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예산안]역대 가장 짠물 예산…내년 총지출 657조 편성 > 경제기사 | economics

2024년 예산안 의결
올해보다 2.8%↑ 그쳐
尹 "재정 만능주의 배격"
취약계층·미래투자 강화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657조원 규모로 편성했다. 올해 본예산639조원보다 2.8% 늘어난 규모로 재정통계가 정비된 2005년 이후 지출증가율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정부가 모든 재정사업의 타당성과 효과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한 결과 23조원 규모의 누수 요인을 차단하는 재정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다.

정부는 29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2024년 예산안을 의결하고, 다음 달 1일에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정부의 방만한 재정 운영으로 국가채무가 400조원 증가했고 지난해 처음으로 1000조원을 돌파했다"며 "우리 정부는 전 정부가 푹 빠졌던 재정 만능주의를 단호히 배격하고 건전재정 기조로 확실히 전환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와 관련해 "치솟기만 하던 국가채무 증가세가 급격하게 둔화했다"면서 "주요 국제 신용 평가사들이 우리나라 대외신인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 건전재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재정 기조를 확장재정에서 건전재정으로 이행하면서도 취약계층 지원, 미래준비 투자 등 분야는 지속적으로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내년 복지지출은 242조9000억원으로 올해226조원 대비 7.5%16조9000억원 확대했다. 코로나19 대응 감소로 보건분야 예산을 5.1% 축소한 반면 기초생활보장, 노인, 장애인 등 지원을 위한 사회복지 예산을 8.7% 늘렸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약자복지 실현, 국방·법치 등 국가의 본질 기능 강화,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동력 확보라는 3대 핵심 분야에 집중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우선 선거 매표 예산을 배격해 절약한 재원으로 서민과 취약계층, 사회적 약자를 더욱 두텁게 지원하겠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생계급여는 역대 최고 수준인 13.2% 인상했다. 4인 가구 기준 올해 월 162만원에서 내년 183만4000원으로 21만3000원을 늘렸다. 중증장애인에 대한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하고, 부양의무자의 재산 기준을 지역별로 현행 1억~2억3000만원에서 2억~3억6000만원으로 상향했다. 장애인 돌봄 예산은 2조6500억원으로 올해보다 3300억원 증액했다. 최중증 발달장애인에 대한 1대 1 돌봄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예산을 올해 15억원에서 내년 702억원으로 대폭 확대했다.

노인 일자리는 역대 최대 수준인 103만명으로, 올해보다 14만7000명 늘린다. 수당 역시 6년 만에 월 2만~4만원 인상한다. 정부는 이를 위해 올해 예산 1조5400억원에서 내년 2조262억원으로 31.5% 확대했다. 저출산 대응도 강화한다.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한 디딤돌·버팀목 대출 소득요건을 연 7000만원에서 1억3000만원으로 대폭 완화한다. 자녀 돌봄을 위한 육아휴직 기간을 6개월 연장하고, 영아기생후 1년까지 맞돌봄 특례 급여 상한액을 기존 300만원에서 450만원으로 높인다.

연구·개발Ramp;D 예산은 25조9152억원으로 올해31조778억원 대비 16.6% 대폭 감소했다. 정부는 그동안 Ramp;D 투자 급증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미흡한 점과 나눠먹기식 소규모 예산이 난립하는 등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내년 현금 지급성 복지 지출 등이 크게 늘면서 나랏빚은 계속 불어날 전망이다. 2020년 이후 매년 100조원 안팎으로 늘어나던 국가 채무 증가 속도는 지난해에 이어 다소 늦춰지긴 했지만, 올해 대비 61조8000억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00조원 이상의 누적된 국가채무로 재정 상황이 여전히 어려운 가운데 올해와 내년 세수 상황도 녹록지 않다"며 "내년도 예산안은 허리띠를 더 졸라매 지출 규모를 올해 예산증가율인 5.1%보다 대폭 축소했다"고 말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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