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이민 문제 놓고…MAGA와 싸우는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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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충성파 심상찮은 내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창업자. /로이터 연합뉴스
그래픽=이철원
이번 비자 논쟁은 지난 22일 백악관 인공지능AI 수석 정책 고문에 내정된 인도계 IT 전문가인 스리람 크리슈난의 과거 발언에서 처음 시작됐다. 크리슈난은 지난달 X에 “기술직 이민자들에 대한 영주권 상한선을 없애면 대단한 일이 될 것”이라 했는데, 반이민 정서가 강한 트럼프 측 인사들이 이 발언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강경 보수 성향의 인플루언서로 대선 기간 트럼프 전용기에도 동승했던 로라 루머는 “크리슈난은 외국 학생들이 미국 학생들에게 주어져야 할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직접적으로 반대하는 좌파 인사들이 정부에 임명되는 것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했다. 트럼프 1기 때 백악관 수석전략가를 지냈고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영향력이 막강한 스티븐 배넌도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H-1B 비자 확대를 지지하는 실리콘밸리 인사들을 ‘올리가르히oligarch·신흥 재벌’라 표현하며 “H-1B는 미국 시민의 일자리를 빼앗아 외국에서 온 계약직에 주고, 돈을 덜 지불하려는 사기”라고 했다. 법무 장관에 지명됐다 성 추문 의혹으로 낙마한 맷 게이츠 전 하원의원은 “우리는 이민 정책을 설계하라고 테크 기업을 정부에 불러들인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27일 “내가 스페이스X와 테슬라, 미국을 강하게 만든 수백 개의 다른 회사들을 구축한 수많은 중요한 사람들과 함께 미국에 있는 이유는 H-1B 때문”이라며 “나는 이 문제를 놓고 전쟁에 들어갈 것”이라고 했다. 이 발언에 반박 등이 이어지자 비난자들을 향해 “엿이나 먹으라”며 원색적인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태생인 머스크는 1992년 펜실베이니아대에 편입해 미국으로 이주했고, 이후 H-1B 비자를 받아 창업 활동을 하다 2002년 시민권을 취득했다. 인도계 기업인 출신으로 머스크와 함께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 지명된 비벡 라마스와미 역시 “우리 미국 문화는 너무 오랫동안 탁월함보다는 평범함을 숭배해왔다” “수학 올림피아드 우승자보다 졸업식 파티 여왕을 더 찬양하는 문화로는 최고의 엔지니어를 배출하지 못한다”고 머스크에게 힘을 실었다.
논란이 계속되자 트럼프는 28일 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H-1B 비자는 훌륭한 프로그램이고 나는 이 비자의 신봉자였다”며 머스크를 지지한다는 뜻을 밝혔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H-1B 비자가 미국 노동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남용되고 있다”고 비판했고,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와중엔 H-1B 비자 발급을 제한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실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고숙련 외국인에 대한 비자를 확대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도 나온다. 백악관 ‘AI·가상화폐 차르’에 지명된 데이비드 색스 전 페이팔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일론은 H-1B 프로그램을 개편하되 고부가가치 분야의 뛰어난 인재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입장” “우리의 차이는 적고, 이제 하나의 팀으로 전진할 때”라며 봉합을 시도했다.
☞전문직 취업 비자H-1B
미국에서 IT, 엔지니어링, 금융, 의학 등 전문직에 종사하는 외국인에게 주어지는 취업 비자다. 최초 3년 허가 후, 추가로 3년 연장이 가능하다. 미국에서 가족과 함께 거주하면서 일할 수 있고, 영주권 전환이 가능해 미국에 취업하려는 인재들이 가장 많이 찾는 비자다. 2006년부터 H-1B 비자의 연간 쿼터는 총 8만5000개학사용 6만5000개, 미 석·박사용 2만개에 20년 가까이 묶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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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mailm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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