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집 잃었는데···어찌 의원님 단 1명도 국감서 질의를 안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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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열린 2024년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BL제일풍경채 민간사전청약 당첨자들은 최근 시행사인 ㈜제이아이주택으로부터 사전공급계약 취소 안내문을 등기로 받았다. 안내문에는 “건설자재 원가상승 및 사업성 결여 등 불가피한 사유로 부득이하게 분양사업을 취소한다”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사전청약 당첨자 계약취소는 별도의 방문없이 효력이 발생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 2022년 이후 약 2년간 본청약을 기다렸던 340여 가구가 한 순간에 청약자격을 상실했다. 올해 7번째 취소다.
A씨41는 거의 매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국정감사 독려전화를 하고, 법률자문을 구하러 다닌다. 집회 준비를 하고, 같은 처지에 있는 사전청약 당첨 취소자들을 독려해 언론사 인터뷰를 연결하는 작업도 한다.
A씨는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 사전청약 당첨자였다. A씨는 2022년 6월 29일 사전청약 당첨 문자를 받았다. “너무 좋았죠. ‘진짜 내 집이 생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으니까요.” 시흥에 사는 A씨는 틈나는대로 가족들을 데리고 파주로 놀러갔다. “기왕 놀러 갈 거면 우리 집이 있는 파주로 놀러가자는 마음으로 갔었죠.”
지난 6월28일 A씨는 사전청약 당첨취소 문자를 받았다. 당첨문자를 받은지 딱 2년 만이다. 일주일 뒤에는 ‘사전청약에 사용한 청약통장 계좌가 부활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자가 수신됐다.
A씨는 “하루아침에 없던 일이 됐으면 내 삶에도 사전청약 당첨이 없던 일이 돼야 하는데 2년새 내 삶은 많이 달라졌다”면서 “청약통장이 부활해도 내가 가진 돈으로 청약할 수 있는 단지들은 2년새 다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가 사전청약에 당첨될 당시 태어났던 아이는 벌써 세 살이 됐다.
노부모를 모시고 살던 무주택자들은 그 사이 부모님이 사망해 노부모부양 특별공급 대상에서 제외됐다.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이 있던 부부들은 어느새 결혼한 지 7년을 넘겼다.
파주운정3지구 주상복합용지 3·4블록 사전청약 당첨자 A씨가 사업취소 안내문자를 보여주고 있다. 류인하 기자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과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첫 날인 지난 7일과 10일 국토부·LH에 사전청약과 관련한 각종 지적사항을 쏟아냈다. 공사지연으로 이미 입주시기가 늦어졌고, 본청약 시점 분양가가 사전청약 당시 추정분양가보다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지적했다. 하지만 민간사전청약 당첨자들의 당첨취소에 대한 질의는 없었다. 나머지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외면했다.
“의원들, 민간사전청약 당첨취소 관심없어”
한 사전청약 당첨취소자는 “의원들이 공공사전청약과 민간사전청약의 차이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면서 “공공사전청약은 분양가가 상승해도 내가 버틸 여력이 있다면 집을 얻을 수 있지만 민간사전청약은 기회 자체를 날려버린 것인데, 어떻게 국감에서 단 한 명도 관련 질의를 안 할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사전청약 당첨취소자는 “자기 지역구에 민간사전청약지가 없으니 의원들도 관심이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무리 의원실에 전화를 돌려도 ‘이미 짜여진 질의순서가 있어 바꾸기 어렵다’는 답변 밖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간사전청약은 공공사전청약과 달리 사전청약 당첨과 동시에 청약통장을 쓴 것으로 간주해 다른 청약을 넣을 수 없다. 국토부는 사전청약의 성격을 ‘사전예약’으로 일축하고 있지만 민간사전청약 당첨자들에게는 사전청약이 본청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고 있는 셈이다.
국토부는 최근 사전청약 당첨취소자가 사후에 청약통장에 돈을 추가 납입하면 해당 기간 동안 납입횟수와 납입액을 인정해주겠다고 밝혔다. 사전청약 당첨 이후 납입하지 않았던 돈을 모두 입금하면 미납입기간 동안 돈을 납입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얘기다. 이 경우 일부는 납입기간 만점15년 점수를 채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전청약 당첨취소자들은 “눈가리고 아웅하기”라는 입장이다.
사전청약 당첨취소자들이 지난달 26일 경기 파주시 동패동 운정중앙공원 행사장에서 사전청약 지위유지를 요구하는 글을 적은 풍선을 들고 집회를 하고 있다. 류인하 기자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BL제일풍경채 사전청약 당첨취소자인 B씨는 “통장을 부활시켜준다는 건 결국 사전청약은 취소된 것이니 다른 청약이나 찾아보라는 얘기”라며 “당첨자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게 우리 입장인데, 우리가 소수라는 이유로 국회조차 외면한다”고 말했다.
앞서 올해 취소된 민간사전청약 사업지 6곳의 당첨취소자는 현재 620여명 남아있다. 인천 영종국제도시 A16BL의 사업취소로 자격이 취소된 사전청약자는 87명이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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