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주민들이 "관광객 출입금지"한 이유 [사이공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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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 게 취미입니다. lt;두 얼굴의 베트남-뜻밖의 기회와 낯선 위험의 비즈니스gt;라는 책도 썼지요.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분명히 베트남 호찌민에 제가 머물던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사이공 강이 내려다보이던 그 집을 참 좋아했었는 데 말이죠. 이제 베트남에 갈 때는 따로 숙소를 구해야 합니다. 지난 설 명절에도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두 군데의 아파트에 머물렀었지요. 친구네 집이냐고요? 아닙니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택을 단기 임대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에어비앤비를 통해서였죠.
에어비앤비 앱에서 호찌민시로 검색을 해보면 아파트 단지마다 수십 개, 많은 곳은 100개가 넘는 임대 매물이 나옵니다. 며칠에서 몇 달까지 집을 빌려 사용할 수 있지요.
그런데 최근 호찌민시의 고급 아파트 단지 입구에 “단기 임대 거주자를 금지한다”는 경고문이 붙었습니다.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 임대 앱으로 예약한 사람의 거주를 막겠다는 겁니다. 왜 갑자기 아파트 빌려주는 걸 금지한 걸까요?
◇값싼 아파트 임대 왜 막나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리버게이트와 아이콘56, 트레저, 밀레니엄 등의 아파트들이 이런 단기 임대를 금지하고 나섰습니다. 아파트 관리위원회들이 “비입주자는 출입 불가” 같은 조치를 내놓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아파트는 호텔을 위협하는 인기 숙소입니다.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야자수 밑에 선베드 깔린 수영장이 있고, 안전 요원도 상주합니다. 아파트 단지에 식당과 편의점, 약국, 대형 마트가 갖춰져 있고, 간단한 식사를 조리해 먹을 수도 있는 주방도 있지요.
지난 1월 설 연휴 기간에 커다란 침대가 있는 방이 3개, 화장실 2개에 커다란 거실과 소파가 있는 아파트를 빌렸는데 1박에 15만원 수준이었습니다. 최대 인원은 6명. 두 가족이 와서 머물 수도 있지요. 작은 방 하나를 2인 기준으로 빌려야 하고, 1명을 더하려면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호텔보다 경제적이란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돌아오는 금~일요일3월 21~23일 에어비앤비와 호텔 가격을 검색해 봤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센트럴파크 근처 아파트는 킹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 2개, 화장실이 2개 있는 아파트를 10만원69달러 수준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성인 4명 정도가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지요. 일주일도 남지 않은 날짜에 1만5000원 정도를 할인해 줬단 걸 감안하면 평소엔 11만~12만원 수준인 셈이죠.
같은 기간 롯데호텔 사이공의 1박 가격은 15만9000~24만7000원이었습니다. 2명 기준으로 1인당 3만6000원짜리 조식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호텔 조식을 먹지 않고 밖에서 쌀국수 같은 걸로 채울 사람이라면 아파트에 가는 게 가성비 좋은 선택이겠지요.
그런데 호찌민시 인민위원회가 최근 “주거용 아파트를 관광 숙박업의 사업장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재확인한 겁니다. 제가 지난 설 명절에 머물렀던 아파트의 관리위원회도 지난 15일부터 이 아파트 단기 임대를 금지한다고 공지했습니다. 1300여 채의 아파트가 단기 임대에 이용되고 있던 이 아파트 임대료가 벌써 5~10%씩 떨어졌다고 해요. 임대한 아파트를 며칠 단위로 쪼개던 단기 임대업자들이 이 아파트에서 더 이상 수익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들고 일어난 입주민들
실제로 아파트 단기 임대의 단점도 명확합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방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청소나 비품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많고, 공개된 정보와 다른 방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입주민에게 신고를 당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베트남은 2014년 주택법으로 아파트를 주거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2023년 개정돼 작년 8월 발효된 주택법에서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겼죠. 그래도 옆집 사람의 수익 사업에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작년부터 입주민들의 신고가 부쩍 늘어났다고 합니다. 외부인들이 들락날락거리면서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불만이 폭증한 겁니다.
