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로병사 비밀 풀 세포 구글맵 가시화…골격발달 경로 찾았다[Wh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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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at - ‘인체 37조개 세포지도’ 프로젝트 초안 발표
HCA, 1억개 세포 정보 공개
인체 유전자 발현 양상 등 분석
AI 기술로 질병유발 조건 밝혀
두개골 조기유합증·관절염 등
난치병 치료 데이터 확보 성과
‘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약 23년이 지났다. 이제 인류는 인체를 이루는 약 37조 개 세포를 분석해 지도를 그려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 세포의 역할을 규명하고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인간 세포 지도’ 프로젝트다. 지난달 20일 인간 세포 아틀라스Human Cell Atlas, HCA 컨소시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자매지에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종합한 40여 편의 논문을 공개했다. 인간 세포 지도의 초안이 발표된 것이다. 인간 세포 지도란 무엇이며 왜 연구하는가? 무엇을 알아냈으며 어떻게 알아냈는가? 유전체학과 인공지능AI까지 결합된 최신 연구 결과에 대해 알아본다.
◇‘인간 세포 지도’란 무엇인가=HCA 컨소시엄은 지난 2016년부터 사람의 모든 세포에 대한 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연구해왔다. 102개국 823개 연구소의 3600여 연구자가 참여해 476개의 개별 연구를 진행해왔고, 현재까지 약 6270만 개의 인간 세포를 연구했다.
HCA의 목적은 건강한 인체에 대한 포괄적인 참조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몸엔 3000종이 넘는 세포 유형이 존재하는데, 이를 파악해 일종의 기준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건강한 세포’의 기준이 되는 지도를 제작하면 이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세포와 비교하고, 건강과 질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세포 생물학을 위한 ‘구글지도’를 만들어 건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세라 테이크만 HCA 창립 공동의장은 “조직 내 유전자와 세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 혁신적 약물 발견 등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골격 형성 과정, 장 염증 유발 세포 등 알아내=HCA는 9200여 명으로부터 세포를 수집해 신경계·눈·폐·심장·간·췌장·면역계 등 18개 기능으로 나누고 연구해 약 1억 개 세포의 정보를 담고 있는 세포 지도의 초안을 공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HCA가 공개한 40여 편의 새로운 연구 성과 중 10개를 핵심 성과로 지목했다. 핵심 성과 중 가장 주목받는 연구로는 골격의 초기 발달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세포와 그 경로를 확인한 연구가 꼽힌다. 연구진이 작성한 인간 세포 지도에 따르면 초기 뼈 세포 발달과 연골 형성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는 성인의 관절염 발병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모된 연골을 복구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는 무릎 관절염 발병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다. 나아가 연구팀은 임신 초기 5∼11주에 걸쳐 태아의 두개골과 사지 관절이 발달하는 과정을 알아냈는데, 특정 세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신생아의 두개골이 너무 빠르게 닫혀 뇌가 발달하지 못하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다른 주요 연구성과로는 인간의 장 염증을 악화시키는 세포를 발견한 점이 꼽힌다. 연구진은 189명의 세포를 채취·분석해 약 160만 개에 달하는 장 세포의 위치와 기능을 모두 규명했다. 식도-위-장-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기 세포 지도를 그려냄으로써 어떤 종류의 장내 세포가 어디에 위치하며 주변 조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인 것이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장 세포’와 위암·대장암·궤양성 대장염·크론병·셀리악병 환자의 표본과 비교한 결과, 점막 조직을 변질시키고 장 염증을 악화시키는 특정 장내 세포를 추려내는 데 성공했다. 가령 위장관 세포와 유사한 한 세포는 위벽을 치유하는 데 관여하면서도 동시에 장내 염증 반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발전한 신기술로 단일 세포 면밀히 관찰=세포 생물학 연구 방법이 보다 정교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인간 세포 지도 연구도 더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단일 세포 리보핵산RNA 시퀀싱’ 기술은 세포 하나를 분석해 해당 세포와 관련해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전까진 단일 세포만을 골라 분석하는 게 불가능했고, 각 세포의 기능이나 발현되는 유전자 양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단일 세포 RNA 시퀀싱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각 세포에서 활성화된 유전자를 확인하고, 어떤 유전자가 세포 변화와 질병을 유발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공간 전사체 기술’은 이렇게 분석한 단일 세포와 유전자 발현에 공간 개념을 결합해 분석하는 기술이다. 같은 세포라 해도 유전자 발현 양상은 세포의 위치와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세포를 조직에서 분리해 분석하면 조직 내 다른 세포와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다. 특정 세포가 가지는 유전자 양상은 공간적 맥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공간적 개념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 전사체 기술은 이런 측면에서 유전자 발현 양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세포 유형을 실제 세포에 가깝게 효과적으로 볼 수 있도록 기여했다.
아울러 이렇게 얻어진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하기 위해 AI 기술도 결합됐다. 머신러닝을 통해 유전자 발현 양상을 바탕으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를 찾아내는 분석 도구를 제시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세포의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세포를 빠르게 분류함으로써 비교분석을 용이하게 한 연구다. 이를 통해 향후 질병 연구에서 치료 대상을 빠르게 식별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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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 유전자 발현 양상 등 분석
AI 기술로 질병유발 조건 밝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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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게놈 프로젝트’로 널리 알려진 인간 유전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약 23년이 지났다. 이제 인류는 인체를 이루는 약 37조 개 세포를 분석해 지도를 그려나가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각 세포의 역할을 규명하고 질병의 원인을 찾아내기 위한 ‘인간 세포 지도’ 프로젝트다. 지난달 20일 인간 세포 아틀라스Human Cell Atlas, HCA 컨소시엄은 국제 학술지 네이처와 자매지에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를 종합한 40여 편의 논문을 공개했다. 인간 세포 지도의 초안이 발표된 것이다. 인간 세포 지도란 무엇이며 왜 연구하는가? 무엇을 알아냈으며 어떻게 알아냈는가? 유전체학과 인공지능AI까지 결합된 최신 연구 결과에 대해 알아본다.
