원 밖에 안 됩니다. 올 6월 유상증자로 확보한 자금45억 원까지 고려하면 사실상 회사 자금을 ‘올인’하겠다는 얘기와 다름없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재무 상태가 어려운 회사가 저축은행을 인수하면 해당 회사가 사私금고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한 신용평가사 고위 관계자는 “현행법에서 대주주에 대한 금융회사의 신용공여를 금지하고 있지만, 법적으로 특수관계가 아닌 제3자를 확보해 대출을 받는 식으로 우회할 여지는 충분하다”며 “재무 상태가 건전하지 않은 회사인 만큼 금융감독원이 심사숙고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금감원도 베셀이 추진 중인 인수합병Mamp;A을 꼼꼼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아직 베셀이 대주주 적격성 심사 여부를 신청하지는 않은 상황”이라며 “시장에서 우려하는 부분과 관련해선 저희도 잘 인지하고 있으며 향후 심사 절차를 거치게 될 경우 세부 상황을 면밀하게 따져볼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