베트남 4성급 이상 호텔의 경우 ‘해당 국가의 법에 따라 외국인은 결혼 증명서 없이 베트남 시민권자와 동반 투숙할 수 없다’고 안내합니다. 베트남 여성과 같은 방을 쓰려는 외국인은 혼인 신고서를 내야 한다는 규정이죠. 성매매와 마약, 도박 등을 막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호텔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아파트 단기 임대에 몰리면서 각종 민원이 빗발칩니다. 술 먹은 외국인들이 베트남 여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오르는 모습을 본 현지 거주자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밤늦게까지 술 파티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 잠 못 이루는 입주민이 늘어나면서 공안우리의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소를 잘못 보고 남의 집 벨을 누르는 사람도 많다고 해요. 참다 못한 입주민들, 이때다 싶어 경고문을 붙이고 이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나선거죠. 이해가 갑니다.
◇매매가에도 영향 미칠까
문제는 이렇게 아파트 단기 임대로 돈을 버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현지 언론 뚜오이쩨 등에 따르면 이렇게 아파트를 빌려주고 버는 돈은 에어비앤비 수수료와 청소 업체를 고용하는 비용을 빼도 한 달에 28만~34만원, 보유한 아파트의 수가 많으면 2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단기 임대용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의 수익이 뚝 끊어질 수 있는 거죠.
온라인 부동산 정보·매매 플랫폼 밧동산닷컴은 에어비앤비 단기 임대가 중단돼 장기 임대로만 수익을 올려야 할 경우 이 아파트들의 수익이 5~10%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임대 수익이 떨어지면 아파트 매매가 역시 하락하겠지요. 집주인들 대신 단기 임대용 아파트를 100채 이상 관리하고 있다는 황 뚜언씨는 현지 언론 VN익스프레스에 “단기 임대로 벌어들이는 수익은 한 달에 최대 342만원 수준으로 장기 임대를 할 때보다 수익성이 높다”며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아파트 숙박업을 금지하면 매달 수억동의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집주인들은 정식 임대업자로 등록해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가기도 합니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아파트 단기 임대 금지를 강화한 이유가 이들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거든요. 과거와 달리 2~3일 묵어가는 관광객들을 거주 등록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의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하는 주택법을 강력하게 시행하면 이런다고 단속을 피해갈 수 없겠지요. 아파트 가격의 하락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간간이 이웃들의 신고로 단속에 걸리는 사례가 나오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에어비앤비에서 베트남 단기 임대 아파트가 검색되고 있습니다. 투숙객도 단속에 걸릴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설마 걸리겠어’라는 관광객들도 여전히 아파트에 머물곤 하죠.
작년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었습니다. 올해도 베트남 여행 간다는 한국인이 많더군요. 베트남 아파트에 머무는 것도 가능할까요? 가성비와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자신의 몫일 겁니다.
베트남을 관광지로만 생각하면 오산. 당신이 몰랐던 베트남을 알려드립니다.사이공 모닝 구독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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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기자 image0717@chosun.com
분명히 베트남 호찌민에 제가 머물던 집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습니다. 사이공 강이 내려다보이던 그 집을 참 좋아했었는 데 말이죠. 이제 베트남에 갈 때는 따로 숙소를 구해야 합니다. 지난 설 명절에도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두 군데의 아파트에 머물렀었지요. 친구네 집이냐고요? 아닙니다. 아파트나 빌라 같은 주택을 단기 임대해주는 애플리케이션, 에어비앤비를 통해서였죠.
에어비앤비 앱에서 호찌민시로 검색을 해보면 아파트 단지마다 수십 개, 많은 곳은 100개가 넘는 임대 매물이 나옵니다. 며칠에서 몇 달까지 집을 빌려 사용할 수 있지요.

한 아파트 입구에 붙어있는 단기 임대 금지 경고문. /뚜오이쩨
◇값싼 아파트 임대 왜 막나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리버게이트와 아이콘56, 트레저, 밀레니엄 등의 아파트들이 이런 단기 임대를 금지하고 나섰습니다. 아파트 관리위원회들이 “비입주자는 출입 불가” 같은 조치를 내놓는 것이지요.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아파트는 호텔을 위협하는 인기 숙소입니다. 호텔이나 리조트처럼 야자수 밑에 선베드 깔린 수영장이 있고, 안전 요원도 상주합니다. 아파트 단지에 식당과 편의점, 약국, 대형 마트가 갖춰져 있고, 간단한 식사를 조리해 먹을 수도 있는 주방도 있지요.

에어비앤비에서 69달러에 나온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아파트. 킹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이 2개, 화장실이 2개라고 한다. /에어비앤비 캡처
실제로 돌아오는 금~일요일3월 21~23일 에어비앤비와 호텔 가격을 검색해 봤습니다. 한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센트럴파크 근처 아파트는 킹사이즈 침대가 있는 방 2개, 화장실이 2개 있는 아파트를 10만원69달러 수준에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성인 4명 정도가 함께 머물 수 있는 공간이지요. 일주일도 남지 않은 날짜에 1만5000원 정도를 할인해 줬단 걸 감안하면 평소엔 11만~12만원 수준인 셈이죠.
