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 내정 간섭까지…유럽의 골칫덩이 된 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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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놓고 극우 지원 나서는데도 각국, 美 실세에 전략적 반응
그래픽=백형선
미국의 사업가이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최측근으로 ‘트럼프 2기’ 구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머스크가 유럽 주요국의 정치에 자꾸 ‘참견’을 하면서 유럽 지도자들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머스크는 트럼프 선거 캠프에 본격적으로 합류한 지난 7월 즈음 유럽에 대한 발언을 하기 시작했는데 최근 들어 그 빈도와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상황이다.
영국 정치에 대한 발언도 적지 않다. 지난 2일엔 2012년 맨체스터 지역에서 파키스탄계 갱단이 벌인 미성년자 성착취 사건을 언급하며 “그때 왕립검찰청 수장이 사건 수사를 제대로 안 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당시 왕립검찰청 수장은 지난해 7월 영국 총리에 취임한 키어 스타머였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해 11월 영국 집권당인 노동당이 세수 확보를 위해 2026년부터 농지 상속에도 일부 과세키로 하자 “완전히 스탈린식 독재로 가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8월엔 한 이민자 가정 출신 청소년이 벌인 흉기 난동으로 어린이 세 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이로 인해 영국 전역에서 반反이민 폭동이 벌어지자 “영국에서 내전은 불가피하다”고 했었다.
그래픽=백형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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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는 독일의 극우 정당 ‘독일은 위한 대안AfD’을 대놓고 지지한다. 최근 지지율 2위로 급부상 중인 AfD는 이민자 추방과 권리 박탈 등을 주장해 독일 사법 당국으로부터 ‘극단주의 의심 단체’로 분류된 정당이다. 머스크는 지난달 20일 X를 통해 “AfD는 독일의 유일한 희망”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독일 일간 디벨트의 일요일판 ‘벨트 암 존탁’에 기고문을 내고 “AfD만이 독일을 구할 수 있으며 마지막 희망의 불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fD의 알리스 바이델 공동 대표와는 온라인 토크쇼까지 계획 중이다.
수위를 넘는 머스크의 ‘내정 간섭’ 발언에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적나라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해 8월 머스크의 ‘영국 내전 불가피’ 발언 이후 스타머 총리는 ‘선동적’이라고 했고, 지난 4일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는 “머스크가 돈·기술 및 인터넷 통제력으로 우리의 민주주의를 공격한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다수의 유럽 지도자들은 머스크의 ‘선 넘는’ 발언에도 ‘트럼프 2기’의 눈치를 보느라 공격적 대응을 못하며 분을 삭이는 분위기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머스크에게 잘못 보였다가 자국 경제가 큰 손해를 볼까 우려하고 있어서다.
일부 유럽 지도자들은 오히려 머스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비위를 맞추는 듯한 행태도 보이고 있다. 보수 성향 정권 중에 이런 경우가 비교적 많다. 중도 우파로 분류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파리 노트르담 성당 재개관식에 머스크를 초청해 극진히 환대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3일 자국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 인터뷰에서 “머스크는 항상 미래를 생각하는 특별한 혁신가”라며 “그가 정치적으로 다른 진영에 섰다는 이유로 ‘괴물’ 취급을 하는 이들을 보면 우스울 따름”이라고 했다. 멜로니가 속한 ‘이탈리아 형제들’은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강경 우파 정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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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정철환 특파원 ploma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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