◇‘인간 세포 지도’란 무엇인가=HCA 컨소시엄은 지난 2016년부터 사람의 모든 세포에 대한 지도를 구축하기 위해 연구해왔다. 102개국 823개 연구소의 3600여 연구자가 참여해 476개의 개별 연구를 진행해왔고, 현재까지 약 6270만 개의 인간 세포를 연구했다.
HCA의 목적은 건강한 인체에 대한 포괄적인 참조 지도를 만드는 것이다. 우리 몸엔 3000종이 넘는 세포 유형이 존재하는데, 이를 파악해 일종의 기준점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건강한 세포’의 기준이 되는 지도를 제작하면 이를 바탕으로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의 세포와 비교하고, 건강과 질병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즉 세포 생물학을 위한 ‘구글지도’를 만들어 건강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세라 테이크만 HCA 창립 공동의장은 “조직 내 유전자와 세포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보다 정확한 진단, 혁신적 약물 발견 등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 골격 형성 과정, 장 염증 유발 세포 등 알아내=HCA는 9200여 명으로부터 세포를 수집해 신경계·눈·폐·심장·간·췌장·면역계 등 18개 기능으로 나누고 연구해 약 1억 개 세포의 정보를 담고 있는 세포 지도의 초안을 공개했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HCA가 공개한 40여 편의 새로운 연구 성과 중 10개를 핵심 성과로 지목했다. 핵심 성과 중 가장 주목받는 연구로는 골격의 초기 발달 과정에 관여하는 모든 세포와 그 경로를 확인한 연구가 꼽힌다. 연구진이 작성한 인간 세포 지도에 따르면 초기 뼈 세포 발달과 연골 형성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는 성인의 관절염 발병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모된 연골을 복구하는 역할을 하는 유전자는 무릎 관절염 발병 위험 증가와도 관련이 있었다. 나아가 연구팀은 임신 초기 5∼11주에 걸쳐 태아의 두개골과 사지 관절이 발달하는 과정을 알아냈는데, 특정 세포에 문제가 생길 경우 신생아의 두개골이 너무 빠르게 닫혀 뇌가 발달하지 못하는 ‘두개골 조기 유합증’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다른 주요 연구성과로는 인간의 장 염증을 악화시키는 세포를 발견한 점이 꼽힌다. 연구진은 189명의 세포를 채취·분석해 약 160만 개에 달하는 장 세포의 위치와 기능을 모두 규명했다. 식도-위-장-항문으로 이어지는 소화기 세포 지도를 그려냄으로써 어떤 종류의 장내 세포가 어디에 위치하며 주변 조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를 보인 것이다. 이어 이를 바탕으로 ‘건강한 장 세포’와 위암·대장암·궤양성 대장염·크론병·셀리악병 환자의 표본과 비교한 결과, 점막 조직을 변질시키고 장 염증을 악화시키는 특정 장내 세포를 추려내는 데 성공했다. 가령 위장관 세포와 유사한 한 세포는 위벽을 치유하는 데 관여하면서도 동시에 장내 염증 반응의 원인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발전한 신기술로 단일 세포 면밀히 관찰=세포 생물학 연구 방법이 보다 정교해지고 고도화되면서 인간 세포 지도 연구도 더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단일 세포 리보핵산RNA 시퀀싱’ 기술은 세포 하나를 분석해 해당 세포와 관련해 어떤 유전자가 작동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전까진 단일 세포만을 골라 분석하는 게 불가능했고, 각 세포의 기능이나 발현되는 유전자 양을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단일 세포 RNA 시퀀싱 기술이 있었기 때문에 각 세포에서 활성화된 유전자를 확인하고, 어떤 유전자가 세포 변화와 질병을 유발하는지 알아낼 수 있었던 것이다.
‘공간 전사체 기술’은 이렇게 분석한 단일 세포와 유전자 발현에 공간 개념을 결합해 분석하는 기술이다. 같은 세포라 해도 유전자 발현 양상은 세포의 위치와 상호작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특정 세포를 조직에서 분리해 분석하면 조직 내 다른 세포와의 상호작용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알기 어렵다. 특정 세포가 가지는 유전자 양상은 공간적 맥락과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보다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공간적 개념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공간 전사체 기술은 이런 측면에서 유전자 발현 양상을 입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다양한 세포 유형을 실제 세포에 가깝게 효과적으로 볼 수 있도록 기여했다.
아울러 이렇게 얻어진 복잡하고 방대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하기 위해 AI 기술도 결합됐다. 머신러닝을 통해 유전자 발현 양상을 바탕으로 유사한 기능을 수행하는 세포를 찾아내는 분석 도구를 제시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세포의 복잡한 패턴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세포를 빠르게 분류함으로써 비교분석을 용이하게 한 연구다. 이를 통해 향후 질병 연구에서 치료 대상을 빠르게 식별하거나 새로운 방법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구혁 기자 gugij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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