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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덕에 먹고살던 작은 회사, 대만 반도체 거인 급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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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1회 작성일 24-08-1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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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미디어텍 사옥. EPA=연합뉴스

대만 타이베이에 위치한 미디어텍 사옥. EPA=연합뉴스

아시아 최대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회사 미디어텍이 TSMC에 이어 대만의 두 번째 ‘반도체 거인’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설립 초기 DVD용 반도체를 만들던 작은 회사는 이제 스마트폰을 넘어 인공지능AI·PC 핵심 칩 시장까지 도전장을 내밀었다.

13일 중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마이드라이버스 등 외신은 미디어텍이 AI PC용 프로세서를 개발해 내년 상반기 출시할 것이라 보도했다. 새 칩은 TSMC 파운드리위탁생산 의 최신 3나노미터㎚·1㎚=10억 분의 1m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특히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 분야를 맡는 방식으로 미디어텍과 칩을 공동 개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반도체 드림팀’이 총출동한 셈이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차이리싱 미디어텍 CEO. 사진 미디어텍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차이리싱 미디어텍 CEO. 사진 미디어텍


올해 AI PC용 프로세서 시장에는 기존 주자 인텔·AMD뿐 아니라 퀄컴도 뛰어들었는데, 미디어텍도 야망을 드러냈다. 내년에는 자체 설계한 AI 서버용 칩도 출시하겠다는 포부인데, 이는 엔비디아·인텔·AMD 등 최고 반도체 회사만 가능한 분야다.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자체 설계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미디어텍은 대만 2위 파운드리 UMC의 디자인 하우스설계한 칩을 검증해 파운드리 업체에 전달하는 역할로 출발했다가 1997년 분사했다. 이후 스마트폰의 두뇌 격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웠다. 지난 1분기에는 미국 퀄컴을 제치고 모바일 AP 점유율 세계 1위에 올랐고, 전 세계 스마트폰 10대 중 4대에 미디어텍의 AP가 탑재된다.


삼성 덕에 먹고 살았던 미디어텍
차준홍 기자

차준홍 기자

대만 미디어텍의 AP는 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탑재된다. 삼성전자는 보급형 갤럭시 스마트폰에 미디어텍 AP를 적극적으로 탑재하며 일종의 ‘공생관계’를 맺었다. ‘값싼 칩 제조사’로 불리던 미디어텍은 삼성전자 덕에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하며 성장했다. 당시 삼성전자 관계자는 “엑시노스가 고성능 분야에 집중하느라 저렴한 칩은 대부분 미디어텍에 맡겼다”면서 “솔직히 경쟁사로도 생각하지 않았던 곳”이라 말했다. 그러나 10년도 지나지 않아 삼성이 최고가 갤럭시 S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를 포기하고 미디어텍 칩 탑재를 추진할 만큼 처지가 뒤바뀌게 됐다.


‘반도체 거인’ 잇따라 키워낸 대만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터 하드웨어 박람회 컴퓨텍스 2024에서 올해 기조연설자가 소개되고 있다. 엔비디아·인텔·AMD·퀄컴·ARM·미디어텍 등 전 세계를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 CEO들이 나섰다. 타이베이대만=이희권 기자

지난 6월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컴퓨터 하드웨어 박람회

미디어텍의 성공 신화 뒤에는 TSMC와 엔비디아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TSMC는 대만 소규모 팹리스의 칩을 적은 물량도 제조해줬고, 이들이 성장해 다시 TSMC에 칩 대량 생산을 맡기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엔비디아 역시 자사 그래픽 처리 기술을 미디어텍이 설계한 차량용 반도체에 제공하는 등 시장을 함께 일궜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모국 대만을 방문해 모리스 창 TSMC 설립자와 차이리싱 미디어텍 CEO에 저녁 식사를 대접하며 존경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삼성전자 원맨쇼’ 언제까지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모바일과 AI 열풍을 타고 미디어텍의 시가총액 역시 78조원 대로 치솟았고, TSMC에 이어 대만 2위 기업이 됐다. 국내에서도 미디어텍보다 시가총액이 큰 회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냉정하게 말해 미디어텍의 칩 설계 역량은 이제 삼성이 따라가기 벅찬 수준”이라고 말했다. 최근 AI를 중심으로 기술 흐름이 급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설계·생산 등 개별 분야에서 경쟁사에 뒤처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석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는 “삼성이 아무리 덩치가 커도 모든 것을 다 해낼 수는 없다”면서 “온디바이스 AI 등 기술 변곡점이 찾아온 지금이 국내에서 미디어텍 같은 팹리스를 키워낼 마지막 기회”라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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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권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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