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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 가리는 한국, 공개하는 베트남…차이가 뭘까? [사이공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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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266회 작성일 24-05-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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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
6년 전 처음 베트남에 발을 디뎠습니다. 그야말로 우당탕탕거리며 베트남 구석구석을 휘젓고 다니는게 취미입니다. 우리에게 ‘사이공’으로 익숙한 베트남 호찌민에서 오토바이 소음을 들으며 맞는 아침을 좋아했습니다. ‘사이공 모닝’을 통해 제가 좋아하던 베트남의 이모저모를 들려드리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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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주 베트남에서 미성년자와 성매매를 하던 한국인이 적발됐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한국에서 보도된 기사를 클릭했더니 모자이크 된 사진 두 장과 함께 “지난 4일, 호찌민시 경찰이 부이비엔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15세 소녀와 성매매를 한 한국인 홍씨를 발견했고, 이들에게 성매매를 주선한 베트남 남성 두 명을 체포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홍씨와 그의 친구는 140만동약 7만5000원에 성매매를 하기로 하고, 여성들을 소개받았다고 합니다. 댓글을 보니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 망신이다” “모자이크 된 사진만으로도 인상이 유추된다”는 글을 남겨뒀더라고요.

그런데 그 사진, 한국인이 아닙니다. 15세 미성년자와 27세 베트남 여성에게 수차례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체포된 베트남 남성 두 명의 사진이지요. 국내 언론에서 사진에 모자이크를 하면서 해당 사진이 성매매에 연루된 한국인인 줄 안 거죠. 범죄자의 얼굴과 신상을 공개하는 베트남이 해당 한국인의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는 베트남 언론의 설명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VN익스프레스는 “베트남에서 성매매는 사회악이자 범죄이다. 다만, 매춘부와 고객은 미성년자가 연루되지 않는 한 형사 고발을 당하지 않는다”라고 했습니다. 이번에 적발된 한국인 남성 역시 “미성년자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그렇다고 불이익이 없는 건 아닙니다. 베트남에서 불법 성매매를 하다 적발돼 추방당하는 사람이 많거든요.

사람들이 이 기사에 공개된 사진을 오해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베트남에서는 범죄자의 얼굴을 여과 없이 공개한다는 걸 알아야 한다는 거죠. 베트남에서 범죄 혐의로 경찰에 체포돼 ‘얼굴’이 공개된 한국인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거든요. 얼굴뿐만이 아닙니다. 성과 이름을 포함한 이름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물론, 나이, 이들이 검거된 장소와 범죄 혐의까지 자세하게 공개됩니다. 범죄자에게 관용이 없는 나라이지요.

◇얼굴은 물론, 신상까지 공개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는 가라오케를 운영하다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인 점주. /VN익스프레스

불법 성매매를 알선하는 가라오케를 운영하다 적발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국인 점주. /VN익스프레스

지난 3월에는 ‘성매매를 알선한 호찌민 한인 레스토랑 오너 체포’라는 기사가 떴습니다. 베트남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는 한국인 오너의 사진의 그대로 실렸지요. 한국인과 중국인, 일본인이 모이는 호찌민 타이 반 룽 거리에서 #xe3e1;#xe3e1;#xe3e1;이라는 가게를 하던 40세 현모씨, 41세 전모씨 등 4명이 한국인과 베트남 종업원을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했다고 합니다. 손님이 베트남 종업원을 선택하면 인근 호텔로 옮겨 성매매할 수 있도록 했다는 거죠. 두 명의 한국인 오너의 이름과 나이, 가게의 정확한 주소와 상호까지 모두 공개돼 있습니다.

