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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사과에 왜 호들갑?"…안 먹으면 되는 문제가 아니다[송승섭의 금융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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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7회 작성일 24-04-06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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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감한 사과 생산에 공급 30% 줄어
역대급 따뜻한 겨울에 사과생육 타격
지구온난화에 흔들리는 먹거리 물가
병충해 걱정에 외국사과 수입도 곤란

경기도 성남 하나로마트 성남점을 찾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사과 비싸다는데 호들갑 안 떨었음 좋겠어요. 안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사과 먹기가 겁나는 시대입니다. 사과가 전반적인 물가까지 끌어올리면서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가장 주목하는 과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데 일부 온라인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안 먹으면 되지 않느냐’는 식의 의견이 종종 올라오기도 합니다. 필수품도 아닌데 가격이 비싸졌으니 안 사면 그만인 문제를, 왜 호들갑이냐는 거죠. 과연 그렇게 간단한 문제일까요? 사과 값이 오른 이면을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넘어갈 문제는 아닙니다.


불타는 한반도에 썩어버린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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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유통종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전국 33개 공영도매시장에서 사과 평균 경락가격은 1kg 기준 2730원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 만에 5590원으로 2배가량 뛰어올랐습니다. 통계청 기준으로 봐도 지난 3월 사과 값은 전년 동월과 비교했을 때 88.2% 비싸졌습니다. 오름세는 직전월 71.0%에서 더 커졌는데, 통계를 만든 이후 역대 가장 가파릅니다.


사과 가격 인상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기후변화입니다. 사과는 기본적으로 서늘한 기온에서 자라는 과일입니다. 연평균 기온이 8~11도, 생육기에는 평균 15~18도여야 자랄 수 있습니다. 지구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오를수록 사과를 키우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는 뜻입니다. 특히 야간에는 7℃ 이하의 낮은 온도에서 최소 1200∼1500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밤 온도가 높으면 사과가 제대로 커지지 못하거든요.


그런데 지구온난화 때문에 사과 재배지에서 과일을 제대로 길러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명수 농촌진흥청 국립원예특작과학원장이 ‘2100년에는 강원 일부에서만 사과를 재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이유죠. 실제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경북 사과 재배면적은 1993년 3만6021㏊에서 지난해 2만151㏊로 44%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대구 지역은 447㏊에서 86㏊로 5분의 1수준으로 감소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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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국회 경내에 봄꽃인 개나리가 피어 있는 모습. 사진=김현민 기자 kimhyun81@

올해 사과가 유독 비싼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2023년은 지구 역사상 가장 더웠던 한해였습니다.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에 따르면 지난해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4.98도 였습니다. 1850∼1900년대 산업화 이전보다 1.48도나 높았고, 기상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였죠. 3월 봄 평균기온은 9.4도였는데 역대 가장 높은 온도였고요, 11월에는 입동을 앞두고 강릉이 29도, 서울이 26도를 기록하는 이상고온현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월 8일에는 일부 지역의 한낮 기온이 20도를 넘어서며 ‘역대 12월 중 가장 따뜻한 날’을 기록하기도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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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저병에 걸린 사과. 사진=경북도

단순히 뜨거운 온도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기온이 오르고 습한 환경이 조성되면 각종 병충해까지 유행하기 시작합니다. ‘탄저병’이 대표적이죠. 탄저병은 과일에 까만 점이 생기며 썩는 병입니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쉽게 전염됩니다. 한반도의 여름이 길어지고 비가 더 많이 내릴수록 사과는 탄저병에 쉽게 취약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외국산 수입도 어렵다…눈 뜨고 지켜본 가격 폭탄

결국 사과 재배가 직격탄을 맞았습니다. 통계청의 생산량 조사 결과를 보면 사과는 지난해 겨우 39만 4428톤만 생산됐습니다. 지난해 56만6041톤보다 30.3%나 줄어든 물량이죠.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데, 공급이 수십퍼센트나 줄어드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겁니다.


