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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벗었던 여전사들, 근육 키우고 갑옷 입는다…게임서 부는 새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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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85회 작성일 24-02-1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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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마켓]
콘텐츠업계 정치적 올바름 추세 속 게임도 예외 아냐
여성성 강조한 과거 캐릭터 디자인 대신 여전사가 대세
게임까지 정치화되는 데 대한 반발로 과거 디자인 고수하는 게임이 각광 받기도

[편집자주] 남녀노소 즐기는 게임, 이를 지탱하는 국내외 시장환경과 뒷이야기들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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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구를 쓰고 활과 칼로 자웅을 겨루는 중세식 전투에서는 당연히 튼튼하고 무거운 갑옷을 착용할수록 방어력이 올라간다. 그런데 유독 게임 속 여전사들은 그와 반대였다. 몸에 옷을 덜 걸칠수록, 몸매가 드러나는 방어구를 입을수록 방어력이 강해지는 경향이 강했다. 이 때문에 헐벗을수록 강해지는 여성 캐릭터여캐들이 수많은 게임 속 전장을 지배했다. 이들의 몸 역시 근육으로 다져진 강인함보다는. 가녀린 팔목과 굴곡을 강조하는 몸매가 대세였다.

그런데 최근 들어 이 같은 트렌드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현실을 반영하듯 여캐들의 몸에도 근육이 붙기 시작했다. 전투에 나설 땐 남성 캐릭터처럼 두터운 갑주를 걸치고, 얼굴에도 흉터 한두개쯤 드러내기 시작했다. 더 이상 눈요기용 여캐가 아닌, 전투용 여캐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허리 잘록 팔목 여리여리 캐릭터가 한손으로 대검을 휘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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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만한 기관포를 가볍게 들고 다니는 가녀린 여캐. /사진=리니지W
사실 그동안 게임에 등장하던 여자여자한 캐릭터들의 현실감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었다. 현실이라면 성인 남성도 두손으로 휘두르기 버거운 대검을 한손으로 자유롭게 휘두르고, 가녀린 다리로 몇미터씩 점프를 하며 몬스터들을 공략하는 건 쉽지 않다. 람보 정도나 돼야 들고 다닐 수 있는 기관포를 미소녀가 쇠젓가락 쥐듯이 휴대하고, 앙상한 팔목을 한번 휘두르면 적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여캐들을 문제 삼는 이들은 강요된 여성성을 그 배경으로 지목한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지나친 여성성을 캐릭터에 투영한다는 것이다. 실제 평균 몸매보다 훨씬 마른 모델들이 런웨이에 오르는 모습 때문에 청소년들이 거식증에 걸릴 수 있다는 식의 우려다. 모델업계에서도 빅사이즈 모델이 등장하듯이, 게임 속 여캐도 이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모를 갖춰야 한다는 논리가 뒤를 잇는다.


게임만 그런 건 아냐…점점 사라지는 예쁜 여주인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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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어공주 원작 동화와 다른 흑인 설정으로 PC 논쟁을 불러왔던 배우 할리 베일리. /사진=할리 베일리 인스타그램
이 같은 추세를 콘텐츠산업 전반에 불어오는 PC정치적 올바름 또는 페미니즘의 반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 미녀는 선하고 추녀는 악하다는 식의 콘텐츠 속 묘사 때문에 현실에서 외모지상주의가 범람하기에, 영향력이 큰 콘텐츠들이 선제적으로 이 같은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동안 미녀 주인공을 앞세우던 디즈니 만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영화들은 이 같은 흐름의 선두에 서 있다. 통상 예쁘다 아름답다고 칭해지던 외모의 주인공들 대신, 좀 더 현실적인 외모를 지닌 주인공들을 잇따라 채용하고 있다. 인어공주를 필두로 한 디즈니 IP지식재산권에 등장하는 공주 라인업들이 전부 다 변화하고 있는 게 그 방증이다.

콘텐츠 업계의 변화는 비단 외모에서만 여성성을 지우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주인공 대다수가 백인으로 이뤄졌다며 흑인 비율을 기계적으로 맞추는가 하면, 스토리의 진행을 남성이 아닌 여성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여러 캐릭터가 등장하는 경우 꼭 동성애자 설정의 캐릭터가 포함되는 게 불문율처럼 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서구권에서 진행되는 PC의 흐름에 힘입은 현상이기에, 동양인 캐릭터는 아직도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기도 하다.