같은 기간 롯데호텔 사이공의 1박 가격은 15만9000~24만7000원이었습니다. 2명 기준으로 1인당 3만6000원짜리 조식이 포함된 가격입니다. 호텔 조식을 먹지 않고 밖에서 쌀국수 같은 걸로 채울 사람이라면 아파트에 가는 게 가성비 좋은 선택이겠지요.
그런데 호찌민시 인민위원회가 최근 “주거용 아파트를 관광 숙박업의 사업장으로 활용할 수 없다”고 재확인한 겁니다. 제가 지난 설 명절에 머물렀던 아파트의 관리위원회도 지난 15일부터 이 아파트 단기 임대를 금지한다고 공지했습니다. 1300여 채의 아파트가 단기 임대에 이용되고 있던 이 아파트 임대료가 벌써 5~10%씩 떨어졌다고 해요. 임대한 아파트를 며칠 단위로 쪼개던 단기 임대업자들이 이 아파트에서 더 이상 수익을 올리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들고 일어난 입주민들
실제로 아파트 단기 임대의 단점도 명확합니다. 개인이 갖고 있는 방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에 청소나 비품 등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곳도 많고, 공개된 정보와 다른 방을 제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입주민에게 신고를 당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베트남은 2014년 주택법으로 아파트를 주거 이외 목적으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2023년 개정돼 작년 8월 발효된 주택법에서도 같은 취지의 내용이 담겼죠. 그래도 옆집 사람의 수익 사업에 눈감아주는 경우가 많았는데 작년부터 입주민들의 신고가 부쩍 늘어났다고 합니다. 외부인들이 들락날락거리면서 입주민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불만이 폭증한 겁니다.

베트남 한 호텔의 투숙 정책 안내문. 외국인이 베트남 시민권자와 동반 투숙할 경우 결혼 증명서를 내야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온라인 캡처
호텔에 들어가지 못?하는 이들이 아파트 단기 임대에 몰리면서 각종 민원이 빗발칩니다. 술 먹은 외국인들이 베트남 여성과 함께 엘리베이터를 오르는 모습을 본 현지 거주자들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밤늦게까지 술 파티와 게임을 하는 사람들에 잠 못 이루는 입주민이 늘어나면서 공안우리의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주소를 잘못 보고 남의 집 벨을 누르는 사람도 많다고 해요. 참다 못한 입주민들, 이때다 싶어 경고문을 붙이고 이들의 출입을 통제하고 나선거죠. 이해가 갑니다.
◇매매가에도 영향 미칠까
문제는 이렇게 아파트 단기 임대로 돈을 버는 사람이 많다는 겁니다. 현지 언론 뚜오이쩨 등에 따르면 이렇게 아파트를 빌려주고 버는 돈은 에어비앤비 수수료와 청소 업체를 고용하는 비용을 빼도 한 달에 28만~34만원, 보유한 아파트의 수가 많으면 200만원이 넘는다고 합니다. 단기 임대용 아파트를 보유한 사람들의 수익이 뚝 끊어질 수 있는 거죠.

베트남 호찌민시의 아파트 전경. /VN익스프레스
집주인들은 정식 임대업자로 등록해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방식으로 규제를 피해가기도 합니다. 베트남 정부가 최근 아파트 단기 임대 금지를 강화한 이유가 이들의 소득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거든요. 과거와 달리 2~3일 묵어가는 관광객들을 거주 등록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파트의 단기 임대를 전면 금지하는 주택법을 강력하게 시행하면 이런다고 단속을 피해갈 수 없겠지요. 아파트 가격의 하락도 막을 수 없을 겁니다.
간간이 이웃들의 신고로 단속에 걸리는 사례가 나오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에어비앤비에서 베트남 단기 임대 아파트가 검색되고 있습니다. 투숙객도 단속에 걸릴 경우 벌금을 내야 한다는 말이 있지만 ‘설마 걸리겠어’라는 관광객들도 여전히 아파트에 머물곤 하죠.
작년 베트남을 찾은 외국인 3명 중 1명은 한국인이었습니다. 올해도 베트남 여행 간다는 한국인이 많더군요. 베트남 아파트에 머무는 것도 가능할까요? 가성비와 신고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 중 어떤 것을 선택할지는 자신의 몫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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