물론 ‘왜 사과만 유독 오르느냐’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이상기온의 영향은 사과만 받는 게 아닌데 말이죠. 바로 별다른 공급대책이 없기 때문입니다. 보통 먹거리 물가가 오르면 정부는 외국에서 해당 품목을 대량으로 수입해옵니다. 당장 공급을 늘릴 수 없으니 사 오는 거죠. 하지만 사과는 외국에서 사 오는 게 어렵습니다. 한국에서는 국내산 사과만 먹을 수 있으니, 생산량이 급감해도 가격 인상을 눈뜨고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사과 수입이 어려운 건 외래 병해충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는 농산물을 수입할 때 총 8단계의 위험분석을 거칩니다. 식물방역법 때문에 일부 단계를 생략하거나 간소화하는 건 원천 차단돼있죠. 이 모든 절차를 통과하려면 당연히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습니다. 만약 성급하게 사과가 비싸다는 이유로 성급하게 수입을 시도하면, 외국에 있는 병충해가 전국에 퍼지면서 더 큰 경제적 피해를 볼 수도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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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산 아오리 사과. 사진=아오모리사과TS도입협의회

물론 사과 수입을 전혀 검토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1989년 호주를 시작으로 미국, 뉴질랜드, 독일, 일본 등 11개국과 수입 협상을 하고 있죠. 가장 앞서있는 국가는 일본입니다. 위험관리방안을 작성하는 5단계에 해당합니다. 그러나 현재 협상은 진척이 없고, 사실상 무산된 상태입니다. 일본에 서식하는 과실파리, 나방류 등 때문이죠. 한국은 위험하니 관리방안을 써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로서는 자국의 과일 수출이 위험하다고 인정해버리는 꼴이라 협상이 여의찮습니다.


유통 거치면 세배 뛰는 사과 값

그래도 한 가지 의문은 남습니다. 기후 위기와 과일 수입의 어려움은 전 세계가 똑같이 겪는 문제인데, 한국의 사과는 유독 비쌉니다. 1일 국가·도시별 통계 비교 사이트 넘베오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사과 1㎏ 값은 한국이 6.80달러약 9155원였습니다. 바나나, 감자, 오렌지 등과 함께 전 세계 1위를 차지했죠. 물가가 비싼 것으로 알려진 미국, 일본, 싱가포르 등보다 한국의 사과가 더 비싸다는 겁니다.


같은 환경인데도 과일이 유독 비싼 원인으로는 ‘유통구조’가 꼽힙니다. 생산과 수입이 어려운 건 모두가 매한가지인데 한국은 과일을 유통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더 많이 치솟는다는 설명이죠. 한국에서 과일은 공판장, 도매시장, 유통업체소매업체 등을 거쳐 소비자에게 도착합니다. 도매시장에서는 경매로 가격을 결정하는데 수수료가 4~7% 정도 되고요. 인건비, 포장비, 임대료 등이 붙으면 가격은 3배 넘게 뛰어오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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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환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6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모습. 이날 정부는 TF를 꾸려 농수산물 유통구조의 실태를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사진=기획재정부

정부가 물가를 논의하는 범부처 차관회의에서 ‘농수산물 유통구조’를 들여다보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이유입니다. 부당하게 가격이 부풀려지는 것을 점검해 조금이나마 가격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전략이죠. 이미 지난 5일부터 TF를 꾸리고 32개 공영도매시장에서 출하 및 유통 실태 점검에 돌입했습니다. 대형유통업체도 조사 대상이고요. 실태점검이 끝나면 조사 내용을 바탕으로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런데도 당장 사과값이 내려가진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 사과 물량이 늘어나야만 지금의 사태가 진정될 텐데, 햇사과는 7월은 되어야 출하되기 시작하거든요. 단 7월이면 무조건 가격이 내려갈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현재까지는 겨울 냉해 등의 재해를 겪지 않았지만, 여름철 우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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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결국 사과 값만 보고 ‘좀 안 먹으면 어때’라고 생각하는 건 문제의 본질을 놓치는 겁니다. 단순히 마트에서 어떤 과일을 먹을지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죠. 지금 논란이 되는 사과 값의 이면에는 가격을 부풀리는 유통방식의 문제점이 담겨있습니다. 또 인간이 무분별하게 사용한 화력발전과 환경오염의 부작용을 알 수 있고요. 지구온난화가 앞으로 우리의 식습관을 어떻게 바꾸고, 재정·통화당국의 물가 관리를 얼마나 어렵게 만들지를 경고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경제와 금융은 어렵습니다. 복잡한 용어와 뒷이야기 때문이죠. 금융라이트는 매주 알기 쉬운 경제·금융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사전지식이 전혀 없어도 술술 읽히는 이야기로 경제·금융에 불을 켜드립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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