"게임은 현실이 아냐…못생김을 강요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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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게임 속 여성 캐릭터들의 외모. 과거 여성성을 강조하던 디자인 추세와는 거리가 멀다. /사진=X 캡처
콘텐츠 업계의 PC 바람에 저항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등의 콘텐츠는 어차피 허구의 세계관 속에서 환상을 그리는데, 굳이 현실 반영을 강요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현실과 다른 환상의 세계 속에서 비현실적인 외모를 추구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들의 취향이 싸잡아 반PC로 매도되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그래서 이들은 못생긴 캐릭터들이 대세를 형성하는 최근의 게임들에 대해 아쉬움을 쏟아내고 있다. 게임 개발자들이 유저들의 재미 추구와 달리,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고 계몽하는 식으로 변했다는 반발도 이어진다. 여성성을 강조하는 일부 게임에 대해 "20년 전 디자인 같다"는 비판이 나오면 "20년 전? 게임이 순수한 재미만을 추구하던 그 때?"라며 맞받아치는 식으로 대응한다.

일각에서는 과거 오타쿠들만이 열광하던 서브컬처게임이 최근에 인기를 끄는 현상을 이 같은 PC 흐름의 탈출구로 여기기도 한다. 실사형 캐릭터들에 여성성을 반영하기 어려우니, 애초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미소녀 캐릭터에 더 몰두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모든 캐릭터를 만화체로 귀엽게 그리는, 이른바 모에화는 현실의 여성성과는 거리가 멀기에 실제로 PC 진영의 비판으로부터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엉덩이 강조하는 스텔라블레이드, 반PC의 상징이 된 K-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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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텔라블레이드 주인공 이브. /사진=스텔라블레이드 트레일러 캡처
게임 속 여캐의 여성성에 대한 갑론을박은 수년째 진행되는 주제다. 최근에는 4월 출시를 앞둔 한국 게임이 논쟁의 최전선에 등장했다. 승리의 여신: 니케로 돌풍을 일으킨 한국 개발사 시프트업이 PS4에 선보이는 스텔라블레이드가 그 주인공이다.

시프트업을 만든 김형태 대표는 게임 원화 아티스트 출신이다. 엔씨소프트에서 블레이드앤소울 작화를 맡을 때부터 여성 캐릭터의 허벅지 굵기와 다리 길이를 과장하는 듯한 화풍으로 인기를 끌었다. 이 때문에 일부 팬들은 김형태 대표를 엉덩이 매니아라고 부르기도 한다.

스텔라블레이드는 요즘 게임 중에는 보기 드물게 실사형 캐릭터에 여성성을 강조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해외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스텔라블레이드를 두고 "비현실적 몸매를 강조하는 케케 묵은 게임"이라는 비판이 먼저 나왔다. 이에 반발하는 상당수 게이머들은 "일부 여성들은 미디어에 자신보다 예쁜 캐릭터가 나오면 참질 못한다"며 받아치고, 시프트업을 반PC의 상징 참된 게임사라며 치켜세우고 있다.

비현실적 몸매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실제 스텔라블레이드 속 주인공 이브의 몸매 데이터를 제공한 모델 신재은씨의 실사 사진을 올리며 "현실에 존재하는 여성의 몸매를 두고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하느냐"는 반론이 나왔다. 이 주장은 당초 개발사 시프트업의 공식 X옛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로는 팬페이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시프트업은 게임 퍼블리셔인 SIE소니인터랙티브엔터테인먼트를 의식하며 PC 논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정답 없는 논쟁…게임사들 "어느 장단에 맞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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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텔라블레이드 트레일러 캡처
당장 혼란스러운 건 게임 개발사들이다. 여성성을 강조한 캐릭터를 그대로 쓰자니 PC진영의 비판이 부담되고, 최신 트렌드에 맞춘 여전사를 채택하자니 또 게이머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일종의 역편향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여성성을 강조한 캐릭터들에 질린 소비자의 수요가 분명히 존재하지만, 이를 충족시키기 위해 여성성에 열광하는 또 다른 수요를 지나치게 무시하고 외면해온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억눌렸던 게이머들의 목소리가 이번 스텔라블레이드 논쟁에서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고 보는 시각이다.

이 관계자는 게임사들의 향후 행보에 대해 이렇게 바라봤다.

"시장에서 단일한 장르만으로 승부한다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그동안 여성성을 강조해온 개발 트렌드에 문제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반대로 PC 흐름에만 치우치는 역편향 역시 올바른 방향은 아닐 것이다. 유저들의 취향이 다양해지는만큼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개발해 저마다 원하는 플레이 경험을 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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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영 기자 you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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