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천선휴 기자 = "감기인 줄 알았어요. 열 많이 나고 머리 아프다고 하니까. 근데 뇌수막염이라고 하더라고요."
여덟살 먹은 아들을 키우고 있는 A 씨는 최근 아이와 함께 병원 생활을 하고 있다. 아이가 물놀이장을 다녀온 뒤 심한 감기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았다가 뇌수막염 진단을 받고 입원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A 씨는 "갑자기 너무 아파하길래 요즘 유행이라는 코로나에 걸린 건지 의심도 해봤지만 상상도 못했던 뇌수막염이 진단됐다"며 "수영장에서도 옮길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여름 감기로 오인하기 쉽다는 뇌수막염은 6~8월 10세 이하 어린이들에게 잘 나타나는 질환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뇌수막염의 증상이 감기나 독감과 구분하기 어려워 아이의 상태가 갑자기 나빠졌다면 뇌수막염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뇌수막염은 말 그대로 뇌를 보호하기 위해 뇌를 둘러싸고 있는 뇌수막에 감염으로 인해 염증이 생긴 경우를 말하는데 감염을 일으킨 원인에 따라 세균성, 바이러스성, 진균성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세균성 뇌수막염은 가장 심각한 형태로 폐렴구균, 수막구균, 대장균 등의 감염으로 인해 발생한다.
특히 신생아, 미숙아, 예방접종을 받지 않은 아이들, 면역저하자 등에서 잘 나타난다.
또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에 비해 합병증의 발생위험이 높으며 신속한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나지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세균성 뇌수막염은 일반적으로 급격한 전신증상을 일으키고 진행이 빨라 혼수상태나 사망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중추신경계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뇌수막염의 가장 많은 형태다.
특히 수족구를 일으키는 엔테로 바이러스로 인한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이 90%를 차지한다. 이밖에도 헤르페스 바이러스, 수두 바이러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파라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코로나바이러스 등 다양한 바이러스가 뇌수막염의 원인이 된다.
나 교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일반적으로 세균성 뇌수막염에 비해 증상이 약한 편이지만 극심한 두통, 구토, 탈수, 경련과 같은 다양한 신경학적 증상들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우리가 한 번쯤은 다 들어봤을 법한 이 바이러스들은 쉽게 전파된다는 점이다.
특히 엔테로 바이러스는 사람간 전파뿐만 아니라 더러운 물이나 수영장의 물, 분변을 통해서도 감염될 수 있다.
나 교수는 "바이러스성 뇌수막염은 세균성보다 증상이 약하고 자연적으로 회복되는 경우도 있지만 환자의 상태나 바이러스 종류 등에 따라 후유증과 합병증은 다양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바이러스성 뇌수막염 중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제대로 치료되지 않으면 청력장애, 뇌전증 같은 후유증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뇌수막염은 증상을 잘 알아차리고 초기에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나 교수는 "영유아의 경우 잘 먹지 않고 많이 보채거나 고열, 급격한 컨디션 저하, 전신 발진 등의 증상을 보이는데 일반 감염증과 잘 구분하기 어렵다"며 "열이 잘 안 떨어지고 컨디션이 떨어진다면 뇌수막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초등학생 이상 아이들의 경우 전형적인 증상은 열과 심한 두통, 구역, 구토, 목 부위 강직 등의 증상을 보인다.
심한 경우 한쪽 팔다리의 마비증상이나 경련, 의식저하와 같은 신경학적인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이 경우 감염이 뇌를 직접 침범한 상황을 의심해야 한다.
뇌수막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련된 감염성 원인에 대한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좋다. 국가 필수 예방접종에 포함돼 있는 백신은 헤모필루스 인플루엔자 타입 B형, 결핵, 홍역, 수두, 폐렴구균 등이 있다.
또 개인 위생을 철저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 나 교수는 "더러운 물이나 분변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고 특히 여름에는 단체 수영장의 이용을 조심하는 것이 좋다"며 "또한 규칙적인 생활습관과 질 좋은 음식 섭취, 충분한 수면, 적절한 운동 등을 통해 면역력을 향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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