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령이 부른 디지털 피난 러시…통신 기본권 제한 우려에 공포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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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검열 우려 확산엔 "신뢰 관행 쌓아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뒤에도 디지털 피난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헌법이 보장한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통신의 자유가 언제든 제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면서다.
5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3일 밤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부터 4일 새벽 해제 과정에서 포털 서비스나 통신 네트워크를 강제로 차단·제약한 사례는 없었다.
계엄령 선포 직후 네이버 카페나 댓글 접속 장애가 발생하면서 정부가 개인의 의사 표현을 제한하기 위해 포털 서비스를 가로막은 게 아니냐는 괴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지만 "사실무근"이라는 것. 네이버와 카카오 관계자 모두 "정부는 물론 계엄 상황에서 통제하는 계엄사령부로부터 관련된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 "트래픽 과부하로 인한 서버 불안"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도 "계엄과 관련한 요청을 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 역시 비상계엄 상황에서 통신 트래픽 모니터링을 강화했고 정상 운영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통신망 원천 차단은 어려워"
전문가들도 계엄에 따른 전 국민 통신망 원천 차단은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통신은 전기, 물, 가스처럼 생활에 필요한 필수 공공재일 뿐 아니라 각종 산업의 생존과 직결돼 있어서다. 계엄법제9조에도 체포·구금·압수·수색·거주·이전·언론·출판·집회·결사 또는 단체행동에 대한 계엄사령관의 특별조치권만 명시했을 뿐 통신을 직접 다룬 규정이 없다. 3일 밤 계엄사가 발표했던 포고령 1호에도 통신과 관련된 언급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법을 우회해 통신망 차단을 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전기통신사업법제85조에 과기정통부 장관이 전시·사변·천재지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가 발생하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중요 통신을 확보하기 위해 통신업무의 전부 또는 일부를 제한·정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그러나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전기통신사업법에서 뜻하는 국가비상사태는 전쟁, 지진, 홍수 등으로 통신망이 끊기는 재난이 닥쳤을 때 비상 수단을 강구하라는 의미이지 계엄과 연결하기는 어렵다"고 봤다.
SNS 검열·통화 감청 우려에 디지털 피난 계속
하지만 비상계엄 해제 이후에도 디지털 피난에 대한 관심은 사그라들지 않는 모습이다. 서버가 해외에 있고 보안이 강력하다고 소문난 텔레그램 이용자가 늘어나는 게 대표적이다. 앱 분석 서비스인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텔레그램은 4일 한국 앱스토어 무료앱 인기차트 3위평소 50위권에 올랐다. 통신 검열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IP인터넷 프로토콜를 숨기는 VPN가상사설망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앱스토에선 닌자VPN, 유니콘 HTTPS, 노드VPN 등 인기 VPN 다운로드 횟수가 크게 증가했다. 국내에서 상용화되진 않았으나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 무선 통신이 대체 수단으로 관심을 받고 있다.
계엄이 아니더라도 정치 상황이 극단적으로 치닫게 되면 사법기관이 일반 국민의 SNS를 검열하거나 전화 등을 감청할 수 있다는 우려가 여전히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2019년 홍콩에서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법이 발동됐을 당시 홍콩 정부는 통신망은 끊지 않았지만 인터넷에서 민주화 시위 관련 글을 올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 검열을 크게 강화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상계엄 상황이 아니더라도 통신기기 등은 사법기관 압수수색의 대상이 될 수 있고 통신 비밀 자유가 보장되지 않을 수 있다는 학습 효과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면서 "범죄를 행하지 않으면 안전하게 통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신뢰 관행을 쌓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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