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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끝나도 그 자리에…文정부 알박기 인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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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23회 작성일 24-08-16 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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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공공기관 기관장·감사들 후임 안 정해져
월급 받아가며 ‘반사적 혜택’
“시스템 인사로 제때 교체해야”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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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동서발전 김영문 사장은 문재인 정부 임기 후반인 2021년 4월 임명돼, 지난 4월 3년 임기가 끝났는데도 5개월째 사장으로 재임 중이다. 후임 사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김 사장은 문 전 대통령의 경남고 12년 후배로 대표적인 문 정부 ‘알박기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노무현 정부 시절 문재인 당시 민정수석 밑에서 행정관으로 일했고, 문 정부 초대 관세청장도 맡았다.

김 사장이 임기 만료 이후에도 사장으로 재직하는 것이 법이나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28조 5항은 “임기가 만료된 임원은 후임자가 임명될 때까지 직무를 수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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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말기에 임명된 공공기관 기관장·감사 상당수가 2~3년의 임기를 마치고도 길게는 1년 이상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경영 정보 분석 업체 리더스인덱스가 상임 기관장이 있는 공공기관 314곳의 임원 현황을 집계한 결과, 윤석열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이 164명52%,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이 121명39%, 공석이 29명으로 나타났다. 문 정부가 임명한 기관장 121명 중 55명은 김 사장처럼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 인선이 늦어져 자리를 지키는 경우다.


전 정권 때 임명된 기관장의 임기가 새 정부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대부분 임기 만료 전에 임원추천위원회와 주무 부처 장관 제청, 대통령 임명 등 절차를 밟아 새 기관장을 일찌감치 낙점하는 게 관행이었다. 하지만 전 정부의 알박기 인사가 늘어난 현 정부 들어 이런 관행이 깨진 것이다.

일러스트=이철원

일러스트=이철원

동서발전처럼 후임 인선이 지연되는 공공기관이 늘어나자, 정치권과 관가에선 “4월 총선에서 낙선했거나 여당 내 경선에서 탈락한 인물들에 대한 보은 인사를 위해 인선을 잠시 늦춘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었다. 하지만 4개월 넘게 공석인 사례들이 나타나면서 이런 해석도 힘을 잃고 있다. 동서발전의 후임 사장 공모를 위한 정식 공고는 지난달 5일에야 알리오 홈페이지 등에 떴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으로 17·18·19대 의원을 지낸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지난 3월 임기가 끝났지만 6개월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김영재 한국식품산업클러스터진흥원 이사장도 올해 3월 임기가 끝났는데 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는 민주당 지방자치 전문 위원으로 정당 생활을 시작, 김대중 정부 청와대 정책기획비서실 행정관을 지내는 등 민주당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인데, 현 정부의 후임 인사 지연으로 김 사장과 함께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그래픽=박상훈

그래픽=박상훈

공공기관에서 기관장 다음으로 ‘넘버 2′인 감사 자리도 마찬가지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정무특별보좌관을 지낸 명희진 남동발전 감사, 오륙도연구소민주당 부산시당 싱크탱크 수석연구원을 지낸 김명수 남부발전 감사, 노무현 정부 청와대 행정관과 노무현재단 연구본부장 출신 동서발전 김상철 감사 등은 임기가 만료됐는데도 후임자가 없어 여전히 감사직을 맡고 있다.

◇알박기 비판하고도 방치하는 윤정부

2022년 3월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가 당선됐는데도 문재인 정부의 알박기 인사가 이어지자 김기현 당시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임기 마지막까지 내 사람 챙기기 하는 건 대통령직의 사적 사용”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알박기 인사의 법정 임기가 끝났는데도 후임 인선 지연으로 교체가 늦어지면서, 이런 비판이 궁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무총리나 장관처럼 국회 청문회를 거치지 않고도 행정부 차원에서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공공기관 인사가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와 전현직 관료들은 “인사 시스템이 마비된 것 같다”고 우려한다. 한 경제 부처 고위 관료는 “전문가와 관료 출신, 대통령실이 낙점한 정치권 인사 등을 적정 안배하는 일정한 시스템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기관장 등 인사 절차가 진행돼야 하는데 이런 시스템이 붕괴된 것 같다”고 했다. 한 전직 경제 장관은 “인사가 늦어지길래 22대 총선 보은 인사를 하나 했지만, 총선이 지나고도 상황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이것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대통령실 인사권 집중도 문제

‘대통령의 뜻’이 공공기관 인사를 좌지우지하는 관행이 ‘인사 지연’을 부른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전직 공공기관 임원추천위원회 위원은 “임원추천위원회의 추천과 주무 장관의 제청 등 기관장 인선을 위한 제도가 대통령실의 인선을 사후적으로 정당화하는 요식 행위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통령이 나서지 않아도, 공공기관 인사가 ‘시스템’에 의해 정상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행정학 교수는 “장관의 공공기관장 제청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300곳이 넘는 공공기관 기관장·감사 자리를 대통령실이 일일이 챙기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고,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는 “인사권을 쥔 대통령실이 여권 인사들의 충성 경쟁을 유도하려 여러 인물을 저울질하는 것도 인사 지연의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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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완 기자 soon@chosun.com 정석우 기자 sw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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