구글 맵에 해당 상호를 검색하자 77개의 후기가 있었습니다. “잘 놀았다” “광란의 밤이었다”는 등 대부분의 후기가 한국어였지요. 지난 3월, 경찰이 성매매 현장을 급습했을 때도 베트남 매춘부와 함께 있던 한국인 손님 10명을 적발했다고 합니다. 왜인지 제가 다 민망했습니다. 경찰은 이 가게가 하루 3억~5억동약 1600만~2600만원을 벌어들였고, 월수입은 100억동5억3700만원을 넘는다고 밝혔습니다. 경찰 적발을 우려해 베트남 손님은 받지 않았다고 하지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베트남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한국인, 한국 국적으로 마약 밀매에 가담한 한국인, 살인을 저지른 한국인 등이 범죄 피의자로 등장할 때마다 이들의 얼굴과 실명, 나이, 범죄 혐의가 낱낱이 공개됩니다.

물론, 베트남에서 범죄 피의자에 대한 신상 공개는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베트남 사람들 역시 범죄에 연루된 경우 똑같이 신상이 밝혀집니다. 지난 22일, 빈증성 법원은 신생아 인신매매를 중개하고, 관련 문서를 위조한 추 티 꾹 프엉42에게 징역 23년을, 같은 혐의로 응우옌 티 응옥 누31에게 21년 형을 선고했습니다. 아기를 팔거나 산 여성들까지 두 손을 모으고 법정에 서서 선고를 기다리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공개 여부 상관없이 불법은 불법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특정 강력범죄 피의자의 경우 신상을 공개하고 있습니다. 살인·살인미수, 성폭력 등 특정 강력 범죄 피의자이면서 ‘범행 수단이 잔인하고 피해가 중대한 경우’ ‘범죄를 저질렀다고 믿을 만한 증거가 충분한 경우’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등이라는 조건이 붙지요. 이에 해당할 경우 경찰이 피의자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신상 공개를 결정합니다.

해당 사진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50대 유튜버 A씨가 지난 16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A씨의 얼굴과 수갑찬 손은 인권 보호를 위해 가려졌다. /뉴스1

해당 사진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보복살인 혐의를 받는 50대 유튜버 A씨가 지난 16일 오전 부산 연제구 연제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는 모습. A씨의 얼굴과 수갑찬 손은 인권 보호를 위해 가려졌다. /뉴스1

하지만 신상이 공개되는 경우가 흔하지는 않습니다. 판결이 최종 확정되기 전까지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이죠. 최근 경찰이 경기도 화성에서 이별을 통보한 여자친구를 살해한 김레아의 신상 공개를 결정했으나 이에 불복해 취소 소송을 내기도 했습니다. 경찰이나 검찰 역시 신상 공개에 대한 리스크를 지고 있는 거죠. 사실 언론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때문에 범죄자 얼굴엔 모자이크가 되고, 범죄자의 이송하는 경찰 얼굴만 공개되기도 하고, 마스크에 모자를 쓴 범죄자 얼굴은 보이지 않는데 경찰이나 변호인, 현장 취재 중인 기자들 얼굴만 드러나기도 하죠.

범죄자 신상 공개의 정도가 다른 이유는 두 국가의 수사·사법 체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의 경우 형사 사건에서 공안이라 불리는 경찰의 수사 결과가 법정에서 뒤집히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경찰 수사 단계에서 범죄 혐의가 대부분 소명되고, 이 결과가 판결로 확정되지요. 형량의 차이가 날 수는 있지만요. 명확한 범죄 혐의가 없으면 경찰이 움직이지 않는다고 볼 수도 있고, 상위 사법 기관이 경찰 수사를 뒤집지 못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라 베트남 뉴스 기사에서 한국인의 얼굴을 발견하면 흠칫 놀라곤 합니다. 좋은 일이 아닐 경우에 더욱 그렇죠. 나중에 뉴스레터로 한번 소개해 드리겠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활발합니다. 언론 기사로 보도되지 않아도, 나쁜 짓을 하는 외국인을 목격하면 지체없이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 돌립니다. 한 한국인이 베트남 여성을 때렸다고 알려지면서, 해당 한국인을 발견한 베트남 남성들이 그를 위협하기도 했지요. 한국에서든, 베트남에서든 불법적인 일은 하지 않아야 하겠죠. 얼굴과 이름, 나이가 도배되는 일이 없으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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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기자 image0717@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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