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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만 믿던 벤츠, 전기차 원가절감시장 모두 놓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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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0회 작성일 24-08-16 0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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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넘게 쌓아온 고급차 이미지, 중국 배터리에 발목

중국만 믿던 벤츠, 전기차 원가절감시장 모두 놓쳤다
메르세데스-벤츠의 고급 전기차에 잘 알려지지 않은 중국 배터리업체의 제품이 쓰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 브랜드 가치에 비해 탑재한 부품 가치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고급차의 대명사이자 성공의 상징으로 불리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올해 7월 기준 글로벌 배터리 순위 9위, 점유율 1.8%에 불과한 업체 배터리 셀을 쓰다가 망신당한 상황.

1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는 중국 배터리업체 의존도가 높다. 국내 판매된 벤츠 전기차 중 중국산 배터리 셀이 탑재된 건 8개 차종 중 5종이며 세부적으로는 16개 중 13개 모델이 해당한다.

국내 수입된 벤츠 전기차 중 중국업체가 만든 배터리 셀이 탑재된 차종 중 8종은 글로벌 1위 배터리업체인 중국 CATL닝더스다이-寧德時代 제품을 썼지만 나머지는 글로벌 9위 업체인 패러시스Farasis, 푸넝커지-孚能科技 셀이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 통계를 보면 국내 판매된 벤츠 전기차 중 패러시스 배터리 셀이 적용된 차종은 7월까지 총 5582대로 집계됐다.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를 일으킨 차종은 메르세데스-벤츠 EQE였는데 문제의 패러시스 셀이 탑재됐다. 메르세데스-벤츠가 이름마저 생소한 회사의 제품을 사용한 점에 대해 적잖은 파장이 일었다.

패러시스는 2017년부터 메르세데스-벤츠에 배터리 셀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고, 2019년 중국에서 베이징차그룹BAIC에 납품한 배터리가 화재 위험으로 3만대가량 리콜됐다. 이후 메르세데스-벤츠는 2020년 7월3일 패러시스 지분 3%를 취득하며 광범위한 파트너십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가 EQC라는 소형SUV를 통해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했을 때는 국내 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제품을 썼다. 100여년 넘게 최고의 완성차업체로서 쌓아온 지위와 영향력은 한국의 배터리회사들의 도도함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다른 완성차업체들조차도 압도적인 품질과 물량을 자랑하는 한국의 배터리 제조사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완성차업계 관계자는 "2019년~2020년 당시는 전기차 주행거리 경쟁이 본격화되며 배터리회사 의존도가 절대적이어서 콧대가 가장 높았다"며 "배터리는 비싼 자동차 부품에 불과한데 배터리업체들은 사실상 완성차업체와 대등한 지위로 올라서길 원했고 이는 완성차업체들이 직접 배터리 개발에 뛰어들게 한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메르세데스-벤츠는 전기차 배터리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배터리회사와 주도권 싸움이 시작되는 상황, 업체들의 시야에서 벗어난 패러시스를 통해 원가절감과 시장 선점을 기대했다고 풀이할 수 있다. 시장 진입 초기에만 한국 배터리를 쓰고 안정화 이후 모두 중국산으로 바꾼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물론 패러시스만으로는 메르세데스-벤츠 브랜드의 품질과 납품 기준을 충족하기는 어려웠고, CATL과 손을 잡으며 현재 출시하는 주요 전기차엔 모두 CATL 셀이 탑재된다. 여러 셀 제조사들로부터 납품 받아 도이치 어큐모티브Deutsche Accumotive가 패키지화한 뒤 완성차에 적용하는 형태다.

현대자동차를 비롯, 토요타와 폭스바겐도 배터리를 직접 개발하겠다고 발표하며 배터리업체를 압박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도 예외가 아니었다. 개발은 완성차가 하고 생산은 배터리회사가 담당하는 형태로 그림을 그렸다. 최근 독일에 최신 배터리 연구소를 완공하며 관련 시설과 조직을 통합, 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처럼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도중 한국에서 대형 사고가 터졌고, 세계적으로 이목이 쏠린 상황.

메르세데스-벤츠 그룹은 중국의 베이징차BAIC가 지분 9.98%를 가졌고, 지리자동차그룹의 리수푸 회장 투자회사가 9.69%를 보유했다.

학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조해 온 벤츠의 자신감이 지나친 탓에 원가절감과 시장을 둘 다 놓친 상황"이라며 "국내에서 화재 사고 이후 기부금을 전달하는 절차, 방식, 금액 등도 적절치 못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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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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