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정확한 은하수 지도 나왔다…가이아 11년 관측 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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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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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우주국ESA이 우리은하은하수의 정확한 3차원3D 지도를 작성하기 위해 10억달러를 들여 쏘아올린 가이아 우주망원경이 11년만에 사실상 임무를 끝냈다. 유럽우주국은 지난 15일 가이아의 연료가 거의 고갈돼 더는 관측 활동을 하지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가이아는 2013년 발사돼 그동안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 방향으로 150만km 지점에 있는 제2라그랑주 점L2에서 관측 활동을 해왔다. 지난 11년 동안 3조번 이상의 관측 활동을 통해 20억개의 별을 확인했다. 애초 임무 설정 기간은 5년이었으나, 남은 연료가 예상보다 많아 2배 이상 더 긴 기간 임무를 수행했다.
가이아는 천체측량기, 광도측정기, 방사속도분광기 세 가지 도구로 은하수에 있는 별들의 위치와 이동, 거리를 측정해 다른 어떤 관측 위성보다 정확하고 상세한 은하수 지도를 작성했다.
유럽우주국이 최근 가이아의 활동 종료를 기념해 그동안 논문을 통해 발표된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우리은하의 모습을 상세하게 묘사한 그림을 공개했다. 유럽우주국은 “지금까지 가장 정확하게 재구성한 은하수 모습”이라고 밝혔다.

별 위치 뿐 아니라 움직임, 거리까지 측정
천문학자들이 은하수가 나선형 구조를 갖고 있다는 이론을 정립한 건 1950년대에 전파망원경을 통해서였다. 이어 1980년대엔 적외선 망원경으로 우주 먼지 속을 들여다보며 은하수 중심이 막대형 구조를 하고 있다는 걸 밝혀냈다. 가이아는 이 바통을 이어받은 3세대 관측 도구다.
가이아는 매 시간 평균 200만개의 별을 관측하면서 지금까지 모두 20억개의 별 위치와 움직임을 정확하게 측정하고 은하수의 나선팔 구조도 상세하게 보여줬다.
이를 통해 은하수의 나선팔은 2개가 아닌 여러개이고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덜 도드라져 보이며, 중심 막대는 이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태양 쪽으로 더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또 바깥쪽 원반 구조에서는 인근 왜소은하의 중력에 의해 파괴된 ‘화석 나선팔’을, 원반 끝부분에선 필라멘트실 구조를 발견했다.

위성은하와 잇단 충돌이 별 탄생 촉매로
가이아는 또 우리에게 은하수의 옆모습을 볼 수 있게 해주고, 은하 원반에 잔 물결 같은 약간의 파동 흔적이 있음을 알려줬다. 천문학자들은 이는 은하수와 인근 왜소은하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고, 위성은하인 ‘궁수자리 왜소 타원은하’의 영향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궁수자리 왜소 타원은하는 지구에서 7만광년 거리에 있는 지름 1만광년 크기의 은하다. 은하수 중심에서는 5만광년 떨어져 있다.
궁수자리 왜소 타원은하는 지난 수십억년 동안 세번에 걸쳐 우리은하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천문학자들은 이 세 번의 충돌은 우리은하의 우주먼지와 가스를 휘저어 별을 만드는 촉매 역할을 했으며, 태양계도 이 과정에서 탄생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유럽우주국은 “가이아는 우리은하에 있는 중심 막대의 회전, 원반의 휘어지는 정도, 나선형 팔의 세부 구조 등 우리은하에 대한 기존 이미지를 바꿔놓았다”며 “앞으로 데이터가 더 많이 공개되면 은하수에 대한 우리의 관점도 더욱 정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15만개 이상의 소행성 궤도도 알아내
가이아는 이 과정에서 우리은하 밖에 있는 은하와 퀘이사 등 임무에는 없던 천체들도 관측했다. 퀘이사란 은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 주변에서 빛나는 거대한 발광체를 말한다. 블랙홀 주변을 회전하는 물질들은 중력에 이끌려 안으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강착 원반을 형성하고, 그 안에서 서로 마찰하며 강력한 빛을 발하는데 이것이 바로 퀘이사다. 퀘이사란 별에 준하는 천체Quasi Stellar Object란 뜻이다.
또 15만개 이상의 소행성 궤도를 알아냈으며 수백개 소행성 주변에서 잠재적 위성도 발견했다. 우주 나이가 15억년밖에 되지 않았을 때 가장 밝게 빛나는 130만개의 퀘이사로 구성된 우주 지도도 만들고, 태양 질량의 33배인 새로운 종류의 블랙홀도 발견했다. 지구에서 2000광년 떨어져 있는 물병자리에 있는 이 블랙홀은 별에서 진화한 블랙홀로서는 우리은하에서 가장 큰 것이다.

관측 활동은 끝났지만, 공개할 데이터는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유럽우주국은 지난 5년 6개월간의 관측 활동이 담긴 500테라바이트 분량의 데이터DR4를 2026년 공개한다. 이어 2030년에는 마지막으로 전체 활동 기간에 확보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이다.
네번째 데이터에는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쌍성계 목록도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 1월10일 이뤄진 가이아의 마지막 관측 활동 대상도 쌍성계 별 ‘백조자리 61’61 Cygni이었다.
가이아는 앞으로 몇주 후 작동 궤도에서 벗어나 지구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궤도로 옮겨간 뒤 3월27일 전원을 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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