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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개가 차체 검사…메타버스로 한국서 싱가포르 공장 제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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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88회 작성일 23-11-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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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차 글로벌 혁신센터 ◆

로봇개가 차체 검사…메타버스로 한국서 싱가포르 공장 제어


등과 머리에 센서와 카메라를 잔뜩 붙인 로봇개가 다리와 머리를 구부려 아이오닉5 차체 밑으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사진으로 찍어 큰 화면에 띄운다. 작업자는 실시간 화면을 체크하며 로봇이 보지 못하는 세밀한 부분을 점검한다. 옆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을 착용한 작업자가 사람만이 정교하게 이어 붙일 수 있는 와이어링 커넥터전선 뭉치를 접합하고 있다.

로봇과 인간이 각각 분리형 업무 공간인 셀Cell에서 공동으로 작업하며 전기차 한 대를 완성하는 현대자동차그룹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 현장 모습이다.

21일 싱가포르 창이공장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위치해 있는 혁신센터에 방문해보니 작업자보다 많은 숫자의 각종 로봇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만든 로봇개 스팟을 비롯해 자율주행 로봇, 무인으로 차를 옮기는 주차 로봇, 각종 로봇팔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이곳이 수많은 작업자와 컨베이어 벨트로 연상되는 자동차 공장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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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혁신단지에 지상 7층 높이로 세워진 혁신센터는 현대차그룹이 전통 제조 방식을 탈피해 인공지능·로봇 등 첨단기술을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구현한 스마트팩토리다. 현대차그룹은 3년간 공사한 끝에 최근 이곳을 완공했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이라면 도장페인트, 조립, 프레스 등 개별 공정을 맡는 근로자가 각각 있어야 하지만 혁신센터에서는 이런 공정 가운데 상당수를 로봇이 수행한다. 유리·타이어 등 무거운 부품을 옮기는 일은 로봇이 맡는다. 사람은 생산 현황을 파악하고 최적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역할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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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산업계가 오랜 기간 자동차를 만들어온 기존 공식을 탈피했다. 완성차업계 최초로 소규모 작업장에서 소수의 직원이 모든 공정을 담당해 차를 완성하는 셀 생산 방식을 택했다. 셀 개수는 현재 총 27개로 생산 담당 근무 인원은 50여 명이다. 물류작업도 로봇에 맡겼다. 건물 3층 생산시설의 자율주행 로봇은 평평한 바닥을 쉴 새 없이 돌아다니면서 부품을 나른다. 자율주행 로봇에는 라이다와 센서 등이 탑재돼 있어 사람은 물론 장애물을 실시간으로 피한다. 최대 초당 1.8m 속도로 움직이며 기민하게 물류작업을 수행한다. 이 로봇은 로봇청소기처럼 배터리 용량이 20% 미만으로 줄어들면 알아서 충전기로 이동한다.

일정 수준으로 조립된 차체도 무인운반 차량이 옮긴다. 차체 조립이 잘됐는지 확인하는 것도 로봇 업무다. 사람이 확인하는 것보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을 가동하기 때문에 판별 속도나 정확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혁신센터는 소프트웨어 기반 공장이라는 점에서도 기존 공장과 차별화된다. 건물이나 설비, 생산 시스템 등 실제 현장을 투영한 쌍둥이 공장을 말하는 메타버스도 만들었다. 울산공장 직원이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싱가포르 공장 설비를 제어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공장과 메타버스 공장의 끊김 없는 연동을 위해 현대차그룹은 이곳 전체를 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로 연결했다.

혁신센터는 분위기 좋은 카페에 온 듯한 통창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이곳이 자동차 제조뿐 아니라 차량 인도, 시승, 커뮤니티로서 역할까지 하도록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향후 식당도 문을 열 계획이다. 고객은 이곳에서 신차를 주문하고 인도받기까지 제조의 전 과정을 경험할 수 있다. 조립이 완료되면 건물 옥상에 있는 주행시험장에서 자신이 주문한 차를 시승해볼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곳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와 자율주행 택시를 양산하고 있다. 향후 고객 개인의 성향이나 기호 등을 반영한 PBV, AAM 기체까지 만들 계획이다.

혁신센터는 현대차 생산의 헤리티지를 이어가는 명소로도 주목받는다. 생산능력을 늘려 하루에 몇 대 이상을 만들어내겠다는 생산성보다 소비자 개별 취향과 목적에 최적화한 개인별 맞춤형 모빌리티를 공급하겠다는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생산 혁신 실험의 테스트베드 역할이자 허브 역할을 하며 이곳에서 개발한 혁신 기술은 울산과 미국 등으로 순차적으로 전파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이 자동차 불모지였던 울산에서 시작해 글로벌 3위 완성차 기업으로 성장한 것처럼 시장이 본격 개화하는 전동화 시장에서 기존에는 없던 혁신적인 생산과 연구개발 방식 등을 도입해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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