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 물려도 안심 만능 해독제 개발한다 > IT/과학기사 | it/science

날름거리는 두 갈래의 혀, 치켜든 목, 꿈틀거리는 몸통, 동그랗지만 날렵한 머리. 조용히 움직이는 뱀은 원초적인 공포심을 자극한다. 뱀은 이런 모습을 가지기 위해 폭발적인 진화 과정을 거쳤다. 도마뱀에 비해서도 최대 5배 빠른 진화 속도를 보였다.

미국 미시간대 연구팀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지난해 2월 발표했다. 연구팀은 도마뱀과 뱀 등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뱀의 두개골은 먹이를 잘 포획하고 삼킬 수 있도록 유연한 형태로 진화됐다. 독을 생성하는 능력을 갖췄고, 적외선을 감지하는 등의 진화를 통해 사냥 능력도 높였다.

진화 과정에서 비늘의 진화 속도도 가팔랐다. 비늘이 온몸을 덮는 형태로 진화했다. 일본 나고야대 연구팀은 이런 비늘이 인간에게 공포감을 주는 핵심이라는 연구 결과를 지난달 27일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원숭이에게 비늘이 없는 도롱뇽과 비늘이 있는 뱀의 사진을 보여주고 반응의 차이를 관찰했다. 이 원숭이는 이전에 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음에도 비늘이 있는 뱀 사진에 더 큰 반응을 보였다.

뱀은 공포감을 주는 그 외형 이상으로 인간에게 위협적인 존재다.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약 7만8600명이 뱀에게 물려 사망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전우찬 일산백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연평균 약 2000명이 뱀에게 물려 응급치료를 받는다. 2014~2019년 뱀 물림 사고로 목숨을 잃은 이는 2명으로 집계됐다.

과학자들은 뱀 물림으로 인해 목숨을 잃는 것을 막기 위한 만능 해독제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연구팀은 지난해 2월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 전역에서 발견되는 다양한 뱀의 독에 있는 치명적인 독소의 효과를 차단할 수 있는 항체를 개발했다고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에 발표했다. 95Mat5란 항체가 코브라나 블랙맘바의 독을 해독한다는 것이다.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항체로 치료한 경우 마비나 사망을 겪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95Mat5를 다른 항체와 추가 결합하면 다른 종류의 뱀독들에 대한 해독도 가능하다"며 "모든 뱀의 독에 효과적인 보편적 해독제를 향한 큰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고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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